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게임기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던 옛날, 집에서 뭐하고 놀았을까

성선해 2023. 1.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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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에도 즐긴 전략게임 쌍륙 할까 내 방에서 팔도유람하는 승람도놀이 할까

추운 겨울은 야외 활동에 제약이 많죠. 우리 조상님들은 추운 겨울엔 실내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즐겼답니다. 각자의 말을 움직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고누·쌍륙부터 재미는 물론 전국 명승지에 대한 정보까지 챙기는 승람도놀이까지.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번 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실내 전통놀이에 대해 알아봤어요.

서연우·홍예원·나예현 학생기자와 문시윤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전북 전주시 완산구 우리놀이터 마루달을 찾아 전통 실내 놀이 5종을 배웠다.

놀이판 주변에 여럿이 둘러앉아 즐기는 보드게임, 주어진 시간 안에 밀폐된 방에서 탈출하는 방탈출 게임, 게임용 기기·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비디오 게임, 게임 속 인물의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 롤플레잉 게임의 공통점은 실내에서 한다는 점이죠. 흔히 게임은 서구 문물의 산물이라 여기기 쉬운데요. 우리 조상님들도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했답니다. 딱지 한 장을 땅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 뒤집으면 따내는 딱지치기, 손바닥만 한 납작한 돌을 세워 놓고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작은 돌을 던지거나 발로 차서 세운 돌을 맞혀 넘어뜨리는 비석치기, 두 사람이 일정한 거리에서 청·홍의 화살을 던져 병 속에 많이 넣는 수효로 승부를 가리는 투호 등이 그 예죠.

딱지치기·비석치기·투호 등은 야외 놀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꺼려지는데요. 그렇다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우리 전통놀이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예현·서연우·홍예원 학생기자와 문시윤 학생모델이 실내 전통놀이를 알아보기 위해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 있는 우리놀이터 마루달을 찾았어요. 문화체육관광부·전주시·(재)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2020년 10월부터 운영한 전국 최초의 전통놀이 문화 거점공간으로 전통놀이지도사들과 함께 다양한 실내외 전통놀이를 배울 수 있는 곳이죠. 정어진 전통놀이지도사(이하 정 지도사)가 우리놀이터 마루달 실내놀이공간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어요.

줄고누를 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고누판과 말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고누는 50여 종에 달할 정도로 그 종류와 규칙이 다양하다.


상대편의 머릿속을 읽어라, 고누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는 판놀이인 쌍륙·고누부터 마당놀이인 제기차기·사방치기·공기놀이·비석치기, 전통놀이인 승람도·윷놀이 등을 보드게임화한 놀이, 디지털 기술로 재현한 구슬치기 등 20여 가지 우리 놀이를 만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실내에서 하기 좋은 고누 3종, 쌍륙 1종, 승람도놀이 기반 보드게임을 저와 함께 배울 거예요." 정 지도사가 먼저 고누판을 꺼냈죠.
고누는 지역별로 고니·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주로 땅에 판을 그려 돌·풀잎 등으로 말을 삼아 놀다 보니 ‘땅장기’라고도 합니다. 별다른 도구 없이 두 사람만 되면 놀 수 있어 전국 어디서나 대중적으로 즐겼죠. 서민적인 놀이다 보니 자세히 다룬 문헌이 많진 않지만 12세기 중후반부터 임춘의 『공방전』, 권용정의 『한양세시기』 등에 언급됐죠. 10세기 초 가마터에서도 참고누가 발견돼 고려 초에는 이미 고누가 성행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호박고누

1. 고누판과 흑돌·백돌을 준비한다.

2. 양측 꼭짓점 3개에 각각 흑돌과 백돌을 놓는다.

3. 선을 따라 꼭짓점과 꼭짓점으로 말을 움직여 상대의 말이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두면 승리한다.

