마포·용산도 미분양, 서울까지 쌓인다…1년 만에 17배 급증

황의영 입력 2023. 2. 1. 00:21 수정 2023. 2. 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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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서강대 방면으로 3분쯤 걷자 흰색 철제 가림막이 보였다. 2025년 입주 예정인 ‘빌리브디에이블’ 건설 현장이다. 마포구 노고산동에 들어서는 이 도시형 생활주택은 미분양 상태다. 지난해 4월 청약 때 256가구 모집에 625명이 몰렸지만 당첨자들이 대부분 계약을 포기했다. 현재 95.7%인 24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비싼 분양가 때문에 수요자들이 외면했다. 10~20평대인 전용면적 38~49㎡가 8억~13억원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나와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이 정부가 ‘위험선’으로 여기는 6만2000가구를 넘어 7만 가구에 육박했다. 지방은 물론 서울로도 미분양 공포가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였다.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4개월 만에 가장 많다. 전월보다 17.4% 늘었고, 1년 전보단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방 미분양이 5만7072가구로 한 달 새 19.8% 늘었다. 대구에서만 1만3445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주거 수요가 많은 서울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서울 미분양 주택은 953가구로, 2015년 5월(976가구) 이후 가장 많다. 1년 전(54가구)보다 17.6배나 급증했다. 구별로 마포구가 245가구로 가장 많았고 강북구(227가구), 구로구(191가구), 강서구(131가구) 순이었다(서울시 조사). 인기가 치솟던 용산구에서도 41가구가 미분양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미분양 주택 6만8000가구, 9년4개월 만에 최다

지난해 6월 강북구 수유동에 들어선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75%(162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입주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네 집 중 세 집꼴로 비어 있는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분양한 ‘화곡더리브스카이’도 140가구 중 93.6%(131가구)가 미분양됐다.

다만 서울 미분양 물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침체기와 비교할 때 미분양 주택이 많지 않아서다. 2013년엔 월별 서울 미분양 주택이 4000가구를 넘나들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절대적인 미분양 수치가 많지 않고, 미분양 주택 대부분이 수요자의 선호도가 낮은 도시형생활주택이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340가구에 그친다.

그러나 전국으로 시야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방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면서 중소 건설사를 시작으로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마저 나온다. 중소·중견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뿐 아니라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당장 예산을 사용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진 않을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을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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