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완벽’ WBC 투수진, 여기에서 더 교체할 게 있나요?

차승윤 2023. 1.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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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투수진, 성적과 명분 모두 고려
경험만 보지 않고 유형 다양성 챙겨
안우진 뽑아도 리스크 대비 실익 적어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WBC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30인의 명단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기량이 떨어진 선수를 '국제대회 경험' 등 뜬구름 같은 이유로 선발하지 않았다. 향후 병역 특례를 의식해 뽑은 선수도 없다. 그런데도 각 포지션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뽑았다. 20대 선수들도 대거 승선했다.

백미는 15명으로 구성된 투수진이다. 국내 최고 투수 전문가로 꼽히는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선택한 명단을 보면 '완벽'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대표팀 간판 투수가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라는 점만 고려한다면 명단이 식상할 수도 있다. 추신수(SSG 랜더스)가 지난주 한인 라디오 방송에서 "언제까지 김광현·양현종인가. 일본에서도 '또 김광현이 있다'라는 기사가 나온다"고 짚은 이유다. 추신수는 "이 선수들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실력 좋은 젊은 선수가 많다. 왜 그런 선수가 (발탁이) 안 되느냐"며 문동주(한화 이글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명단을 세심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추신수가 말한 '실력 좋은 젊은 선수'들은 이미 대거 승선했다. 투수 15명 중 20대 선수가 10명에 달한다. 이미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한 구창모(NC 다이노스) 고우석(LG 트윈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소형준(KT 위즈) 이의리(KIA) 등은 물론 가능성만 보여준 곽빈과 정철원(두산 베어스) 김윤식(LG) 등도 뽑혔다.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가 지난해 11월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를 펼쳤다.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물론 '광현종'을 포함한 베테랑도 5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단순히 경험만 믿고 뽑지 않았다. 대신 투수 유형의 다양성을 고려했다. 이 감독은 "상대 타자들의 스윙 궤적를 고려해 포크볼 등 낙차 큰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들을 뽑았다. 호주전을 대비해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를 선발했다"도 설명했다.

김광현은 2022시즌 리그 최고의 '변화구 에이스'였다. 직구(27.6%)보다 슬라이더(38.1%) 체인지업(22.7%) 구사율을 높여 평균자책점 2위(2.13)를 기록했다. 양현종은 직구 구사율(52.6%)도 높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모두 20% 이상 고르게 구사할 줄 안다. 두 투수는 나이와 경험만 많은 게 아니라 상대 타자 유형에 맞춰 결정구를 다르게 던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다른 세 명도 이 감독이 원했던 낙차 큰 변화구를 보유했다. 고영표(KT)는 '국제대회 필수'로 꼽히는 사이드암스로 투수고 리그 최고의 체인지업을 보유했다. 지난해 체인지업 구사율(46.1%)이 투심 패스트볼(38.2%)보다 높았고, 성적도 훌륭했다. 이용찬(NC)과 김원중(롯데)의 임무는 포크볼 구사다. 각각 구사율 46.6%와 46.4%로 리그 1·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는 안우진. 인천=정시종 기자


물론 이 모든 점을 고려해도 안우진을 뽑지 않은 건 전력 손실이 크다. 그는 투수 2관왕·골든글러브 수상자·역대 국내 투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 보유자다.

이번 WBC는 투구 수 제한이 엄격하다. 에이스 한 명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려면 준결승 이상 올라가야 가능하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전을 지배(13이닝 무실점)했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모습을 다시 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대표팀의 1차 목표는 14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1라운드 통과다.

안우진은 뽑았을 때와 뽑지 않았을 때 각각의 리스크를 저울질해야 하는 선수다. 대표팀은 이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선발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유튜브를 통해 "당시 선수단 전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리스크가 큰데 실익이 적다면 저울은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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