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글씨로 '출입금지' 경고…집에서 마약 재배한 3인조 가수
검찰이 대마를 흡연하거나 재유통한 재벌가 3세, 연예인, 전 고위공직자 자녀 등 마약사범 17명을 기소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 유학 중 마약에 손을 댔고, 귀국한 뒤에도 끊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집에서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며 자녀 글씨로 “(이 방에) 들어가지 마세요”라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미국 도피…지명수배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여간 수사를 통해 20명을 입건한 뒤 10명을 구속기소 하고, 7명은 불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미국·동남아 등 해외로 도주한 3명은 지명수배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회지도층 자제들이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 홍모(39)씨, 효성그룹 창업주의 손자 조모(39)씨, JB금융지주 전 회장 사위 임모(38)씨,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3인조 그룹 가수 멤버인 미국 국적의 안모(40)씨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모씨(43)는 대마를 두 차례 판 혐의를 받던 중 미국으로 출국해 지명수배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유학생 출신”이라며 “서로 아는 관계라 그들만의 카르텔 안에서 대마를 사고팔며 흡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에서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거나,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떠나 대마를 흡연한 경우도 있었다. 하우스 장르 가수인 안씨는 방안에 대마 재배 텐트와 장비를 설치해두고 자급자족하기도 했다. 방 문에는 “수리 중!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고, 거실에도 대마 줄기가 걸려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녀가 쓴 글씨였고, 어린아이들이라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약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대마 재배 혐의 등으로 경찰이 구속 송치한 A씨에 대해 “경찰은 A씨 집에서 대마 장비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고, 마약류 감정 의뢰도 없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 뒤에야 경찰은 주거지에서 대마가 숨겨진 국제우편물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문자메시지 및 입출금 내역을 추적해 마약사범 일당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시행된 이후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정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직접수사 가능성을 남겨둔 상태다. 이날 법무부의 윤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도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4대 권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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