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앞에서 해머로 '풀스윙'…美펠로시 남편 피습 영상 공개
낸시 펠로시 미국 전 하원의장 남편이 지난해 10월 자택에서 피습당했을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에는 범인이 폴 펠로시를 향해 해머를 세게 휘두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27일(현지시간) 폭행범 데이비드 디파페(42)가 민주당 소속 펠로시 전 의장의 남편 폴을 망치로 공격할 때의 장면이 담긴 경찰관 보디캠(body-cam) 동영상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지난해 10월 28일 폴의 911신고 전화를 받고 경찰관 2명이 샌프란시스코 자택 앞에 출동했을 때 상황, 범인 디파페가 폴을 겨냥해 해머를 휘두르는 장면 등이 담겼다. 사건 당시 펠로시 전 의장은 자택에 없었고, 남편 폴이 범인의 둔기 공격을 받고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영상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당시 폴을 잡고 있는 디파페를 확인하고 그가 손에 쥔 망치를 버리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디파페는 이를 거부하더니 경찰이 보는 앞에서 폴을 공격했다.
법원은 폴이 사건 당시 911에 전화를 걸어 비상 상황임을 암시하는 통화 내용, 디파페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 등도 함께 공개했다. 사건 당일 새벽 디파페의 침입을 받은 폴은 범인이 보는 앞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 그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우회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폴은 신고 접수 요원에게 “내 아내 낸시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한 신사가 있다. 그는 모든 상황이 괜찮다고 하지만,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범인이 “나는 그들(펠로시 부부)의 친구”라면서 통화에 끼어들었고, 폴은 ‘이 남자를 아느냐’는 911 요원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디파페는 경찰에 체포된 뒤 펠로시 전 의장을 붙잡아 몇 가지를 물어보려 했다는 범죄 계획을 털어놓으면서 “낸시가 (내 질문에) 거짓말을 했다면 그의 무릎뼈를 부러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낸시와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을 염탐한 범죄자였다”며 음모론을 펼친 그는 자신이 과거 영국의 폭정에 맞서 싸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같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정당화했다. 현재 디파페는 폭행 및 살인 미수 혐의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그의 변호인은 이번 영상 공개가 선동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영상 공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남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던 폭행 영상을 볼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남편은 (사고 이후 건강 회복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남편 피습 사건이 발생한 뒤 지난해 11월 민주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현재 당직이 없는 평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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