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북한 무인기 도발과 1968년 ‘1·21 사태’

2023. 1. 3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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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었다. 당시 종로서장이던 최규식 총경이 자하문 근방에서 저지하지 않았다면 청와대까지 쳐들어가 박정희 대통령의 신변이 위험할 뻔했다. 55년이 지나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까지 침투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것인지 허탈했다.

1968년은 베트남전쟁 중이었고, 국제 공산당의 연대 투쟁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김일성은 이 틈을 타 대남 무력투쟁을 선언했다. 4대 군사 노선을 내세우며 “합법 비합법, 폭력 비폭력 모든 수단을 배합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비의 기습 침투에 무방비 상태였던 박정희 정부는 즉각 대통령훈령으로 합참에 대간첩대책본부를 설치해 군과 각 정보수사기관을 통합·지휘하도록 했다. 향토예비군제도가 시작됐고, 북한 대응 보복 공격을 위해 중앙정보부에서 실미도 특수군을 양성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 북한 도발엔 강력한 대응 효과적
소형무기 탐색·타격 능력 높이고
공격 원점 타격 능력도 강화해야

리셋 코리아

하지만 결정적 취약점이 있었다. 우리에겐 선제공격권이 없을 뿐 아니라 보복 공격도 제한을 받았다. 미군이 가진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대응 작전의 손을 묶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도 힘든 판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았다. 이틀 뒤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함이 북한에 나포됐어도 미국은 보복하지 못했다.

우리 내부 방어력 강화는 가능해도 보복 공격은 불가능했다. 북한이 그해 겨울 삼척·울진 지역에 대규모 게릴라를 침투시켰지만 향토예비군에 발각되었고, 군의 합동작전으로 소탕되었다. 방어력을 강화한 결과 김일성은 게릴라 침투 기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71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은 “청와대 습격 사건은 좌경맹동분자들의 소행”이라고 변명하고 사과했다. 우리가 강해지면 북한은 수그러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북한은 이번에 무인기로 기습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북한의 신종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에서 교훈을 찾자.

첫째, 과거 대통령훈령 같이 군의 통합지휘체계를 갖추고 민관군 합동의 무인기 대처 기구를 두어야 한다. 무인기는 소형이고 고도가 낮아 기존 방식으로는 탐색이 어렵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무기를 장착해 2차 공격을 가할 것이다. 민관군 합동으로 소형 무기의 탐색 능력을 높이고 정확히 타격하는 방어력을 갖추어 북한 기습공격에 대처해야 한다. 우리의 전자기술과 무기 개발 수준으로 북한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북한에 당해야 대책을 세우는 소극적 군사 태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왜 핵·미사일 기술을 중동 국가들에 이전하지 못할까.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 식으로 철저한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기에 자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물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다. 북한이 여차하면 무서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 군도 북한의 공격 원점 타격 능력을 갖추도록 사전에 미군과 협의하여야 한다. 우리도 무인기 보복 공격 능력을 갖추어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참수 작전 수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북한의 절제 없는 미사일 도발로 일본 재무장 빌미를 주었다. 이미 일본의 원점 타격 능력을 미국이 인정하였다. 일본은 이제 전쟁 가능 국가로 한 발씩 가고 있다. 일본의 국비 증강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일본은 1, 2차 대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군비 증강 발동이 걸리면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본 방위력이 필요 이상으로 증강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 국민을 자극하여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전쟁 가능 국가로 가도록 촉구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중국에 동북아 군사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 도발 저지와 평화와 안정 필요성을 촉구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북한 도발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북한이 사전에 알도록 경고해야 ‘현대판 1·21사태’를 막을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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