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규제보다 자율성 강화해야”

성기훈 2023. 1.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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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 정책 토론회’ 참석자 및 관계자.   사진=성기훈 기자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목표로 30일 게임산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게임정책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2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을 비롯해 한국게임정책학회 소속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 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게임) 산업계 일각에서 들려오는 볼멘 소리들을 학회는 외면할 수 없었다”며 “학회의 역할은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 국가와 이용자, 산업계의 중간 역할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이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선지원 광운대학교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게임사의 자율 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은 창작과 표현의 산물이기 때문에 국가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선 교수는 논의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관련해 “현행 자율 규제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실효적”이라며 “확률을 공개하는 것보다 실제 이용자가 구매하는 행위를 할 때 확률을 공개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의원실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이 의원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임의로 조작하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발생해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표시의무를 부과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 교수는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상위 개념인 ‘아이템’의 개념 불분명, 직간접적인 유상성 범위의 확정 문제, 게임 내 ‘우연적 요소’의 불분명성을 꼬집었다. 

선 교수는 “제도를 통해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해야 될 경우에는 그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개정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개념들은 정의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넓거나 좁게 해석할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게임 이용자를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으며, 게임 회사의 확률 조작 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용자의 근본적인 보호를 원한다면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과 게임법의 동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사특법에 따르면, 사행행위 규정은 절대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사행행위로 간주된 게임은 등급 분류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확률형 아이템 등과 같은 사행심을 다소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법적인 의미에서 사행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교수는 “사특법과 게임법에서 말하는 ‘약간의 사행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사특법과 게임법의 이중 규제 상황에서는 게임법 개정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강제적인 규제보다 게임사의 자율규제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교수는 “게임사들이 기만적 행위를 한다면 이는 제지되어야 한다”면서도 “게임물 등급분류 규정, 소비자보호법 등을 통해 이런 행위는 규제되고 있다. 강제적 규제보다 현재의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개정안 내 조항이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법 개정안 2조 11호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은 직·간접적으로 게임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 교수는 “개정안에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은 애매하고 추상적이라 어디까지 공개해야 될지 잘 모른다. 모든 것을 공개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영업의 비밀과 재산권에 대한 침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 등 게임 산업법 개정안 5건을 심사할 예정이다.

숭실대=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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