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비스듬히 다만 비스듬히
2023. 1. 26. 20:34
하루를 비스듬히 걸었다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그리운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가을이었다 슬픔이 우니 기쁨도 따라 울었다 감정이 안개처럼 퍼져 모든 게 모호했다 안개에게 발목을 물리고 싶었으나 눈곱 낀 눈으로 헐떡이며 엎드린 안개에게 먹이를 던져줄 순 없었다 가을이었다 비스듬한 햇살 식물들은 소멸을 향해 몸을 말리고 있었다 모서리에 찔리고 싶었으나 모서리조차 없었다 손을 잡고 싶었으나 손목이 없었다 손잡이가 없는 하루 비스듬히 걸어갈 뿐이었다 언덕 지나 내리막길을 향해 비스듬히 다만 비스듬히
-장옥관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중
위태롭게, 기댈 곳 없이, 잡을 것도 없이 살아가는 하루가 그려진다. "손잡이가 없는 하루"나 "비스듬히 걸었다" 같은 표현이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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