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끼던 소나무 정원, 하루 2000명 방문 ‘핫플’로 바꾼 대구 청년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 2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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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순 대구 북구 한적한 도로변에 기이한 건물이 들어섰다. 원형 모양인데 중간이 비어 있는 독톡한 구조다. 색깔도 스페인이나 그리스에 가면 볼 수 있는 연주황색 계열이라 곧바로 눈에 띈다. 입구에는 ‘mrnw’라 적혀 있는데 무슨 뜻인지 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mrnw’. 사진 박수호 기자
실내는 더 다채롭다.

베이커리 카페에는 커피며 케이크를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인기 메뉴인 ‘데니쉬 페스추리’ 류의 빵은 올해 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6개월 만에 2만개를 넘겼단다.

건물 다른 한편에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윗층은 전시공간, 그 위로는 편집숍(더 라스트백업 스토어)도 있다.

편집숍에서 파는 물품도 범상치 않다. ‘mrnw’ 로고가 박힌 옷이며 머그컵 같은 굿즈는 기본.

편집숍(더 라스트백업 스토어) mrnw 제공
심지어 ‘mrnw 삽’도 판다. 맞다. 땅을 파는 바로 그 삽이다.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이 가게가 살아남았다면 다시 지구를 재건할 때 쓰기 위해 사야 하는 삽’이란다. 재치 있는 문구에 씨익 웃게 된다.
mrnw 편집숍에서만 파는 삽. 재치 있는 소개 문구가 눈길을 끈다. mrnw 제공
대구가 낳은 캐릭터 ‘미스터두나띵’ 같은 업체 제품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1992년생 대구 청년 일 내다
창업자는 한솔 대표.

1992년생으로 원래는 패션 전공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끼던 소나무 정원을 보고 ‘필(feel)’ 받아 공간 개발에 나선 것이 여기까지 왔다. 조경에 빠져 전국의 다양한 소나무를 끌어다 약 2400평(2933제곱미터) 땅에 개인정원을 꾸몄다.

아들은 이 공간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무는 그대로 두고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도 구경하고 대구 고유의 젊고 역동적인 문화, 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맘먹었다. 부친에게 말씀드리니 경상도 말로 ‘택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계속 밀어붙였다. 당시는 2020년. 코로나19로 특히 대구가 거의 봉쇄 분위기일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외출도 어려울 때였는데 이런 때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이기지 못했다.

건물 최상층에서 내려다본 소나무 정원. mrnw 제공
‘mrnw’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래농원’의 약자. 아버지 회사명을 세련되게 해석한 오마주 성격의 이름이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패션 전공이라는데 공간기획자가 됐다.
아직도 패션이라는 분야에 로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mrnw 프로젝트도 실은 친구들과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치 않게 진행하게 됐다. ‘notitle’이라는 팀을 만들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기획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던 게 일이 커져버렸다(웃음).

‘mrnw’가 있기 전 이곳은 아버지의 오랜 취미 공간이자 가족의 쉼터였다. 그런 공간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패션을 좋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치면 ‘힙’한 공간이 될 거라 확신했다. 예술과 패션에 대한 관심만큼 미래농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만들어내고 싶은지 그 길도 명확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잘 실현돼 만족한다.

mrnw의 소나무 정원 mrnw 제공
Q. 대구에선 보기 힘들게 서울 유명 팀들과 협업했다는데.
처음 공간을 구성할때 수많은 자료를 찾고 직접 다니며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꿈을 실현시킬 좋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소문 끝에 SOA건축팀과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만나게 됐다.
SOA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LOCI가 참여해 지은 mrnw mrnw
내부는 특별한 인테리어보다는 건축 그 자체에서 주는 웅장함과 모던함을 지킬 수 있는 특별한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공간 디자인팀이자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작가가 소속된 팀 바이럴스와 함께했다.

모든 팀이 우리가 원하는 바와 스토리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줘서 건축, 공간 구성이 수월했다. 이미 업계 최고 자리에 있는 팀들이라 작업이 힘들 수도 있었지만 모두 ‘notitle’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줘 감사할 따름이다.

Q. 개장 후 반응이 어땠나.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는데 대단히 떨렸다. 대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북구 쪽 길가에 열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열자마자 주차장이 꽉 들어차고 베이커리 카페에는 줄이 형성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에서 손님이 왔다. 동시에 1000여명 이상 소화하기에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월매출이 2억원을 돌파할 때도 있었다. 과분한 관심에 감사하다.
mrnw 대표 베이커리 카페 ‘파이퍼’는 전국에서 손님이 밀려들고 있다. mrnw
대구라는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쉼터를 만들고 싶었고, 많은 분이 소나무 정원이 보이는 회랑에 앉거나 중정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모습만 봐도 흐뭇했다. 아버지도 이 광경을 보시더니 흡족해 하셨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본인이 손님들에게 얘기하실 정도다.

Q. 서울 진출 얘기도 있던데.

아직까지는 현재 mrnw를 정착시키기에 초점을 두고 달려가고 있다. 다만 ‘파이퍼 카페’가 반응이 뜨거워 다른 공간 입점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전국 공간 개발에 도전해보고 싶다.

Q. 앞으로 미래농원 브랜드를 계속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전략이 있다면.

mrnw는 이 공간에 있기에 브랜드가 힘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mrnw에서 좋은 경험과 콘텐츠들을 쌓아 올려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브랜드를 또 선보일 예정이다. 그 예로는 조경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브랜드 기획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구 지역 캐릭터 ‘미스터두나띵’과 협업한 공간 기획. mrnw
당장은 mrnw 인근 부지에 조성한 ‘괄호정원’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공간이 본관보다 많이 협소하고 작은 야생화부터 관리가 많이 필요한 공간이라 상시 오픈보다는 정원과 연계해 좋은 콘텐츠 기업, 브랜드들과 함께할 때만 개방하는 형태가 될 듯싶다. 더 많은 확장, 도전, 시도를 이들과 함께할 생각에 많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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