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중국 외교의 변검술

입력 2023. 1.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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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전통극의 유명한 연기 기법 가운데 변검이 있다.

2023년 신년, 중국 외교의 낯선 얼굴을 마주하면서 문득 변검이 떠올랐다.

마치 변검처럼 중국 외교가 뜻밖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 외교가 변검술을 발휘하면서 대상과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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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동덕여대 교수·중어중국학과)


중국 쓰촨성 전통극의 유명한 연기 기법 가운데 변검이 있다. 마술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가면을 교체하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줘 요즘도 중국 공연장에서 청중들에게 인기가 있다. 2023년 신년, 중국 외교의 낯선 얼굴을 마주하면서 문득 변검이 떠올랐다. 마치 변검처럼 중국 외교가 뜻밖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시진핑 체제는 기존 저비용의 협력적 외교를 지향하던 도광양회(韜光養晦)식의 접근에서 벗어나 공세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행보를 전개해 왔다. 최근엔 미국과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이른바 늑대전사 외교(전랑외교·戰狼外交)라고 불릴 정도로 강경한 외교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진핑 3기 체제가 구축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더욱 강경한 힘의 외교를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외교는 예상과 달리 이전보다 오히려 유화적인 면모를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하면서 전방위의 광폭 외교를 주도해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과 함께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예컨대 프랑스 호주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그간 불편했던 국가들을 향해 경제 카드를 동원하면서 능동적으로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전랑외교의 상징으로 회자되던 신임 친강 외교부장은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신년 인사를 하는 깜짝 이벤트를 한 것도 낯선 모습이다. 중국의 이례적인 외교 행보가 경제 위기와 국제적 고립에 따른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주류다. 중국이 시진핑 체제 확립에는 성공했으나 내우외환에 직면한 것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중국 외교가 유연하고 온건한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에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이 있자 중국은 한국 일본만을 겨냥해 자국 입국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스스로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이슈에서도 온건한 태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매년 제시하는 신년 외교 과제를 추적해보면 일관되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태세로 진화해 가는 영역이 있다. 예컨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략은 해가 갈수록 구체적이고 확고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중국식’ 글로벌 거버넌스 담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시진핑 정부가 다자 무대를 활용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날로 명확해지고 있다. 시 주석이 재개한 대면 정상외교는 사실상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걸프회의(GCC) 등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제 다자 기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중국식 이념, 제도, 발전 방식, 담론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인식 제고를 위한 국제적 소통과 발언권 강화를 2023년 6대 외교 과제의 하나로 상정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와 가치 공세에 중국식을 전면에 내세워 국제사회에 독자적인 세력권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본격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중국 외교가 변검술을 발휘하면서 대상과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외교가 강경 일변도일 때보다 오히려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면서 예측과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외교의 온건한 겉모습의 이면에 모색되고 있는 전략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중국식 변검 외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동률(동덕여대 교수·중어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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