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난방 끄고 이리로 오라"…'난방비 폭탄' 일본의 묘책

이영희 2023. 1. 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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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에너지난 여파로 전기·가스 요금이 크게 오른 일본에서 난방을 함께 나누는 '웜 셰어(Warm-Share·온기 나누기)'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니혼TV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들을 위해 쇼핑센터 등에 휴식 공간을 마련하거나, 같은 집에서도 한정된 공간에 모여 활동함으로써 난방비를 아끼려는 시도다.

일본 도쿄의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5일 히비야 공원의 분수가 얼어붙어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쇼핑몰·백화점 체인인 도큐는 지난달부터 3월 말까지 '웜 셰어' 생활스타일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인 '오프앤고(OFF&GO)'를 벌인다. 겨울 한파로 전기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안의 전기를 끄고 백화점 등 쇼핑센터를 방문해 따뜻한 시간을 보내자는 캠페인이다. 도쿄(東京) 시부야(渋谷)의 쇼핑몰인 '히카리에'와 요코하마(横浜)에 있는 '미나토미라이 도큐 스퀘어' 등 전국 10개 쇼핑몰이 참여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절전 쿠폰'을 내려받으면 이 시설에 있는 145개 점포에서 할인이나 무료음료 등을 받을 수 있다.

군마(群馬)현 다테바야(館林)시는 시 차원에서 지역 대형 쇼핑몰과 제휴한 '웜 셰어' 운동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시내 가장 큰 상업 시설인 '아제리아몰'에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몸을 녹이며 쉴 수 있는 대규모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낮 시간에는 주로 1인 가구 고령자들이 이곳을 찾아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눈다. 쇼핑몰 측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 쿠폰을 무료로 배포한다. 다테바야시 관계자는 "가정의 난방을 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주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해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도큐그룹이 시행 중인 '오프앤고' 캠페인 안내문. 가정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쇼핑몰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도큐백화점 홈페이지

난방비 최대 45.8%까지 급등


올겨울 '웜 셰어' 운동이 활발해진 것은 일본의 난방비가 가계에 부담이 될 만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력 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 세계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전기·가스 요금은 2021년에 비해 약 25% 상승했다.

올해 광열비는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약 1000만 세대가 사용하는 전기요금제를 6월부터 평균 29.3% 올리는 방안을 정부에 신청했다. 도쿄전력은 "연료비 급등 장기화로 인해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25일 일본 교토에서 시민들이 눈 쌓인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인상안대로라면 전기 사용량이 평균인 일반 가정의 월 전기요금은 현재 9126엔(약 8만6000원)에서 2611엔(약 2만5000원) 올라 1만1737엔(약 11만1000원)이 된다. 도쿄전력뿐 아니라 앞서 도호쿠전력, 주고쿠전력, 시코쿠전력, 호쿠리쿠전력, 오키나와전력 등 5개 대형 전력회사도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신청했는데 요금 인상 폭은 28.1%에서 최대 45.8%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자 가정 전기요금을 올해 1월분부터 9개월간 20% 정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력회사들이 신청한 요금 인상 폭이 이보다 커 정부 지원은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도, "터틀넥 입으세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 환경성은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는 '웜 셰어' 및 '웜 비즈(Warm-Biz)' 캠페인을 활성화하고 있다. 집 안에서 생활할 때는 실내 온도를 20도 정도로 맞추고, 가능하면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식사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도록 해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웜 비즈'는 사무실에서 추위를 최대한 덜 느끼도록 목과 손목, 발목 등 몸에 있는 3개의 '목'을 보온하는 옷차림을 하자는 캠페인이다.

도쿄도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청사 내에서 터틀넥과 스웨터 등을 착용하는 '웜 비즈' 근무를 시작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온열 효과가 크다"며 도민들에게도 터틀넥 착용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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