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나 살까, 트랙스 기다릴까…엔트리카 시장 '전운'
트랙스, 디자인·CUV 콘셉트 차별화 무기…'약해보이는 심장' 괜찮을까
엔트리카(생애 첫 차)의 주류로 자리 잡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불경기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분기에만 신차 2종이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오는 3월부터 쉐보레 신형 트랙스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본격적으로 수출 및 내수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형 트랙스는 지난 2018년 제너럴모터스(GM)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국GM에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함께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하며 생산 배정을 약속한 신차 2종 중 하나다.
당시 GM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SUV와 신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자동차)를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약속대로 2020년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 CUV 트랙스를 내놓게 된 것이다.
신형 트랙스는 2013년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단종된 소형 SUV 트랙스의 이름을 물려받았으나 회사측은 그 후속 모델이 아닌 완전히 다른 차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원상으로 봐도 이전 트랙스와는 전혀 다른 CUV라는 것이다. 글로벌 GM 차원에서도 신형 트랙스를 CUV로 분류하고 있다. 소형 SUV 주력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의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전체적인 형상이나 타깃층에서 차별화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형 트랙스는 전장 4537mm에 전폭 1823mm, 전고 1560mm로 소형 SUV로 보기엔 전장과 전폭이 크고 전고가 낮은 편이다. 단종된 소형 SUV 트랙스(4255×1775×2555mm)에 비해 전장은 무려 282mm나 길고 전폭도 48mm나 넓다. 반면 전고는 90mm 낮다.
소형 SUV치고는 큰 편인 트레일블레이저(4410×1810×1660mm)와 비교해도 신형 트랙스의 전장과 전폭이 크다. 전고는 100mm 차이가 난다.
제원상으로는 신형 트랙스는 준중형 CUV로 불릴 만한 사이즈다. 그만큼 가격 포지셔닝도 단종된 트랙스와는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트랙스 풀체인지 모델인데 왜 이리 가격이 올랐느냐”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완전히 다른 차’임을 알리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CUV 시장이 별도로 형성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소형 SUV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차피 엔트리 차급인지라 소비자들은 다른 소형 SUV들과 신형 트랙스를 같이 놓고 볼 수밖에 없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XM3도 신형 트랙스처럼 SUV치고는 낮은 전고와 긴 전장을 갖췄지만 소형 SUV라는 타이틀을 달고 판매된다.
신형 트랙스는 소형 SUV를 선호하면서도 너무 높은 전고는 부담이고, 좀 더 날렵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다른 소형 SUV보다 넓은 실내공간(헤드룸은 다소 손해를 볼지언정)은 덤이다.
미국 GM을 통해 공개된 신형 트랙스 디자인에 대한 국내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디자인적으로 호평받았던 트레일블레이저와 패밀리룩을 형성하면서도 한층 날렵해 보이는 인상이 출시 이후 판매량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쉐보레의 다른 차종들과 달리 인테리어도 한층 세련돼졌다. 미국 GM에서 공개한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 중앙의 대형 디스플레이와 좌우의 원형 에어벤트, 무광 블랙과 크롬이 적절하게 조화된 모습이 눈에 띈다. 좌우 대칭형 레이아웃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센터페시아 각도를 운전자 쪽으로 튼 것도 적절한 선택이다.
파워트레인으로는 배기량 1.2ℓ짜리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는다. 1.35ℓ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트레일블레이저도 저배기량 소리를 들었는데 이보다도 더 작다.
동력성능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최고출력 156마력에 최대토크 24.1kg·m, 신형 트랙스가 137마력에 22.3kg·m로 배기량만큼 차이가 난다.
신형 트랙스는 전고가 낮은 만큼 공력성능(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 능력)도 좋고 공차중량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다이내믹한 주행 퍼포먼스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연비 측면에서는 ‘밥통’이 작은 값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신형 트랙스가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2개월 앞서 국내 시장에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지난 18일 출시된 신형 코나는 구형보다 한층 커진 차체에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 상위 차급인 투싼에서 호평 받은 날카로운 측면 캐릭터 라인 등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첨단 편의·안전장치들도 신형 코나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다. 현대차는 신형 코나의 마케팅 포인트를 ‘룰 브레이커(Rule Breaker)’로 잡을 정도로 다른 소형 SUV들과는 차별화된 상품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솔린 1.6 터보, 가솔린 2.0(자연흡기), 가솔린 1.6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총 4종의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은 판매실적을 높이는 데 유리한 부분이다. 심지어 1.6 터보 모델은 4륜구동(4WD) 사양도 있다. 1.2 터보 단일 모델로 승부하는 신형 트랙스와 비교하면 전체 판매량에서는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격도 ‘룰 브레이커’인 게 판매실적에는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높아 보인다.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솔린 1.6 터보 모델은 시작 가격이 2537만원으로, 상위 차급인 준중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2.0 가솔린 모델도 2468만원에서 시작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본트림이 3119만원, 최상위 트림이 3611만원이다.
신형 트랙스와 신형 코나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건 일단 신차 출시는 기존 시장을 나눠먹던 경쟁차들에게는 부담이다.
신형 트랙스는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비슷한 콘셉트의 르노코리아 XM3와 고객층을 나눌 여지가 높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같은 회사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도 일부 판매 간섭은 각오해야 한다.
신형 코나 가솔린 1.6 터보와 가솔린 2.0 모델은 형제차인 기아 셀토스에게 위협이다. 그나마 가격을 높게 잡아 같은 회사의 하위 모델 베뉴와의 집안싸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쌍용차 티볼리 역시 가격 차가 큰 신형 코나만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신형 코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와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 2분기 중 신형 코나 전기차까지 출시될 경우 두 차종의 전기차들끼리도 맞붙게 된다. 전용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 전기차라는 공통점에 차급까지 겹치니 가격대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 보복소비 영향으로 소형 SUV 수요층이 상위 차급이 준중형과 중형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 경기악화와 고금리 추세로 인해 다시 소형 SUV와 같은 엔트리 차급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수의 차종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상품성에 따라 판매 실적에서는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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