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밥상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2023. 1. 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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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은 추석과 더불어 정치권의 대목이다. 각지에서 흩어져 있는 가족이 모여 정치적 정보를 교환하고 정치적 의견을 교환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풍경은 예전에 비해 많이 퇴색되기는 했다. 정치적 정보의 습득 혹은 교환은 이미 종편 시사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과도하게’ 얻을 수 있고, 가족이 모여 정치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의견 교환 가능성이 평소보다는 높고, 그렇기에 설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번 설 밥상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검찰이 이 대표를 다시금 소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간첩 사건이다.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홍도 주제로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재소환을 두고,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쪼개기 소환’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설득력이 그리 높지 않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주체는 중앙지검, 수원지검 그리고 성남지청 등이다. 이 대표 관련 사안에 대해 수사 주체를 ‘쪼개기 배당’한 것은 문재인 정권에 의해 이뤄졌다. 수사 주체가 다양한 것도 문재인 정권 당시에 결정된 사안이다. 이런 결정에 따라 각 수사 주체가 개별적으로 이 대표를 소환하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증명된다. MBC가 설날을 맞아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1월 18~19일 이틀 동안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잇따른 소환 통보에 대해 ‘적법한 검찰권 행사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48.6%, ‘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 수사이므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39.9%로 나타났다. 민주당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결국 민주당의 ‘쪼개기 소환’ 주장이 여론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검찰이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것인가, 그래서 만일 국회에 체포 동의안이 넘어오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고 국회로 공이 넘어왔는데 지난번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켰듯 또다시 부결시킨다면, 민주당은 ‘이기적 방탄 정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의식하는 민주당 의원 입장에서는 방탄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이 발생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데, 요사이 간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간첩 사건이 설 명절 밥상에 화제가 될 정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이 간첩을 보낸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요새도 간첩이 있나?” 생각한다. 북한이 간첩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는 직파 간첩이 공작 임무를 수행했다면, 지금은 ‘직파’가 아닌 신분을 위장해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들어와 공작을 수행한다는 차이점은 있다.

문제는, 외국에서 우회해 우리나라에 침투하는 간첩을 경찰이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데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도 관련 국가 정보당국과 국정원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간첩들 일거수일투족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경찰과 정보 교류를 하자고 나설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무리 경찰에 정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해도, 이런 부서를 외국 정보기관이 파트너로 생각하며 정보를 교류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뤄지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 새로운 정보기관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없으니 답답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공 수사는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간첩 한 명을 80년 동안 양성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침투한 간첩을, 대공 수사 노하우의 축적이 제대로 안 된 수사 주체가 수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간첩 수사에서 국내와 해외의 구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다. 해외를 통해 국내로 잠입한 간첩이 국내 인사를 포섭하거나 고정 간첩과 소통한 것을 수사하는 것은, 국내 수사인가 국외 수사인가.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국정원을 해외 정보국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2020년 말,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검찰로 넘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의하면 2024년 1월까지는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다. 그나마 현재는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으니 이번과 같은 간첩단을 적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2020년에 개정한 국정원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은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내홍이다. 나 전 대표는 1월 25일 불출마 선언을 했다. 나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본인에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최고위원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인사들 중, 이른바 비윤이라 불리는 인사들은 나 전 대표 불출마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나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비윤 중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과거처럼 여당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당이 친윤 일색으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 주변에 왜 레드팀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이런 논리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불출마로 경선을 둘러싼 내홍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비윤들이 모두 침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싸우면서 크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홍은 일정 기간 지속될 테다.

설 이후 여론이 어느 정도 변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정치판이 요동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항상 폭풍 속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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