"50가지가 넘는 고누 중 호박고누·줄고누·참고누를 배울 거예요. 셋 중 가장 쉬운 호박고누부터 시작할까요." 호박고누판은 한자 버금 아(亞)처럼 중앙에 타원형을 두고 양쪽에 꼭짓점이 3개씩 그려진 직선으로 이어진 형태인데요. 이 점 3개가 각 팀의 집이에요. "흑돌팀과 백돌팀이 번갈아 각자의 말을 한 칸씩 선을 따라 타원형판을 향해 움직이다가, 4등분된 타원형판 안에서 더 이상 상대방 말이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두면 승리해요. 말은 타원형판 안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이동 가능하지만, 일단 집을 벗어난 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예현 학생기자가 백돌팀, 연우 학생기자가 흑돌팀이 돼 호박고누를 해봤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예현 학생기자가 먼저 타원형판을 향해 백돌을 옮겼죠. 타원형판에는 꼭짓점 5개가 선으로 연결돼 백돌과 흑돌은 선을 따라 점과 점을 이동하면서 추격전을 벌였죠. 결국 예현 학생기자의 수를 읽고 있던 연우 학생기자의 흑돌 세 개가 백돌 두 개를 감싸 가둬버리는 것으로 게임이 끝났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예원 학생기자와 시원 학생모델이 "아이고!"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호박고누는 이렇게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재미가 있어요."

■ 줄고누

1. 흑돌·백돌을 줄고누판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집에 4개씩 올려둔다.

2. 흑돌·백돌이 번갈아 말을 움직이며 상대방 집을 향해 전진한다.

3. 한쪽이 상대방의 집에 자신의 말 4개를 모두 넣으면 승리한다.

다음으로 배울 놀이는 줄고누예요. 정 지도사가 호박고누판을 뒤집자 9개의 작은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줄고누판이 나타났죠. "먼저 흑돌 4개와 백돌 4개를 판의 양쪽 끝 점 4개에 일렬로 놓습니다. 이곳이 양 팀의 집이에요. 순서를 정해 번갈아 말 하나를 한 칸씩 선을 따라 움직여서 말 4개를 먼저 상대 팀 집에 넣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줄고누에서 말은 선을 따라 말판의 앞‧옆 방향으로만 이동 가능하고, 후진할 수는 없어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시윤 학생모델이 집에서 흑돌을 하나 꺼내 백돌팀 예원 학생기자의 집을 향해 전진했죠. "벌써부터 서로 눈에 불꽃이 튀네요. 하하."(정) 눈치싸움 끝에 시윤 학생모델이 4개 돌을 예원 학생기자의 집에 먼저 집어넣었죠. 옆에서 몰입해 지켜보던 연우·예현 학생기자가 손뼉을 쳤습니다.

개인전은 다 해봤으니 참고누로는 2대 2 팀 대결을 해볼까요. 손바닥 앞뒤로 편을 가르는 '엎어라 뒤집어라'를 통해 예현 학생기자·시윤 학생모델이 백돌팀, 연우·예원 학생기자가 흑돌팀이 됐죠. "참고누는 '고누 중 진짜 고누'라고 하여 참고누라고 불러요. 여러분은 지금 전주 한옥마을 한가운데 있는데요. 참고누는 전주 읍성의 남문인 풍남문 2층 누각에 병사들이 커다란 고누판을 그려놓고 놀이를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걸로도 알려져 있죠. 호박고누·줄고누보다 좀 어려우니 제 설명을 잘 따라오세요."

■ 참고누

1. 참고누판과 흑돌·백돌을 준비한다.

2. 전반전에서는 삼목(사진 속 백돌)을 먼저 만들어 상대방의 말을 하나씩 제거한다.

3. 상대방의 말을 제거한 자리에는 보조말(사진 속 하늘색 돌)을 둔다.

4. 고누판이 흑돌·백돌·보조말로 가득 차면 전반전 종료.

5. 보조말을 뺀 뒤 후반전 시작. 같은 방법으로 놀며 상대가 삼목을 할 수 없게 말을 2개로 만들면 승리한다.

참고누는 말 3개를 가로·세로·대각선으로 나란히 정렬한 삼목을 만들며 진행된다는 점에서 말 5개를 정렬하는 오목과 비슷해요. 호박고누·참고누는 단판승이었지만, 참고누는 축구처럼 전반전·후반전이 있고 후반전에서 최종 승부가 나죠. 전반전에선 자유롭게 말을 놓으며 삼목을 만들고 "꼰"이라고 외치면, 상대방 말을 하나 제거할 수 있습니다. 비워진 자리에는 보조말(방해돌)을 넣는데, 흑돌·백돌팀 말까지 포함해 총 24개의 말을 놓을 수 있죠. 양 팀을 합해 보조말 5개를 모두 사용하거나 판에 더 이상 말을 둘 수 없으면 전반전이 끝나요.

