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서마니 강변길에서 칼바람과 맞짱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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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환 기자]
▲ 서마니 강변길 서마니 강변길은 신림면 송계리 일대 강변을 걷는 트레킹코스다. 도로와 인접하지만 별도 길을 마련해놓아 안전하다. |
ⓒ 이보환 |
초하루인 설날과 이틀은 성묘, 세배 등으로 분주했다. 이렇게 설날이 되면 무언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 대접을 핑계로 먹고 마시고 했으니 몸도 마음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연휴 마지막인 24일 지난번 실수로 가지 못했던 '서마니 강변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이 출발점이다.
그런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데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온다. 대략 온도가 영하 13도에 바람까지 불어 얼굴 전체가 얼얼하다.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할 텐데, 큰일이다.
일단 시작하자. 너무 추우면 돌아오더라도!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다. 외투 주머니 속 핫팩이 마지막 과정이다. 뜨끈한 황둔찐빵도 하나 사먹었다. 속이 든든하면 추위도 덜한 법.
서마니 강변길은 원주 치악산 둘레길 5코스다. 서마니길이 있는 곳은 송계리 일대.
송계리는 삼송마을과 계야마을이 더해진 이름이다. 서마니란 명칭은 '섬안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마을을 강물이 휘감아 돌아 그 모습이 마치 섬 안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일단 오늘은 황둔하나로마트에서 송계교~유치교~섬안교~골안골정상까지 다녀올 심산이다. 황둔찐빵마을을 벗어나자 탁 트인 농로가 맞아준다. 허허벌판에서 온몸으로 겨울바람을 맞는다. 방한용품으로 꽁꽁 감쌌지만 살을 파고드는 바람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빨리 걷는다. 일단 속력을 내야 추위가 덜하다. 걸음을 재촉하던 중 물소리인지 콸콸 소리가 귀를 쫑긋하게 한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렁찬 물소리에 비해 물줄기가 작다. 거센 바람을 삼킨 소리의 주인이 생각보다 왜소해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아무리 추워도 봄을 향해 가고있구나, 얼음속으로 물은 흐르는구나' 생각하며 걷는다.
▲ 서마니 강변길 풍경 걷는 내내 강과 기암괴석, 산림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
ⓒ 이보환 |
송계교를 지나니 데크길이 다리 아래로 연결된다. 우측으로 화장실이 있고 좌측 방향은 골안골 정상으로 향한다. '서마니 마을 숲속 트레킹길'이라 적힌 작은 안내판을 따라 발을 옮긴다.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떨어진 솔잎이 푹신하다. 서마니 마을 숲속 트레킹길과 골안골정상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자 눈 쌓인 오르막길이다. 눈길에 얽히고 설킨 발자국 틈에 포개진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반갑다. 산길에서 만나는 표시는 언제나 그렇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누군가의 발길과 맞닿았다니... 나도 모르게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점점 경사가 심해진다. 힘에 버겁지도 않고, 추위도 견딜만 하지만 골안골 정상을 1.3㎞ 남기고 하산을 결정한다.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하지 못했다. 변수가 많은 겨울산, 안전이 최우선이다. 산새가 조용히 날아오르며 인사를 대신한다. 산새도 조용한 겨울산을 지켜주고 싶은 모양이다.
되돌아 올때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허벌판인줄 알았던 널찍한 농로 옆에 송어장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는 '숭어'가 아니라 '송어'라는 설명도 처음 봤다. 현수막의 내용이 새롭다. 가사에 나오는 '맑은 시내'에 사는 것은 민물고기 송어이지, 바다에 사는 숭어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올겨울 최고의 한파와 맞짱뜨며 서마니 강변길을 마무리했다. 게으르고 나태해진 스스로를 이겨낸 하루였다. 뿌듯한 마음으로 다음 걷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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