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신난 성수동 빌라…왜? 평당 1.5억에 통매각…주변 시세 4배

2023. 1.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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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돌면 성수동 카페거리가 나온다. 카페거리를 지나 안쪽 골목을 향해 들어가면 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경수초와 경수중이다. 경수중 뒤편에는 한 오래된 빌라가 있다. 정안맨션3차 빌라(다세대주택)다. 1983년 준공해 지은 지 40년이 지난 오래된 빌라로 대지면적은 약 3866㎡, 4개동, 66가구로 구성됐다. 주변에는 이 같은 규모의 빌라가 여럿 몰려 있다. 최근 정안맨션3차 빌라가 업계에서 주목받는다. 당초 이곳 주민들은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2020년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총 76가구, 2개동으로 구성된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지역 내 첫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 지역으로 기대가 컸다. 2020년 한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2021년 건축 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앞두고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대출 금리 인상, 분양 시장 위축, 각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8월 성동구로부터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반려됐다. 이후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단지 전체를 매수해 상업시설을 짓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조합 측은 빌라를 ‘통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최근 전체 소유주의 80%가 재건축이 아닌 통매각을 선택했다. 성수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안맨션3차 매각 제안 가격은 지난해 통매각된 다른 빌라보다 높은 것으로 안다”며 “전용 3.3㎡당 1억5000만원에 근접한 가격”이라고 말한다.

성수동 일대에서 빌라나 연립주택 등 다세대주택 건물을 통째로 사고파는 ‘통매각’이 성행하면서 인근 빌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빌라 등을 허물고 상업시설을 지으려는 부동산 디벨로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용면적 53㎡ 빌라 시세는 20억~25억원(3.3㎡당 1억~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재건축을 추진했던 단지도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통매각으로 선회하는 소규모 단지도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의 다세대주택인 ‘정안맨션3차’ 조합은 기존에 추진하던 소규모 재건축을 포기하고 한 부동산 개발 업체에 단지 전체를 통매각했다. (윤관식 기자)
디벨로퍼가 매입해 상업시설로

재건축 포기 단지도 매각 성공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수동 빌라 시장에서는 기존 추진했던 정비사업을 중단하고 빌라 전체를 통매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안맨션3차뿐 아니라 성수동 내 다른 단지 역시 통매각을 진행한 사례가 여럿 있다.

지난해 재건축을 포기하고 조합을 해산한 장안타운. 정안맨션3차와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장안타운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지난해 7월 총회를 열고 조합을 해산하기로 했다. 2021년 6월 조합을 설립한 지 1년여 만이다. 장안타운 조합 집행부는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재건축 대신 연립주택 39가구 전체를 통째로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총액은 400억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안타운과 두 블록 떨어진 홍익주택 역시 지난해 한 법인이 3개동 44가구를 전부 사들였다. 총 매입 금액은 약 810억원, 3.3㎡당 약 1억2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장 비싸게 팔린 집(전용 57㎡)은 27억4000만원이었다. 2021년 8월 같은 면적 물건이 8억4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3배 오른 셈이다.

인근 주변 빌라 실거래 가격이 전용 3.3㎡당 300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인근 한 연립주택은 2021년 전용 60㎡가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고가 통매각 사례가 잇따르면서 호가가 15억원 전후로 치솟고 있다. 통매각과 개발 사업 기대가 커지면서 일반인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성수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앞서 거래된 빌라나 연립주택은 협상 결과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전용 1㎡당 5000만원을 받아 53㎡ 빌라를 25억원이 넘는 돈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며 “지금 협상 중인 단지가 다수 있는데 한 법인이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다”고 들려준다.

성수동 빌라 인기 있는 이유는

준공업지역 위치해 허용용적률 높아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웃돈을 주면서까지 빌라나 연립주택 등을 통매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성수동 상권의 미래 가치다. 상업용지 자체가 부족한 이곳은 그만큼 토지 희소가치가 높다.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시작된 성수동 상권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지금은 성수동 북쪽에 위치한 송정동 역시 ‘제2의 성수동’이라고 불리며 토지 거래가 활발하다.

성수동 토지가 갖고 있는 개별적인 특성 역시 개발 업체들이 성수동 빌라를 매입하는 이유로 꼽힌다. 성수동은 다른 핫플레이스 지역과 달리 용도지역상 준공업지역이 대부분이다. 준공업지역은 일반적인 주거지역(2종, 3종 일반주거지역)과 비교해 허용되는 용적률이 높다. 일반적인 준공업지역은 용적률 최대 400%, 성수IT산업개발진흥지구는 최고 80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한 관계자는 “성수동 인근이 모두 준공업지역이어서 통매입 후 상업시설로 전환한 개발 업체들은 큰 이익을 얻었다”며 “좁은 면적의 상업용 건물도 성수동에서는 300억원이 기본인데 큰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빌라면 돈을 더 주더라도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수동 땅값 자체가 크게 오른 만큼 빌라 대지면적을 시세로 환산해도 빌라를 사들이는 개발 업체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성수동 내 332㎡ 규모 공장 부지가 250억원에 매매됐다. 3.3㎡당 땅값은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인근 비슷한 면적의 부지가 1년 전 180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약 40% 올랐다.

성수동에서 통매각으로 거래된 장안타운이나 홍익빌라 등은 대부분 전용면적보다 대지면적이 더 넓거나 비슷하다. 가령 장안타운은 전용 49.9㎡ 물건 대지면적은 61.7㎡에 달한다. 홍익빌라 역시 전용 57.8㎡의 대지면적은 54.75㎡로 높은 편이다. 장안타운은 20억~30억원, 홍익빌라는 18억~23억원에 거래됐다. 대지면적 3.3㎡당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거래된 공장 부지와 비교해 턱없이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 성수동 땅값은 서울 그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기형적으로 오르고 있다.

토지 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성수동1, 2가 업무상업시설 연도별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성수동 상업용 건물의 토지 단가는 3.3㎡당 약 23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서더니 2018년 약 4490만원, 2019년 5950만원, 2020년 7360만원, 2021년 902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10년 만에 성수동 땅값은 4배 이상 올랐다고 해도 틀린 해석이 아니다. 거래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수동 일대 소형 공장들은 영업 등을 이유로 거래가 쉽지 않다. 결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넓은 토지를 확보할 수 있는 빌라 통매입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역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만큼 ‘묻지마’ 형태로 빌라를 매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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