후반전은 놀이판에서 보조말을 모두 빼고 시작하며, 이 빈자리를 이용해 각자의 말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삼목을 만듭니다. "전반전에서 보조말을 놓을 때 후반전을 염두에 두는 게 좋아요. '내가 이 공간을 활용하면 후반전에서 삼목을 만들기 쉽겠다'라고 미리 생각하는 거죠." 삼목을 하나 만들 때마다 상대 팀 말을 하나씩 제거하며, 상대의 말이 2개가 돼 더 이상 삼목을 만들 수 없게 만들면 승리합니다.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 진행되는 참고누는 치열한 전략 싸움으로 승부를 보는 재미가 있는 판놀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흑돌팀이 먼저 말을 놓으며 삼목 만들기에 나섰는데요. 판을 유심히 보고 있던 연우 학생기자의 코칭을 받은 예원 학생기자가 첫 번째 삼목에 성공했죠. 흑돌팀이 "꼰!"을 외치며 환호한 뒤, 백돌팀의 말을 하나 제거하고 첫 번째 보조말을 놓았죠. 이후 치열한 대결이 이어졌어요. 백돌팀이 삼목을 만들려 하자 흑돌팀이 검은 말을 하나 놓아 방해했죠. 백돌팀도 흑돌팀의 말들 사이에 흰색 말을 놓아 전력으로 방어했어요. 하지만 흑돌팀이 두 번째 삼목을 만들면서 승기를 잡았습니다.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말판이 백돌·흑돌·방해돌로 가득 찼어요. 이렇게 되면 전반전은 종료, 후반전으로 넘어갑니다.

후반전은 흑돌팀이 놓은 방해말 2개를 제거한 뒤 시작됐죠. 흑돌팀의 말 12개와 백돌팀의 말 10개가 다시 승부를 겨룹니다. 이제부터는 공간을 활용해 말을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그래야 삼목을 만들어 상대편의 말이 2개가 될 때까지 제거할 수 있죠. 전반전에서 열세였던 백돌팀이 먼저 말을 움직였는데요. 흑돌팀이 적극적으로 막아서면서 후반전 첫 삼목을 만들고, 백돌팀의 말을 하나 제거했어요.

딱지치기를 즐긴 소중 학생기자단. 우리 전통놀이는 실내에서 하는 판놀이와 실외에서 하는 마당놀이로 나뉜다.


경기를 지켜보던 정 지도사가 "수적으로 불리하다 싶으면 상대 팀이 삼목을 만드는 걸 방해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어요"라고 코칭했죠. 하지만 팽팽한 방어전이 이어지면서 삼목이 나오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결국 삼목 4개를 만든 흑돌팀이 삼목을 하나도 만들지 못한 백돌팀에 우위를 점하며 끝났죠. "원래는 한쪽 팀의 말이 2개 남을 때까지 해야 하지만, 다른 놀이들도 배워야 하니 여기까지 할게요."

전략 세워 주사위 던져요, 쌍륙

고누에 이어 배울 실내 전통놀이는 쌍륙이에요. 나무를 쥐고 논다 하여 한자로 악삭(握槊)이라고도 하죠. 쌍륙은 한무제 때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래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백제 시대부터 유행한 것으로 추정돼요. 이후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았죠. 특히 바깥출입에 제약이 많았던 조선시대 양반가 부인들이 실내에서 즐겼어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한가히 옥 말판을 가져다가 쌍륙놀이하고”라고 언급했으며,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의 ‘쌍륙삼매’에도 등장합니다.

■ 여기쌍륙

1. 쌍륙판을 볼 때 자신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각자 15개의 말을 놓는다.

2.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왼쪽 나졸칸에 말을 옮긴다. 주사위 둘이 같은 숫자가 나온 경우 원 모양 장군칸에 말을 옮긴다. 특히 6과 6이 나온 쌍륙일 때는 상대편 장군칸에 말이 1개 이상이면 뺄 수도 있으며, 한 번 더 주사위를 던질 수 있다.

3. 나졸칸에 칸마다 2개씩 12개, 장군칸에 3개의 말을 다 채우면 후반전에 돌입한다.

4. 후반전에서는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반대로 왼쪽 나졸·장군칸에 있던 말들을 오른쪽 가장자리로 복귀시킨다. 먼저 다 옮기는 팀이 승리.

