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를 읽는 나라에 산다는 것

2023. 1. 3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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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 시인'이라는 말이 있다.

음이 있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말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시와 문학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음유 시인이라는 말이나 음악의 기원에 대한 추측은 사실 모두 서구의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것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자극적인 영상과 말들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시를 읽고자 하는 마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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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음유 시인’이라는 말이 있다. 중세 유럽의 여러 지방을 떠돌아다니며 시와 노래를 짓고 읊었던 시인을 뜻한다. 당시만 해도 음악과 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시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보통 운율이 있고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짧은 글을 우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시의 탄생은 보통 노랫말에서 연유됐다고들 한다. 음이 있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말이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시와 문학이 탄생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음악의 기원에 대한 가설 중에도 음악이 언어에 의해 탄생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높낮이가 점차 뚜렷해지면서 음악이 생겨났다는 추측이 있다. 즉 음악이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관사가 있는 언어에서 말의 강세는 관사 다음의 명사에 오게 된다. 따라서 작곡가들은 가사의 강세, 높낮이 등을 반영하기 위해 못갖춘마디를 사용했다고 한다. 못갖춘마디란 곡의 시작에 사용되는 불완전한 마디를 말한다. 음악의 형식에 언어가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음유 시인이라는 말이나 음악의 기원에 대한 추측은 사실 모두 서구의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스크린도어 앞에 서기만 해도 시를 읽을 수 있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과거 시험을 통해 문학적 역량에 따라 관직을 배정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 한국어와 한글이 지닌 독특한 문학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동안 자국어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매년 새로운 시인들이 등장하고, 시를 쓰는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곳.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를 읽는 나라가 한국임을 알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확히 해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것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자극적인 영상과 말들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시를 읽고자 하는 마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마음들의 소중함에 대해 우리는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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