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567人이 뽑은 종목은? 반도체·네이버 ‘확대’ 바이오·카카오 ‘축소’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1.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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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나긴 침체를 겪은 코스피가 우려 속에서도 2023년 초반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2400선을 돌파했다. 올해 2236.4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1월 4일부터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상승세를 탔다. 1월 25일까지 16거래일 중 12거래일을 상승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2428.57까지 치고 올라왔다.

연초 코스피 랠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팬데믹 기간 랠리를 이끈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4조7637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했으며, 기관 역시 약 324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5조15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지수를 2200대 초반에서 2400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연초 순항에 무작정 마음을 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주식 시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 큰손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거센 가운데, 기관 역시 매수와 매도 흐름을 번갈아 나타내고 있다. 추세적인 반등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이르다는 분석이다.

혼란스러운 증시지만 투자 전략은 분명히 있다. 지난해 증시 침체를 겪으며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 위주로 반등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섹터 내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플랫폼, 이차전지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종목별 전망이 갈렸다. 반면 기대와 우려가 뚜렷한 섹터도 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온다. 매경이코노미가 205개 운용 부서 펀드매니저 567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포트폴리오 편입 계획을 조사한 결과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 16Gb DDR5 디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비중 확대 의견 최다

SK하이닉스도 러브콜 잇따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주가 부진이 지속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올해 전망은 긍정적이다. 올 들어 급격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222명으로 가장 많다. 전체 응답자의 약 40%가 매수 의견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9일 이후 6만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1월 25일에는 최고 6만3700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6월 10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6일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잠정 발표했지만 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올해 5만53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주가는 1월 25일까지 약 15.19%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상방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디램(DRAM)·낸드(NAND)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수급 불균형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행한 직접적인 감산 노력과 함께 올해 1분기부터 진행 중인 라인 재배치와 신규 증설 지연 등 간접적인 감산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상반기부터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도연 SK증권 센터장은 “글로벌 서버 업체 등 전방 수요처들의 재고 수준이 상반기 중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빠르면 2분기부터 반도체 주문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분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나고 디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조9977억원, 3조8126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 전망치는 각각 68조원, 67조원이다. 반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조5005억원, 7조8492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도 각각 약 74조원, 7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뒤를 이어 추천 수가 많은 기업 역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64명의 펀드매니저가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1월 25일까지 올해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22.67%로 삼성전자를 앞선다. 특히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1400억원어치 넘게 팔면서도 SK하이닉스 주식은 1097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낮아진 SK하이닉스 주가 덕분에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은 삼성전자보다 어둡다.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3525억원, 영업손실 1조460억원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에 지난해 SK하이닉스 주가는 연간 약 42.21%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주가는 실적을 선반영해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업황과 실적 영향으로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저점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연말에는 현재 대비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점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업체 삼성전기 또한 비중 확대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전기 비중을 확대하라고 밝힌 펀드매니저는 19명으로 나타난 반면, 비중 축소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최근 실적 부진에도 중장기적인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株, 성장 둔화 전망

삼바·셀트리온, ‘축소’ 다수

반면 대형 바이오주는 외면받았다. 비중 축소 의견을 받은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44명)와 셀트리온(31명)이 상위 4, 5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펀드매니저는 각각 14명, 13명에 불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달러당 원화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며 올해는 환율 효과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달러로 결제되는 매출이 많다 보니 지난해에는 달러 가치가 높아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감가상각비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4공장이 부분 가동을 시작함에 따라 감가상각비가 발생했다. 올해 6월부터 완전 가동을 시작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4공장 가동으로 인한 매출은 4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므로, 3분기까지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저하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간 실적 예상치는 매출 2조7509억원, 영업이익 9189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5.44%, 71.28%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53% 증가한 3조2330억원, 영업이익은 6.2% 늘어난 9759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실적은 달러당 원화 가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라면 올해 영업이익이 소폭 성장할 수 있겠지만 최근 비우호적으로 변하는 환경을 감안하면 역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잠시 성장이 정체되겠지만, 2024년에는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역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오는 7월 선보일 예정이지만, 본격적인 매출을 기록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휴미라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으로, 2021년 글로벌 매출액 316억달러(약 39조원)를 기록했다.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셀트리온이 3분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해도 올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 바이오 업체들에 경기 방어주로서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나아가 예상대로 2024년부터 바이오 업황이 반등한다면, 업체들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낮아진 현재 시점이 투자 적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개선되는데 국내 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이유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판매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시장에서 신뢰도가 쌓이면 밸류에이션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저평가를 걷어내고 내년 이후 업황 반등을 예상하면 올해가 바이오에 투자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추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차전지 전망 엇갈려

