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강수연, 유작 '정이' 속 마지막 모습은? ③

김혜선 2023. 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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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고(故) 강수연의 마지막 작품은 한국 SF영화 ‘정이’다. 강수연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시대를 풍미한 배우의 마지막을 축복하듯 공개된 지 하루만에 전세계 80여개국에서 화제를 모으며 1위에 올랐다.

‘정이’는 최고의 용병 정이(김현주 분)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강수연은 정이의 딸인 서현을 맡아 자신의 어머니 뇌를 바탕으로 수없이 실험해가는 그러면서 어머니보다 나이가 들어버린 복잡한 감정을 잘 연기해냈다. 엄마와 딸이 뒤바뀐듯한 설정에 김현주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자신이 ‘딸’ 역할인 줄 알았다고 할 만큼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강수연은 ‘정이’에서 모녀관계가 역전된 모순적 상황을 절제된 감정으로 훌륭히 풀어냈다. 통상 SF장르에서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나 통쾌한 액션 장면이 영화의 주가 되지만 ‘정이’는 철저히 서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건조해보이는 서현은 점차 극이 진행되면서 AI정이를 향한 감정을 시나브로 드러낸다.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정이’는 강수연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말한 이유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상호 감독은 국내 영화 제작 환경에서 ‘정이’를 만드는 데 회의감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치않은 SF영화이고,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갈 영화이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회의감은 강수연이라는 배우를 떠올리며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연상호 감독은 “윤서현이라는 캐릭터를 누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강수연의 이름이 떠오르더라”며 “강수연이 윤서현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기다처럼 강수연은 ‘정이’의 화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스크린 속 서현을 연기하는 강수연의 얼굴 속에서는 오랜 세월 어머니의 해방을 기다려온 인내와 욕망이 동시에 꿈틀거린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한, 한 인간의 인격을 위한 숭고한 희생도 함께다. ‘배우 답게’ 인생의 마지막을 영화로 장식한 강수연의 영면을 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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