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현대차, 미래가치 인정받아 쾌속질株

최대열 2023. 1. 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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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 발표 후에도
흔치 않게 주식 가치 상승
하루 사이 5% 이상 올라
전동화 전환 계획 가속도
주가 강세 구간 진입
자사주 일부 소각도 주효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우수연 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한 26일 이 회사 주가는 하루 전보다 5% 이상 올랐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만 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날 상승분을 포함해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16%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을 웃돈다.

통상 호실적을 발표한 후에도 좀처럼 주가가 오를 일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식가치 상승은 흔치 않은 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환율효과 등으로 당시 기준 반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던 지난해 7월21일 주가는 18만9000원으로 하루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차그룹>

마찬가지로 준수한 실적을 냈던 지난해 3분기에는 실적 발표 당일 오히려 3.3% 떨어진 16만1500원에 마감했다. 해외 판매량을 늘리며 당시로선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10여년 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1년과 2012년 연이어 최대 매출·영업익을 기록했는데 당시 이듬해 실적 발표 직후 사흘간 주가가 하락, 실적 발표 직전일보다 7~8%가량 떨어졌다.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은 주가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정작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하면 주가는 하락한다는 것이 투자업계에선 상식이다. 드러난 호재는 더 이상 호재가 아니다. 과거 실적이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 지난해 초 업황호조 등으로 실적이 좋았던 삼성전자도 잠정치를 내놓은 후 주가가 내리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시장에선 현대차 주가가 상식에서 벗어난 흐름을 보이는 이유를 전동화 전환 등에서 속도를 내면서 회사 미래가치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으며 올해 연간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져 주가 강세구간에 진입했다는 걸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하락과 인센티브 상승 등 부정적인 변수가 있으나 비용을 통제하면서 판매대수가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주가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본사<사진출처:연합뉴스>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고 배당을 늘리는 등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이슈를 내놓은 게 주효했다. 아울러 지난해 글로벌 3위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데다 전동화 전환 계획도 속도가 붙으면서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올 한해 시장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10조원이 넘는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내놨다. 연간 투자액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격변기에 있는 만큼, 적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투자 부문별로 보면 시설·설비분야가 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7000억원 늘렸다. 국내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라인을 새로 짓는 것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그룹 차원의 전기차 전용공장 공사를 올 1분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신규 공장과 함께 기존 국내외 공장의 설비를 전환하거나 개선하는 데 쓰인다.

<자료제공:현대차>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000억원 늘었다. 배터리·전기차 플랫폼 등 전동화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 개발 등 R&D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차량의 전장화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IT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종합적인 제품을 만들자"고 직원들을 독려한다.

물가·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올 한해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높은 432만대로 잡았다. 연간 매출액도 1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33만대"라며 "지역별 주력 모델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생산을 최적화하는 한편 미국·유럽에선 주요 부품 현지생산·조달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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