삼성SDI, 저평가 매력

이차전지 섹터에 대한 투자의견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전체적으로는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이 다소 많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비중 축소(145명) 의견이 확대(49명)를 크게 앞선다. 그렇다고 결코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이 적은 것도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중 확대 종목에서도 5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축소(25명) 의견이 확대(2명)를 압도했다. 반면 삼성SDI는 확대(38명) 의견이 축소(17명)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전망에는 대부분 올해 이차전지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지난해 증시가 부진을 겪을 때도 이차전지 섹터는 상대적으로 잘 버텼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차전지업체들의 주가가 높기 때문에 투자 비중을 늘리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업체가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이다. 두 업체 모두 비중 축소 의견이 많은 종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말 전망치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이 23.9배로 삼성SDI(9.4배) 대비 2배 이상 높다. 포스코케미칼의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40.1배로 양극재를 생산하는 LG화학(22.1배), 엘앤에프(16.4배), 에코프로비엠(21배)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익에 비해 시장에서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또한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최근 가격 인하 정책을 내세울 정도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차전지업체들의 공급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생산자 물가 부담이 더 큰 유럽에서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도 각각 97명, 24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최근 이차전지업체에 대한 주가 조정이 과하다고 평가한다. 일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종목에 대해서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겠지만, 섹터 자체는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삼성SDI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주가가 저렴한 편이므로, 더욱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차전지 섹터가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삼성SDI의 주가 방어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차전지 섹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건 사실이나 삼성SDI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저평가가 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이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소재로 사업을 확대 중인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서도 61명이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밝혔다. 축소(25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과 리튬 관련 신사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주목받는다.

의견 엇갈린 네카오

게임株, 신작 흥행 필요

지난해 증시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대표 성장주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펀드매니저들 의견도 엇갈린다. 네이버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낸 펀드매니저는 63명으로 축소(12명)를 크게 앞선다. 반면 카카오는 52명이 축소, 17명이 확대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를 비교할 때 네이버의 실적이 더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카카오는 지난해 자회사 지분 매각이나 중복 상장에 대한 이슈가 지속됐고, 여전히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수익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카카오뱅크(19명)와 카카오페이(19명)에 대해서도 축소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네이버는 카카오가 갖고 있는 이슈나 규제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존 사업 성장세도 지속되는 중이다. 업종 내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뿐이기 때문에 단순히 두 업체만 비교하면 안정성 측면에서 네이버가 우위라는 분석이다.

단, 증권가에서는 두 업체 주가 모두 올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주가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카카오의 모멘텀이 더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주가 상승폭도 카카오가 더 크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1월 1일부터 25일까지 17.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주가는 13.8% 올랐다.

시장에서 반등 신호가 나타나면 주도주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에서도 나타나듯 시장이 반등할 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랠리를 주도하는 형국”이라며 “지난해 두 회사가 역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업황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들의 주 매출원인 광고나 커머스가 경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매크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썰렁하다. 크래프톤(20명)과 엔씨소프트(17명)의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신작 흥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중국의 게임 산업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중국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반기 중 차기 대형 신작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게임 대장주를 탈환한 엔씨소프트 역시 올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신작 ‘TL’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벗어난 독자적인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지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경쟁작인 ‘디아블로 4’와 ‘파이널 판타지 16’이 건재하면 예상보다 TL의 매출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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