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 이재원號(호), 대만 기업 투자로 수천억 물리다

유수환 2023. 1.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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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 사옥   
푸본현대생명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가운데 지분투자(타법인출자)에서 가장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021년 초 대만 반도체 및 인쇄회로기판 관련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현재 푸본현대생명의 평가손실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500억원 웃돈다. 현재 일부 기업은 아직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에 손실 규모는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가운데 푸본현대생명이 타법인 출자에서 손실액(지난해 상반기 평가손익 기준)은 약 2582억9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을 제외한 생보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액수다. 이어 DB생명(-206억9500만원), 신한라이프(-187억2500만원), 교보생명(-171억4300만원) 순이다. 반면  한화생명(398억9300만원)과 미래에셋생명(157억5800만원)은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푸본현대생명의 대규모 평가손실은 해외 기업 투자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투자 기업의 다수는 대만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푸본현대생명이 투자한 기업은 △킨서스 인터커넥트 테크놀로지 △리얼텍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 △TSMC △글로벌 웨이퍼스(Global Wafers) △노바텍 등이다.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사장   사진=푸본현대생명 제공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사장은 지난 2020년 초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험사들의 해외투자 한도 확대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한국보다 일찍 저금리를 경험한 대만의 푸본생명이 대주주로 있어, 푸본생명이 저금리 상황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자산운용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 대상 기업의 다수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이 지난 2021년 5월 투자한 대만의 부폼생산업체(인쇄회로기판 기업) ‘킨서스 인터커넥트 테크놀로지’의 주가는 1년 전 대비  46.40% 하락했다. 이는 푸본현대생명의 투자 손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푸본현대생명의 이 기업의 투자손익(평가손익·지난해 상반기 기준) 마이너스(-) 255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푸본현대생명의 이 기업의 취득원가(282억2300만원)에 비해 장부가액(226억2100만원·2022년 상반기)은 감소한 상태다. 

이어 대만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노바텍에 대한 평가손실은 124억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반도체 회사 리얼텍(-210억100만원)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220억1000만원) △TSMC(-814억7400만원) △글로벌 웨이퍼스(-140억1800만원) △난야 테코놀로지(-106억3600만원) 등이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냉랭해진 반도체 시장의 영향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 기조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들 제품의 수요 둔화는 반도체 재고 증가로 이어졌다. 스위스 연방은행(UBS)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 수준은 통상 수일 단위지만 최근에는 업계와 공급망의 중앙값보다 40일치를 넘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증권 남대종 연구원은 “올해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가 지속될 것이므로 적극적인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지난해 말(11월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보다 4.1% 줄어든 5565억달러(약 734조7400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국책 연구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도 내년 반도체 시장이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투자는 결국 산업인데 어떻게 다 맞춰가면서 투자를 하겠나”라며 “체계적으로 리스크 관리 했는데 금리 상승 등 경제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경제 사이클의 변화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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