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년차, 후회 아닌 이걸 깨달았습니다 [슬기로운 창업생활]

이혜선 2023. 1.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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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돈벌이는 없다... 작은 성공을 저축처럼 쌓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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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기자말>

[이혜선 기자]

남편과 같이 본격적으로 사업하게 된 지 3년 차다. 20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할 시점, 회사 밖의 생활에 대해 몹시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살아보니 그렇게 두려워할 일 것만은 아니었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고, 적게 쓴다고 해서 덜 행복하거나 더 불행하지 않았다. 이것이 <슬기로운 창업생활> 연재를 시작한 이유였고,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내 할 말도 끝난다.

흔히 회사를 그만두려면 부수입이 월급을 넘어서야 한다고 권유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월급 이상의 부수입을 만들려면 그만큼 시간을 많이 갈아 넣어야 하는데, 세상엔 공짜가 없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일과 육아만으로도 벅찼고, 나에겐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다. 내 꿈에 투자할 시간도 필요했다. 돈 버는 일에 나의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싶지 않았다. 

돈과 시간, 선택의 길목에서

창업하는 대부분의 목적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이지만, 나의 경우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것도 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을 벌고 싶었다. 대신에 월급은 많이 줄어들었다. 돈과 시간을 맞바꾼 셈이었다.

이걸 맞바꿀 만한 환경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만약 생활비가 없었더라면 남편과 같이 사업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시간이든 돈이든 적당한 것이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적당하게 벌고, 적당하게 누린다고 해서 노력을 대충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노력을 해야 평범한 것을 누릴 수 있다. 가끔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어 보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또한 그건 그들의 삶일 뿐 나의 삶은 아니다. 백인백색, 각자의 삶은 각자 다르다. 
 
 타인의 수익 인증을 보며 가끔 자괴감이 들지만, 그건 그들의 속도일 뿐이다.
ⓒ Unsplash
 
요즘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직장에서 창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많다. 정보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정보를 얻기 쉽기 때문에 손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욕심과 조급함 때문에 평범함을 누리기도 전에 지쳐서 노력을 멈춘다. 간혹 단기간에 수천만 원 수익 인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혹해서 창업을 시도했다가 '나는 사업 체질이 아닌가 봐. 그냥 직장이나 열심히 다녀야겠어'라고 한계를 짓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한때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사업 체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직장을 다니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직장 일이 손에 익숙해지는데도 몇 년이 걸린다. 신입사원 시절을 생각해보면 선배가 있고, 조직의 노하우가 있음에도 조직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2~3년은 걸렸다.

하지만 사업은 선배도 없고, 노하우도 없으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몇 달 만에 월급 이상의 수익을 올리길 바라는 환상은 초기 창업가를 쉽게 지치게 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지치기도 전에 크게 망해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기 힘든 경우도 있으니 창업은 어떤 경우에도 조심해서 건너야 할 다리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는 남편이 먼저 창업을 시작하고, 나중에 내가 퇴사 후 참여하는 형태로 안정적인 전환을 시도했다. 만약 배우자가 있다면 이런 형태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다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마음의 여유는 필수다.

내가 생각하는 속도와 사업이 커가는 속도의 차이가 있고, 일하는 방식의 차이도 있으니까. 나의 경우는 거의 10년의 세월이 걸렸고, 현재 사업이 자리 잡고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된 건 겨우 3년 정도이다. 그 이전엔 많은 실패와 위기를 거듭했고, 나는 가정 경제를 책임졌다. 이혼의 위기도 겪었다. 여러 고비를 넘기며 사회적으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은 필수였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
 
 작지만 하나씩 이루어가는 재미, 그것이 사업하는 재미다.
ⓒ Unsplash
 
회사 밖에 나와서 살아보니 불안과 두려움은 삶에서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이제 사업이 자리잡았으니 안정적인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 아니다. 직장이 늘 불안했던 것처럼, 사업도 늘 불안하다. 매출은 들쑥날쑥하고 경쟁사들과의 경쟁도 시시각각 치열하다. 자칫 넋놓고 있으면 고객을 빼앗긴다. 요즘 깨닫는 건 죽을 때까지 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돈벌이는 없다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조급함을 불러온다. 조급함은 잘못된 판단을 불러온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경계하는건 경쟁사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더 나았나?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때마다 생각한 건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과 이미 그 분야에서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는 것이다. 더는 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업은 내가 배울 것이 넘쳐났고,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만큼 성과를 보이는 분야였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성공일지라도 회사 밖에서 내 손으로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생활비는 벌 수 있었다. 현재가 나쁘지 않았다. 나는 돈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의미도, 재미도 있어야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돈만 전부라거나, 의미가 전부인 사람은 아니었다. 균형있는 삶,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 

인생에서 꼭 큰 성공을 거두어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성공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성공의 기준도 내가 세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성공을 누구와 어떻게 누릴까를 생각한다면 성공의 정의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균형있는 삶을 원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공을 누리며 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성공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성취가 가져다주는 기쁨을 크게 누릴 줄 알면 그것이 성공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오늘도 작은 성취를 이루어나가길 바란다. 실패를 겪더라도 시간의 힘을 믿으시길, 당신이 적금처럼 쌓아나갈 작은 성공들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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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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