쌍륙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중 학생기자단은 비교적 규칙이 단순해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여기쌍륙을 배웠어요. 정 지도사가 여기쌍륙판을 펼치자 두 개의 원과 1~6 숫자가 적힌 칸 4개가 눈에 들어왔죠. 숫자 칸은 '나졸칸', 원은 '장군칸'이에요. 또 노란말 15개와 파란말 15개, 주사위 두 개가 필요하죠. 여기쌍륙은 전‧후반전으로 구성됩니다. 전반전은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쌍륙판 오른쪽 끄트머리에 모아둔 말 15개를 왼쪽 나졸·장군칸으로 상대보다 먼저 넣는 것이 핵심이에요. 후반전은 반대로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상대보다 먼저 왼쪽 나졸·장군칸 속 말들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켜야 하죠. 단, 나졸칸 하나에는 말이 2개까지, 장군칸에는 말이 3개까지만 들어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각각 3과 6이 나오면 3번 나졸칸과 6번 나졸칸에 말을 하나씩 둘 수 있죠. 두 번째로 주사위를 굴려 3과 4가 나오면 3과 4칸에 말을 하나씩 놓잖아요. 그러면 3번 나졸칸은 말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고, 만약 세 번째 주사위 놀음에서 3과 2가 나오면 2에만 말을 넣을 수 있어요.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동일한 숫자가 나오면 장군칸에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여기쌍륙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의해 놀이의 승패가 결정되며,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쌍륙에서는 특히 주사위에서 6과 6이 나올 때, 즉 '쌍륙'일 때 세 가지 혜택이 주어집니다. 첫 번째로 자신의 장군칸에 말을 더하거나 빼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으며, 두 번째로 상대편의 장군칸에 있는 말을 더하거나 빼면서 방해할 수 있어요. 단, 상대방의 장군칸이 비거나 가득 찬 경우에는 말을 빼거나 더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기회가 주어지죠.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규칙도 알아야 해요. 보통 스포츠와 달리 여기쌍륙은 전반전을 먼저 끝낸 팀이 상대 팀 진행속도와 상관없이 먼저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죠. 정 지도사가 알려준 규칙을 숙지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시 한 번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시윤 학생모델과 예현 학생기자가 노란말팀이 돼 먼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지니 3과 4가 나와서 3번과 4번 나졸칸에 각각 말을 채웠어요. 연우·예원 학생기자의 파란말팀은 5와 5가 나와 장군칸에 말 하나를 넣었죠. 두 번째 주사위 놀음에서는 노란말팀이 6과 4를 기록해 4번 나졸칸을 모두 채웠습니다. 때문에 이후 주사위 놀음에서 4가 나와도 그냥 넘어가야 했죠.

서연우·홍예원·나예현 학생기자와 문시윤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추운 겨울 실내에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전통 놀이에 대해 알아봤다.

주사위 두 개 모두 6이 나오는 쌍륙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건 파란말팀이었어요. 양측 모두 장군칸에 말이 1개씩 있던 상황에서 파란말팀이 쌍륙으로 장군칸에 두 번째 말을 넣고, 노란말팀 장군칸에서 말 1개를 제거했으며,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려 1~6번 나졸칸을 다 채웠거든요. 장군칸에 마지막 말을 넣어 전반전을 끝낸 것도 세 번째 쌍륙을 기록하면서였죠. 반면 노란말팀은 나졸칸은 다 채웠지만 장군칸이 비어서 전반전을 끝내지 못했어요. "이 상태에서는 파란말팀이 후반전을 먼저 시작하고, 노란말팀은 전반전을 계속합니다." 후반전은 같은 규칙을 반대로 해요.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그 숫자에 맞는 나졸칸의 말을 빼고, 똑같은 숫자가 나오면 장군칸의 말을 움직이죠. 주사위 운이 따르지 않아 노란말팀이 장군칸을 못 채운 상황에서 파란말팀이 왼쪽 나졸·장군칸의 15개 말을 원상복귀하는데 성공했죠. "우와, 이겼다!"

