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도 ‘줍줍’…실수요 몰리며 낙찰률 두배 껑충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외면받던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이은 유찰로 낙찰가격이 내려가면서 ‘내집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낙찰률과 낙찰건수는 한 달 새 두 배 넘게 오르면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31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법원에서 경매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은 44.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17.9%)보다 26.7%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치인 22.57%와 비교해도 2배 가량 높은 셈이다. 낙찰률은 입찰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낙찰률이 44.6%라면 경매로 나온 10건 중 4.5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다.
낙찰 건수도 급증했다. 이달 서울 아파트 낙찰 건수는 총 50건으로 지난해 12월(24건)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5.8명으로, 지난해 4월(6.6명) 이후 최다치다.
낙찰률이 크게 오른 것은 연이은 유찰로 응찰가격이 내려가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경매 시장도 한파를 겪으면서 경매로 나온 물건이 줄줄이 유찰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낙찰률이 14.20%까지 떨어지며, 물건 10건 중 1.4건만이 새 주인을 찾기도 했다.
실제로 몇 해 동안 ‘똘똘한 한 채’로 인기를 끌었던 강남권 고가주택도 1~2 차례 유찰은 기본이 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144㎡(전용면적) 물건은 지난 11일 경매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62.6㎡ 물건도 지난해 11월과 지난 10일 두 차례 경매에서 모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찾는 이가 없자 이 물건은 결국 지난 13일 경매 취하됐다.
유찰 2~3번이면 ‘반값’…지역 안 가리고 ‘줍줍’ 열풍
이처럼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이 쌓이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났다. 부동산 경매에서는 유찰될 때마다 최저 응찰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찰 저감률(유찰 시 최저가격이 낮아지는 비율)이 20%인 서울법원에서 진행되는 감정가 10억원인 경매 물건이 최초경매에서 유찰되면 2회 차 경매에선 최저 경매가 8억원에서부터 시작된다. 2회 차 경매에서 또다시 유찰되면 8억원의 20%를 차감한 6억4000만원으로 3회 차 최저 경매가가 결정된다.
수도권 내의 인천과 경기 지역은 유찰 저감률이 30%로 더욱 가파르다. 감정가 10억원인 경매 물건의 최저 응찰가격은 1회 유찰 시 7억원, 2회 유찰 시 4억9000만원, 3회 유찰 시 3억4300만원이다. 3번 유찰된 물건은 감정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이달 인천과 경기 지역의 낙찰률도 소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12월 23.10%에서 이달 27.80%로 4.70%포인트 올랐다. 경기의 경우 같은 기간 25.00%에서 27.30%로 2.30%포인트 상승했다.
‘내집마련’ 나선 실수요자들…76명 응찰 몰린 단지도 등장
연이은 유찰로 가격 경쟁력을 가진 단지에는 응찰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신 아파트 84.8㎡의 경우 경매에 응찰자가 45명이 몰리면서 열기가 뜨거웠다. 감정가 16억300만원인 이 물건은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격이 8억2703만원까지 내려갔다. 결국 이 물건은 10억677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 3등의 응찰 가격은 각각 10억5100만원, 10억4999만원으로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5일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현대아파트 60㎡짜리에 76명이 응찰하기도 했다. 이 단지는 최저 입찰가격인 3억6799만원보다 1억8030만원 높은 5억4829만원에 낙찰됐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우림필유 아파트 78㎡ 물건 경매에서는 42명이 응찰하며 최저가격(1억9600만원)보다 8500만원 높은 2억8100만원에 매각됐다.
특히 투자수요보다는 실거주 수요를 중심으로 경매 응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연이은 유찰로 입찰가격이 낮아지면서 ‘내집마련’을 위해 경매로 뛰어드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금리인상과 가격 하락세 등으로 주택시장의 전망이 어둡다 보니 투자수요는 이전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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