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의 학생인권조례, 11년 만에 폐지?…6만명 서명했다
“교육위원회에서 폐지안을 꼭 저지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학생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이 이승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손을 잡으며 한 말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가 서울시의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상임위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를 전한 것이다.
학생 인권의 날은 11년 전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공포된 날(1월 26일)을 기념하기 위해 2016년 지정됐다. 학생인권조례는 열한 번째 생일에 폐지 위기와 맞닥뜨린 상황이다. 위기의 핵심은 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청구(조례 청구)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서울시민 6만4376명의 서명이 제출된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에 대한 청구인 명부 검증을 마쳤다”며 “청구인들의 주소지 등을 검토한 결과 주민 청구에 필요한 2만5000명 이상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토된 조례 청구는 시의회 교육위원회 검토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시의회 본회의는 다음 달 20일부터 열린다.
“부모 양육권 침해하고 동성애 조장하는 학생인권조례”
현재로썬 폐지안이 통과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의 과반 의석(112석 중 76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영 서울시의회 의원은 “현재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강하게 맞설 태세다. 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체벌 등 강압적 지도 방법이 다시 확산하고 자유로운 두발과 복장 등 민주적이었던 학생생활규정이 다시 후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폐지안이 시의회에서 수리가 되면 개정안이나 재의 요구 등 대응 방안을 교육청 차원에서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2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넘어서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야 할 시기에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 진영의 주장이 참담할 뿐”이라며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모든 시도를 의회의 고유한 권한으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일제고사·혁신학교…수술대 오른 ‘진보 교육’ 의제
학생인권조례 외에도 진보 교육감들의 역점 사업인 혁신학교 사업, 일제고사 폐지 등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과 시·도 의원이 약진한 데 따른 일이다.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해온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시의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 165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일률적인 혁신학교 보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현행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폐지됐던 ‘일제고사’도 부활할 조짐이다. 일제고사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이르는 말로 한날한시에 모든 학생이 일제히 시험을 치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중 3%만 뽑아 표집평가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희망하는 학교는 모두 평가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정부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전수평가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도내 초등학생과 중학생 3만여명을 대상으로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도내 초등·중학교 513곳 중 310곳이 참여했다.
이가람·최민지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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