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명성은 뒤로···우리 식품에 꽂힌 이 남자, 박종대 우리밀 대표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 26. 16: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종대 우리밀 대표
매경이코노미의 오랜 베스트 애널리스트였던 박종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말 친환경 먹거리 전문 제조 기업 ‘우리밀’ 대표에 선임됐다.

2007년 하이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2년 하나증권으로 옮긴 뒤 베스트 자리를 놓치지 않은 강자다. 유통·의류·화장품 등 컨슈머 업종 분석의 대가다. 박 대표는 “우리밀은 기본적으로 모든 제품에 우리 밀을 사용하고 소금과 설탕 등을 적게 사용해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라 소비자로서 평소 애용해왔다”며 “한국 최고 친환경 소비재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1989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출범한 우리밀은 국수, 라면, 과자 등이 주력 제품으로 현재 매출액은 200억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농산물 전문 유통 기업인 한살림, 초록마을, 오아시스나 주요 대형마트에 주로 납품한다. 우리밀 제품군의 판매 가격은 수입 밀이 아닌 우리 밀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 대비 30%가량 높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애널리스트에서 우리밀 대표로 옮긴 계기는.

A.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로서의 소임은 어느 정도 다 했다고 생각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체력이 될 때 ‘하고 싶은 일’은 경영이었다. 16년 동안 기업 분석을 하면서 ‘지적질’만 했고, ‘숲’만 봤는데, 그 숲 안에서 나무들이 어떻게 실제로 자라는지 보고, 알고, 또 저만의 나무를 키우고 싶었다. 더구나, 우리밀은 훌륭한 창립 정신이 있고, 양질의 제품이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Q. 애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이 우리밀 경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A. 크게 도움 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숲’을 주로 봐왔기 때문에 산업의 방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별 회사, 특히 중소기업은 원가 구조·구매·생산 등 사업의 디테일은 잘 안다. 하지만 산업 방향을 정확히 잡고 전략을 수정하기 어렵다. 실제 우리밀의 경우도,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 온라인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전반적인 조직이 오프라인 채널 중심이다. 유망한 채널과 거래처 중심으로 영업 구조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숫자에 대한 감각도 도움 된다. 막연한 직관이나 관행이 아닌 데이타에 기반한 회의와 의사 결정은 합리성을 훨씬 높여준다. 요즘 중소기업도 전산 프로그램이 굉장히 잘돼 있다. 판매·재고 관련 좋은 데이터를 많이 뽑을 수 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 시절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를 M&A나 신규 투자 기회로 판단한다. 많은 PE나 벤처투자업체 지인들이 좋은 회사들을 많이 알아봐주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류와 유통에 어려움이 많은데, 의논할 수 있는 곳이 많아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데 힘이 된다.

Q. 우리밀은 어떤 회사인가.

A. 우리밀은 1989년 밀 수입 자유화 등으로 위태로워진 식량 자급률 회복을 위해 시작한 ‘우리밀살리기운동’에 그 뿌리를 뒀다. 기본적인 사업 목표에 ‘우리 밀’ ‘농가 소득’ ‘식량 주권’ 등 다분히 사회운동 성격의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념이 훌륭하다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애국심만으로 사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적 가치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자생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매출과 이윤을 창출하며 우리 밀 수요와 농가 소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밀의 역할이며 틈새시장이다.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접점은 무엇보다 건강이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 가공식품은 유통 기간을 늘리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점점 건강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우리밀은 현지 밀 농가로부터 직접 수매한 밀을 포함해 감자, 옥수수, 콩, 고구마 등 높은 품질의 국산 농산물만 사용한다. 또한 합성감미료나 합성향료, 합성착색료 등 유해 식품첨가물을 배제한다. 우리밀 제품을 먹으면, 건강에 좋고, 식량 안보는 물론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물론 맛도 좋고, 포장도 예뻐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우리나라 유기농 건강식 시장 규모와 발전 가능성은.

A.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ESG 추세와 맞물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중이다. 앞으로 유기농 식품 역시 전체 식품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Q. 우리밀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A. 우리밀의 비전은 회사명 그대로 ‘우리 밀(국산 밀)’을 살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밀은 쌀에 버금가는 핵심 작물이지만 자급률이 1%도 안 된다. 전쟁이나 국가 간 갈등이 있을 때 여차하면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는, 말 그대로 식량 안보에 치명적이다. 1%라는 숫자는 ‘마지막 잎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국산 밀 사업을 잘 끌고나가기 위해서는 국산 밀 이외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산 밀 생산량과 업황에 따른 회사의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국산 밀 관련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국산 밀을 사용하면 원가 부담이 배가 된다. 제품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고, 소비자 부담이 크다. 다른 사업을 키우는 한편 국산 밀 사업에서는 마진을 최소화해 수입 밀을 사용한 제품과 대등한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