우리나라 명승지 돌아보자, 승람도놀이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놀이판(승람도)에 적어놓고 주사위를 던져 전국 팔도를 유람하다 가장 먼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전통놀이를 '승람도놀이'라고 해요. 참가자들은 시인·한량·농부·어부 등 각자 신분을 정한 뒤 순서에 따라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놀이판 위 말을 옮기며 전국을 돌아보죠. 다만 신분에 따라 제약과 특혜가 있고, 말이 '회오리 바람'이 있는 칸에 가면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등 예외가 있어 운이 승패를 많이 좌우해요.

■ 암행어사 출두요

1.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칸을 이동해 자신의 말을 두고, 해당 칸의 카드 뒷면에 있는 미니게임을 바로 수행한다.

2. 명승지 칸에서는 역사장소카드, 어명 칸에서는 어명카드를 쓴다. 참가자에게 불리한 상황은 마패로 1인당 2번까지 무효화할 수 있다.

3. 백두산 칸에 도착해 다음 차례에 백두산 카드 뒷면에 적힌 미니게임 미션까지 성공, 가장 먼저 도착을 확정한 참가자가 승리.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는 2019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승람도놀이를 모티브로 제작한 보드게임 '암행어사 출두요'를 해볼 수 있죠. 승람도놀이는 각기 다른 신분의 참가자들이 전국 유람하는 콘셉트였지만, '암행어사 출두요'는 참가자가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돼 여러 고을을 돌아다닌다는 콘셉트의 보드게임입니다. 정 지도사가 '암행어사 출두요' 놀이판을 펼치자 S자가 여러 번 꺾인 모양으로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그림이 나왔어요. 출발점 옆에는 경복궁, 종착점에는 백두산이 그려졌고, 그 사이에는 평양성·첨성대·해인사 등 우리나라 명승고적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죠. 또 '어명' '뒤로 5칸'이라고 적힌 칸, 사다리가 그려진 칸도 있었어요. 한 개의 주사위와 여러 장의 역사장소·어명·마패카드가 세트죠.

"'암행어사 출두요' 놀이는 참가자들이 순서를 정해 주사위를 던져 출발점에서부터 말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오면 앞으로 네 칸 이동하는데, 출발점에서부터 네 번째 칸은 남대문이죠. 이때 역사장소카드 중 남대문을 꺼내 카드 뒷면에 쓰인 미니게임을 바로 수행합니다. 백두산에 도착했을 때만 다음 차례를 기다려 미니게임을 합니다."

놀이판에서 역사장소 대신 어명이 적힌 칸에 도착하면 어명카드를 꺼내고 마찬가지로 뒷면의 미니게임을 바로 수행해요.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는 마패카드로 1인당 2번까지 없던 일로 할 수 있죠. 사다리 칸에 말이 도착했을 때는 해당 사다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말을 움직여야 해요. 사다리를 통해 다른 참가자들보다 훨씬 앞서나갈 수도 있지만, 뒤로 되돌아갈 수도 있답니다.

정어진(왼쪽에서 세 번째) 전통놀이지도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승람도놀이 기반 보드게임 '암행어사 출두요'에 대해 설명했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연우 학생기자→예현 학생기자→예원 학생기자→시윤 학생모델로 순서가 정해졌어요. 연우 학생기자가 던진 첫 번째 주사위에서 4가 나오며 출발점에서 네 번째 칸인 남대문으로 말을 이동했죠. "역사장소카드에서 남대문을 꺼내 뒤편에 있는 미니게임을 살펴보세요." 남대문 카드 뒷면에는 '1·2가 나오면 청령포, 3·4가 나오면 남한산성, 5·6이 나오면 경복궁'이라고 적혀 있었죠. 뒤이어 주사위를 던진 예현 학생기자도 4가 나오며 남대문으로 이동해 바로 같은 미니게임을 수행하게 됐죠. 예원 학생기자는 2가 나와서 어명칸으로 이동했어요. "어명카드 중 한 장을 뽑아보세요." 예원 학생기자가 뽑은 어명카드 뒷면에는 '6칸 앞으로 이동'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앞서나갔죠.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던진 시윤 학생모델도 예원 학생기자와 마찬가지로 2가 나왔는데, '4칸 앞으로 이동' 어명카드를 뽑아 바로 따라갔죠.

