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가공할 중독력… 현대인을 구속하다
마이클 모스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392쪽, 1만8000원
‘빅 푸드’라고 불리는 다국적 식품기업들에 대한 탐사보도로 유명한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마이클 모스의 책이다. 모스는 햄버거 오염 보도로 2010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2013년 출간한 ‘배신의 식탁’에서 식품기업들이 설탕, 소금, 지방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실태를 폭로했다.
새 책 ‘음식 중독’에서는 식품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가공식품이 술이나 담배,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병이 된 과식과 비만을 중독 문제로 조명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는 술이나 특정 종류의 약물에 중독되는 것과 유사한 정도로 음식에 중독된다. 비만과 같은 더 넓은 의미의 과식 장애까지 포함하면, 음식은 우리가 자제력을 잃는 물질 중에 약물과 술을 능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독이란 “어떤 사람들이 그만두기 힘들어 하는 반복적인 행동”이다. 책에 따르면, 중독은 뇌의 문제다. 어떤 물질이 뇌를 흥분시켜 행동을 유발하고 결국 그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게 만든다. 담배나 술, 마약은 통제 불가능한 상습적인 섭취를 야기하는 특징적인 화학물질을 하나 이상 함유하고 있다. 니코틴, 에탄올, 모르핀 같은 중독 물질이 뇌의 갈망 스위치를 켜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칩이나 콜라, 초콜릿 케이크를 미친 듯이 먹게 만드는 화합물은 무엇일까.
설탕, 소금, 지방이다. 중독성은 대개 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와 관련이 있는데, 우리가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뇌를 자극하는 데 음식보다 빠른 것은 없다. “담배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데 반해 혀 속에 들어온 설탕은 뇌를 활성화하는 데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담배보다 거의 스무 배나 빠른 속도다.” 소금과 지방도 거의 비슷한 속도다.
설탕과 소금, 지방은 현대인의 식생활을 지배하는 물질이다. 일반적인 가공식품 스낵은 지방이 24%, 설탕이 57%에 달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약 4분의 3에는 설탕 첨가물은 물론 소금도 엄청난 양이 들어 있다. 하지만 자연에서 지방과 설탕이 결합된 음식은 찾기 힘들다.
저자는 “문제는 음식에 중독성이 있다기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는 것에 끌리는데 기업들이 음식을 바꿔 놓았다는 데 있다”고 본다. 가공식품은 중독 물질이 돼버렸다. 그것이 1980년대에 갑자기 과식하는 경향이 나타난 이유다.
“미국 연방 공중보건국장의 추산에 따르면 비만이 야기하는 조기 사명이 매년 30만건에 이르고 이에 따라 연간 3000억 달러가 넘는 의료비가 발생한다. 비만이 증가하는 데는 분명 운동량 감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동안 체중 증가와 가장 유사한 추이를 보여 온 것은 바로 초가공식품 소비의 증가다.”
책은 신경과학, 가공식품 중독성 연구, 식품업계 내부 문서와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음식 중독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거대 식품기업들이 음식의 중독성을 강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식품기업들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포만감을 느껴 그만 먹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또다시 먹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답을 찾아냈다.”
식품기업들은 사람들의 건강을 무시한 채 이윤 극대화를 위해 소금, 설탕, 지방을 이용해 중독적인 음식을 만들어왔다. 또 음식을 더 싸게, 더 편하게, 더 다양하게,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많이 먹게 해왔다. 2019년에 펩시코가 출시한 코튼 캔디 크런치라는 시리얼 제품은 1회분에 설탕이 17g이나 들어 있다. 1회분 시리얼 양이 38g이므로 대략 시리얼의 절반이 설탕인 셈이다. 식품기업들은 군것질을 네 번째 식사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1인당 하루 평균 군것질 횟수는 2.7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책은 가공식품의 문제로 중독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가공식품 기업의 유해성은 담배회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식품기업들은 제품을 중독성 있게 만드는 특질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을 주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미국 성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중 30%가 비만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 탓일까요?… 이제 나는 내 행동에 책임질 수 없으니 그렇게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해야 하나요?”
가공식품을 선택한 건 개인의 자유의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강한 중독성 때문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제품을 만든 회사에 윤리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책은 중독이라는 관점에서 현대인의 식단과 식습관을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의 습관적 과식이 중독 현상일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음식에 대해 주의하게 된다. 특히 가공식품에 대해 재고하도록 해준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과식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식품기업에 속지 않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습관의 주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기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즉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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