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난방 대란 이겨내기

최현주 입력 2023. 1. 30. 00:47 수정 2023. 1. 3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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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증권부 기자

난방은 정온동물인 인간의 역사와 맥이 같다. 섭씨 36.5도를 유지해야 하는 인간에게 온도 조절은 곧 생존으로 연결된다. 러시아 과학자 미하일 일린(1895~1953)은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 진화에 난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꼽는다. 수백만 년 전 열대림에서 원숭이 등과 함께 나무 위에서 살았던 인류는 빙하기를 맞아 다른 열대림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한 원숭이와 달리 땅으로 내려가 정착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동물 가죽을 걸치거나 집을 만들었지만 한계가 있었고, 불을 발견하며 본격적인 난방을 한다. 땔감 비축은 식량 확보만큼 중요했다.

유독 추운 날씨만큼이나 ‘난방 대란’ 파장이 매섭다. 지난해 4월부터 38% 오른 난방비 위력이 이제야 피부에 와 닿아서다. 최근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설을 맞은 서민들은 친척들과 둘러앉아 공분했다. 야당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난했고 여당은 전 정권 탓이라고 맞받아쳤다. ‘표심’ 관리에 급급해 제때 난방비를 올리지 않은 타격이라는 것이다. 서로 ‘남 탓’ 공방이다.

그러자 야당이 뜬금없이 ‘횡재세’를 걷자고 나섰다. 한국은 난방 연료 90% 이상을 수입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간 마진만 남긴다는 의미다. 유가에 따라 흑·적자가 갈리는데 유가가 올라 수익이 났으니 세금을 내란다. 유가가 내리면 ‘불운세’를 지원하려는 걸까. 그러자 여당이 또 돈을 풀겠다고 응수한다. 예산안 확정 한 달 만에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30조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난방비를 지원하겠단다. 추경으로 돈을 풀면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는 더 오를 판이다. 여야 모두 전형적 포퓰리즘이다.

문제는 에너지 바우처 지급 같은 땜질 처방으로 난방 대란이 잠잠해질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 러시아에서 가스를 공급받던 유럽이 안보 등을 이유로 액화천연가스(LNG)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LNG는 한국·일본·중국이 주로 사용했는데 경쟁자가 늘면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단열공사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만큼 혜택을 줘도 좋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고픈 마음이 잘못은 아닌데도 왠지 징벌적인 세금을 내는 기분이다. 창문마다 ‘뽁뽁이’(포장용 에어캡)를 붙이고 내복도 입었지만, 집에서 텐트까지 치고 자고 싶진 않다.

최현주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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