엎치락뒤치락 하며 종착점인 백두산을 향해 가던 소중 학생기자단. 선두를 달리던 연우 학생기자가 어명칸에서 뽑은 카드에서 '4칸 뒤로 이동'이 나와 후진해야 했어요. 마패를 써서 해당 미니게임을 무효화한 연우 학생기자에게 이후 운이 따르며 가장 먼저 백두산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변수는 '3·4가 나오면 미션 성공'이라고 적힌 백두산 카드 미니게임이었죠. 다음 차례가 돌아온 연우 학생기자가 던진 주사위에서 4가 나오면서 1위로 최종 골인했어요.

"여러분이 오늘 체험한 것처럼 '암행어사 출두요'는 참가자들이 놀이를 통해 우리나라 지명을 학습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에요. 승람도놀이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것이죠."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는 고누·쌍륙 등 전통 실내놀이 외에도 비석치기(사진)·제기차기 등 다양한 마당놀이도 할 수 있다.

호박고누·줄고누·참고누와 여기쌍륙, 승람도놀이 기반의 보드게임까지. 다섯 가지 실내 전통놀이를 배우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실내 전통놀이가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전통놀이를 알리기 위한 현대화 작업이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온라인에서도 쉽게 실내 전통놀이 키트를 구매할 수 있죠. 특히 고누의 경우 바둑알만 있으면 직접 판을 그려서 놀 수도 있답니다. 소중 친구들도 가족·친구들과 함께 실내 전통놀이를 해보세요. 기나긴 겨울이 즐거운 추억과 함께 쏜살같이 지나갈 거예요.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전주로 실내 전통놀이를 취재하러 가기 전에는 제가 대부분의 전통놀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고누·쌍륙 등 처음 접해 보는 놀이가 많았죠. 취재에서 배운 고누 중에선 집중을 매우 잘해야 하고 상대뿐만 아니라 나의 말도 신경 써야 해서 조금 어려웠지만 참고누가 가장 재밌었어요. 고누 종류가 50여 가지라고 하는데 3가지밖에 못 해본 것이 아쉬웠죠. 여기쌍륙은 규칙도 간단하고 운이 승부를 결정짓는 놀이라서 가볍게 즐길 수 있었어요.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보드게임도 했는데, 우리나라 명승지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체험해보니, 실내 전통놀이도 현대 놀이 못지않게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재미있는 전통놀이 많이 해보세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우리 조상들은 무슨 놀이를 했을까?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 있을 거예요. 저는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 옛 놀이들을 경험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했죠. 아름답고 멋진 전주의 한옥마을엔 우리 조상님들이 즐겼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우리놀이터 마루달이 있답니다. 딱지치기·땅따먹기·비석치기와 같이 잘 알려진 야외놀이뿐만 아니라 고누·쌍륙 같은 실내 놀이도 할 수 있었죠. 또,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보드게임은 전통놀이를 현대화한 것이라 친근감 있고 흥미로웠어요. 요즘에는 전통놀이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전자기기 게임에서 벗어나 조상님들이 하셨던 전통놀이를 즐겨보세요.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

이번 취재를 계기로 재미있는 실내 전통놀이를 알게 됐어요. 승람도놀이 기반 보드게임인 '암행어사 출두요', 여기쌍륙 모두 재미있었지만 그중 고누가 제일 재밌었죠. 호박고누는 규칙이 쉬우면서도 재밌어서 고누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요. 줄고누는 누군가는 한 번 양보해야 하고, 상대방의 집에 자신의 모든 말이 들어가야 하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참고누가 제일 재밌었는데요. 2라운드로 구성되다 보니 마지막에 이겼을 때 제일 쾌감이 큰 것 같아요. 변수도 많고 규칙에 기반해 전략만 잘 짜면 매우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우리 소중 친구들도 우리 놀이 고누 꼭 해보세요.

서연우(서울 월계초 5) 학생기자

취재 전 고누와 쌍륙에 관한 영상을 찾아봤을 때는 규칙이 이해가 잘 안 되고 어려웠는데 우리놀이터 마루달에 가서 설명을 듣고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무척 재미있었어요. 팀전이었던 참고누 땐 제가 속한 흑돌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죠. 쌍륙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생소했는데 직접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저희 팀이 운 좋게 쌍륙이 여러 번 나와서 깜짝 놀랐죠. 저는 가족‧친구들과 종종 보드게임을 하고 노는데 옛날에도 고누‧쌍륙 같은 일종의 보드게임이 있었다니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했어요.

홍예원(경기도 신리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서연우(서울 월계초 5)·홍예원(경기도 신리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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