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사태는 임대차3법의 부작용...피해자 구제책 마련돼야”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1.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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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변호사 인터뷰/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
“피해자 대부분 2030 사회초년생”
1월 18일 오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관식 기자)
“개인 간의 민사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의 대부분이 2030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 예방책과 더불어 실질적인 금융 구제책도 마련이 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37·변시 4회)는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빌라왕’ 사건에 대해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쉽고 임대차 보증금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다”면서 “기존에 전세사기 수법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기보다는 최근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그동안 짧은 시간 내에 가파르게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하며 발생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빌라왕’ ‘건축왕’ ‘오피스텔왕’ 사건 등 잇따른 전세사기 사건의 충격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정부도 부랴부랴 단속 강화와 피해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임시 방편일 뿐 근본적인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려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김예림 변호사에게 빌라왕 사태의 원인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최근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A. 최근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전세 제도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다만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너무 좋아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짧은 기간 폭등했다. 특히 임대차3법의 시행으로 집값보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급등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깡통전세’가 양산됐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갑자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는 새로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임대차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주는 구조였는데, 이 부분이 원활히 되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래 위축 정도가 큰 빌라 등 전월세 시장부터 타격이 일어났다. 특히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경우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 등까지 겹쳐 연쇄적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Q. 전세 사기 대응 방안은.

A. 전세사기를 예방하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임차인이 스스로 임차하려는 주택의 시세나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임대인의 체납 세액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 등의 예방책은 모두 임차인 스스로 임대차 계약의 안전성을 따져보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친다. 다만 임차인의 경우에는 법률 지식 등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경우에 공인중개사의 전월세 중개 수수료 상한이 낮아 수수료에 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커질 수 있어 공인중개사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보증보험회사도 보험 사고율이 높은 경우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결국 어떤 임대차 계약까지 보호할 것인지는 보증보험회사에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가 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
Q. 빌라왕 사태 피해자들이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A. ‘빌라왕’ 사태와 같이 실제 소유자가 아닌 자를 내세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임대차 보증금을 착복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돌려받는 것이 어렵다. 다만, 형사적으로 사기죄 성립을 인정해 처벌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동안은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착복하려는 고의가 있는 점을 밝히기 어려워 사기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으나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사기죄의 성립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련해서 한 사람이 보유한 자산에 비해 너무 많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추가 주택 취득 시 일정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감독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사례로 기획부동산의 경우에도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기획부동산 피해가 의심되는 바둑판식 토지 분할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지침을 정하고, 토지 쪼개기가 심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등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Q. 임차인들이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해야 하는 법률적 검토 사항은.

A. 임차하려는 주택의 시세에 비해 나의 임대차 보증금을 비롯한 선순위 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데, 사실 빌라 등의 경우에는 시세가 의미가 없을 수 있는 것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가면 낙찰이 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에는 그 집을 낙찰받아 다시 되파는 것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변제받아야 할 수도 있다. 선순위 채권 중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것은 임대인의 체납 세액과 선순위 근저당권이다. 그리고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는 전입세대 열람내역을 확인해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Q. 빌라왕 말고도 최근 문제되는 사례가 있나.

A. 최근에 문제가 된 것은 신탁된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 계약이다. 신탁된 부동산은 신탁회사가 소유자가 되는데, 보통 신탁 부동산을 신탁한 위탁자가 실소유자로 행세하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신탁회사의 명시적 동의 없이 위탁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임대차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신탁회사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반드시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신탁등기를 말소하는 조건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이 좋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신탁원부상 권리관계를 등기부등본에 기입하는 것으로 제도 개선 용역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이때 보증보험 약관은 보증보험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민법이나 일반 관례와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살펴서 숙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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