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길의 한반도평화워치] 한국과 인도, 위대한 관계 만들 때가 됐다

2023. 1. 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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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시대의 핵심 국가 인도


신봉길 전 주인도 대사,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2018년부터 3년 6개월 간 주인도 대사로 일할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외교 책사인 수브라함 자이샨카르 외교장관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외교부 수석차관에서 물러난 뒤 인도 최대 재벌 타타(TATA)그룹의 대외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차관 시절인 2015년 5월 모디 총리를 수행해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2007년 고향인 구자라트주 총리로 처음 방한한 이래 한국에 꽂혀 있던 모디 총리는 한국 방문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협력 방안을 가지고 갔으나 결과는 실망이었다고 했다. 한국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한국은 한마디로 너무 바쁜 나라”였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2001~2014)부터 공개적으로 말해 온 것이 한국 배우기다. 그는 인구나 면적 면에서 구자라트주와 비슷한 한국이 어떻게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떠올랐는지 늘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2014년 연방 총리가 된 이후에도 한국이 인도의 발전 모델이라는 신념을 감추지 않았다. 거기서 나온 것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이다. 강력한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롤 모델은 한국이다.

「 인도는 올해 세계 1위 인구 대국, 2030년엔 3위 경제 대국
미·중·일·러 등 강대국 모두 인도의 향배에 촉각 곤두세워
모디 총리 “한국 발전은 인도에 영감의 원천, 모범적 모델”
인도와 외교·안보·경제·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관계 강화해야

“인도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싶다”

한반도평화워치

그는 2018년 초 한국 재계 대표단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는 민주주의, 젊은 인구 구조(65%가 35세 미만), 거대한 시장 등 3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는 “인도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2019년 2월 방한했을 때도 한국 편향을 숨김없이 나타냈다. “한국의 발전은 인도에 영감의 원천이며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했다.

독립기념일 행사에 나온 모디 총리가 10만 청중 앞에서 “나는 마음이 급하다”는 말을 수십 차례 후렴처럼 되풀이하며 열변을 토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인도를 단기간에 톱 국가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절절히 느껴졌다.

인도가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유엔 인구국(UNPD)은 올해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해 세계 인구 1위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력도 급상승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모디 총리 집권 이래 연평균 6~7% 성장하고 있다. 2021년 8.5%에 이어 지난해에도 8%대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세계 5위인 GDP 규모는 2030년에는 독일·일본을 추월해 미국·중국에 이은 G3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정치적 안정과 급속한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모디 총리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다. 공용어만 22개를 가진 연방국가의 총리가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모디 총리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에 대한 국민 지지는 절대적 신뢰에서 나온다. ‘부패에 물들지 않는 사람,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의 이미지다.

모디 총리 지지율 70% 웃돌아

필자가 주인도 대사로 일하면서 만난 인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모두 모디 총리가 대단한 일 중독자라고 말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자신의 3년간 외교부 수석차관 시절을 회상하며 가족도 없이 일만 생각하는 총리를 모시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모디 총리는 18세에 결혼했으나 결혼 직후 힌두 철학에 심취해 히말라야로 수행을 떠난 이래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모디 총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권위주의 지도자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집권 이래 계속 70% 이상의 여론이 지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판은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2022년 8월 세계 22개 주요국 지도자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75%로 1위를 기록했다. 당분간 모디 총리의 시대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인도·태평양시대에 전략적 가치가 돋보이는 국제 정치 대국이다. 인도는 아세안,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 모두와도 깊은 연대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53개국, EU 27개국, 아세안 10개국을 각각 한곳에 모아 1대 1로 정상회담을 하는 나라다. 하기야 아프리카 전체 인구(13억5000만)가 인도보다 적다. 아세안 인구는 인도의 반도 안 되고, EU 인구는 인도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나라도 인도뿐이다. 인도는 세계 4위의 군사 대국이다. 인도와 중국은 2020년 5월 북부 카슈미르 히말라야 국경 충돌로 양측 군인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충돌이 있었다. 당시 양측은 5만~6만 명의 군대를 현장에 집결시켰다.

인도와 전방위 제휴 추진해야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사슬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도 인도다.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라는 점에서 권위주의 체제의 중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다. 인도는 또 IT산업 강국으로서 국제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고 있고 클린에너지 향배에도 중요한 국가다. 2015년 인도-아프리카정상회의에서 프랑스와 함께 태양광 분야의 유일한 국제 협의체인 국제태양광동맹(ISA)을 발족시켰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상징하는 세계화, 자유주의, 시장경제, 대의민주정치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그 이념을 붙들고 가면서도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나라가 인도다.

이러한 거대 국가의 향배에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기존 강대국들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운다. 미국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4개국의 반도체 생산·공급망) 등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도처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도의 향배는 더욱 중요하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최근 뉴욕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특정 국가에 경사되지 않는 다자 제휴(multi-alignment) 또는 전방위 제휴(all-alignment)라는 특유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리더로서 전략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독자 외교를 펼쳐 나가겠다는 정책 표명이다.

그 와중에 인도가 한국에 대해 전략적 손짓을 계속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인도의 외교 전략 지평에 한국이 떠오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모디 총리 집권 이후의 이야기다. 인도의 역사 교과서에 한국사가 들어간 것도 2018년이 처음이다. 그때 처음으로 중국·일본과 같은 6쪽 분량의 한국 역사가 포함되었다.

인도는 한국에 ‘제2의 중국’

모디 총리가 2024년 총선에서 재집권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모디 총리가 있을 때 획기적으로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서로 빚이 없고 지정학적으로도 서로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 2000년 전 가야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결혼으로 사돈 나라임을 강조하는 인도를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제2의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과 30년 상호 윈윈했듯 이제 인도 경영에 올인할 때다. 인도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보다 지리적으로 멀고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인도 중부에 대규모 의류공장을 짓는 Y무역의 S회장은 “인도가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지만 아직 인프라, 행정 서비스 등 투자 환경이 베트남에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인도에 진출한 기아자동차는 연 40만 대의 생산 공장을 완전히 가동하며 단숨에 인도 4위의 자동차업체로 떠올랐다. 훨씬 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까지 합치면 한국 기업이 인도에서 연 100만 대 이상 차를 생산·판매한다.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는 9월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윤석열 정부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4강 외교에 몰두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인도와 외교·안보·경제·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과 인도는 이제 위대한 관계를 만들 때가 됐다.

신봉길 전 주인도 대사,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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