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반도체 쇼크는 한국 경제의 위기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익 97% 감소
국가적 위기감으로 지원책 적극 마련해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고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했기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지 않으리란 것은 시장이 이미 예상했었다. 그러나 공개된 실적은 시장 전망에 훨씬 못 미친다. 더구나 이 같은 부진이 올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 1분기에 조 단위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쇼크는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약 19%를 차지한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비중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역사적으로도 반도체가 심각한 불황에 빠졌을 때 예외 없이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곤 했다.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벌써 반도체 부진이 한국 경제 전반의 부진으로 전파되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산업생산 지수가 전달보다 1.6% 줄어 32개월 만의 최대 감소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7.1%나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세가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7%로 제시하며 작년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9%로 올려 잡으면서도 한국 성장률을 낮춘 것은 한국의 경기 부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느 때보다 반도체 침체에 대한 엄중한 상황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 사이클이 돌아서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막연한 낙관론은 접어야 한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30년간 세계 1위지만, 미국과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반면에 비메모리인 파운드리에선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지원은 물론 인력 육성책 등을 꼼꼼히 챙겨주기 바란다. 업계의 분발도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한국의 자랑인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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