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해공군 기강에 구멍…북한 핵 우려보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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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함 고장 허위 보고, 상관 이취임식 ‘눈도장’
핵우산 강화 급하지만 우리 군 기강부터 잡아야
육군과 공군에 이어 해군까지 군 기강의 붕괴 현상이 심각하다. 북한 무인기 도발에 구멍 뚫린 육군(1군단·수도방위사령부·지상작전사령부)과 공군(공군작전사령부)에 이어 이번엔 해군에서 황당한 군 기강 해이 사례가 폭로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우리 군이 국민을 안심시켜 주지는 못할망정 불안감을 키우는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문이 막힌다.
이번에 드러난 기강 해이 사례는 바다에서 발생했다. 남방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1500t급 해군 호위함인 전남함 함장(중령)과 실무자 4명은 지난해 6월 군함 장비가 고장났다며 상부에 허위로 보고했다. 가까운 제주기지로 입항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고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전남함이 제주기지에 입항하고 3시간여 뒤 함장은 직속상관의 이취임식에 참석한 혐의가 포착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함장이 직속상관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고장났다는 허위 공문을 보내고 군함을 자가용 이용하듯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혐의로 조사 중이라니 어이가 없다. 전남함이 현장을 이탈하면서 대기 중이던 다른 함정이 경비 임무에 투입됐다지만, 만에 하나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
FF-957 전남함이 어떤 군함인가. 1988년 취역한 전남함은 해군 2함대 소속으로 1999년 제1 연평해전과 2009년 대청해전에 참전해 승리했다. 2018년 해군 3함대로 배속돼 남방 해역을 지켜 오다 지난해 12월 퇴역했다. 빛나는 전남함의 전통을 문제의 함장이 퇴색시켰다면 그보다 더 큰 불명예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6월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였다. 정권 교체기에 북한의 국지 도발 우려가 있던 시점에 바다의 최일선에서 이런 군기 문란이 벌어졌다니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얼마 전 김승겸 합참의장은 전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장군은 폼 잡는 자리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군 서열 1위로서 지난 5년 군 기강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책임이 작지 않을 텐데 부하들 호통으로만 끝낼 일인지 모를 일이다.
어제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이 열렸다. 6·25전쟁 정전체제 70주년,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 회담이라 더 주목받았다. 북한의 도발 시 ‘찢어진 핵우산’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우리 국민의 76.6%가 독자 핵무장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최종현학술원)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종섭 국방장관은 미군의 확장 억지 실행력 강화 방안을 로이드 오스틴 장관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찢어진 핵우산’ 가능성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 육해공군 현장의 무너진 기강을 다잡고 사기를 진작하는 일이 훨씬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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