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제징용 피해자 목소리 듣겠다"…日기업, 출연 고심 중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다음 달 21~23일 서울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20시간 릴레이 토론회’를 개최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재단이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정부 해법과 별개로 전체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을 추진하기 위한 자리다. 지원재단은 토론회에 400여명의 피해자를 초청해 매일 7~8시간씩, 총 사흘 동안 요구사항을 수렴한 뒤 이를 특별법 제정의 기초 토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원재단은 피해자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피해자 측 대리인단과 지원단, 교수·연구위원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강제 징용 피해자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서 나오는 피해자들의 발언과 요구사항은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긴다.
"포괄적 해법은 특별법 뿐"
지원재단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배경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뿐 아니라 전체 피해자를 아우르는 문제 해결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수십만명에 달하는 전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로금 등의 성격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특별법에 담길 내용은 피해자를 위한 의료지원과 관련 기념사업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가 구상 중인 강제징용 해법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에게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법원(125명)과 2심(85명)에 계류 중인 피해자들 역시 승소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 노무현 정부 당시 특별법을 제정해 공식 인정한 강제징용 피해자를 감안하면 그 규모는 21만8639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심규선 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토론회에서도 “피해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 제정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재단은 사법 절차를 통해 승소한 피해자를 위한 정부 해법과, 소송은 청구하지 않았지만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피해자 모두에게 적용될 특별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됐다.
재일동포 기업도 기금 출연 고심
해법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는 일본 기업의 참여 여부인데, 한국 정부의 해결 방안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금 출연을 둘러싼 일본 내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일본 자동차업체인 A사와 첨단소재 업체인 B사, 화학업체인 C사 등 대기업이 기금 출연 문제를 검토하고 있고, 최근엔 재일동포와 그들의 후손이 운영하는 2~3개 기업이 추가로 기금 출연 여부를 고심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이 기금을 출연하기로 확정할 경우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聯)가 이를 취합해 지원재단에 전달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현재로썬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 대법원 판결의 피고 기업의 직접적인 기금 출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해법 마련에 나선 만큼 일본 내에서도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에 대해선 여전히 완강한 분위기”라며 “어떤 형태로든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동참 여부를 둘러싼 한·일 간 협상이 일단락되면 한국 측에서 해법을 발표하고 일본이 수출규제 해제와 셔틀외교 재개 등의 내용을 담은 호응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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