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흐·바버 협주곡 발매한 에스더 유, “페트렌코 유머 덕에 즐겁게 녹음했죠”

2023. 1. 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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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의 7번째 음반
미국과 벨기에, 런던에서 보낸 삶 녹여
페트렌코 부임 후 로열 필 첫 스튜디오 녹음
29일 예술의전당서 브루흐 협주곡 1번 연주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한 새 음반을 발매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사진 마스트미디어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8)가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한 새 음반을 발매했다. 작년 서울시향을 객원지휘했던 바실리 페트렌코와 그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열 필하모닉이 함께했다.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크리스토퍼 알더가 프로듀싱을 맡아 런던 헨리 우드 홀과 왓퍼드 콜로세움에서 녹음했다.

26일 음반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에스더 유는 “브루흐 협주곡 1번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곡이라 꼭 녹음하고 싶었다. 바버 협주곡은 배웠을 때부터 친숙하다. 두 작곡가들이 작곡한 시기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데 그만큼 현재의 감정 표현을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코로나 이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녹음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작품은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뒤 벨기에와 영국에서 음악적 기반을 다진 에스더 유의 삶과 부합된다. 미국적인 선율이 바버에,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이 브루흐에서 드러난다.

이날 바실리 페트렌코는 영상 메시지에서 “브루흐 협주곡 1번은 20세기 낭만주의를 보여주며, 바버 협주곡은 드라마틱하지만 해피엔딩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올해 서울시향을 지휘할 예정인데 올해 아니면 내년까지는 로열 필을 이끌고 내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의 로열 필은 1946년 토머스 비첨이 설립한 런던의 5대(Big Five)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에스더 유가 2018년 로열 필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해 왔다. 연주는 물론 여러 교육 프로그램과 찾아가는 음악 치료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서 익숙한 악단이다. 작년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바실리 페트렌코와는 이번이 첫 대면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한 새 음반을 발매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페트렌코는 제가 오랫동안 존경한 마에스트로예요. 음악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특히 에너지가 넘치고 무엇보다 유머가 풍부하신 분이었어요. 창문도 없는 곳에서 녹음해 힘들었지만 마에스트로가 분위기를 많이 띄워주어서 즐겁게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태어난 에스더 유는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뉴욕 스즈키 스쿨에 다녔다. 부모님과 함께 와서 레슨을 받는 학교였는데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빴던 터라 예외적으로 혼자 다니게 됐다고 한다. 이때 자신의 연주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고, 부모님이 늦을 때면 선생님 댁에 가서 밥도 같이 먹으며 음악과 가까워졌다고 했다.

벨기에로 이주한 뒤에는 교회나 학교 등에서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았다.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같은 곳에서도 연주를 했다. 예술계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업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에스더 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16세 때 참가한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부터다. 당시에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배우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결선에 오르면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핀란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고 참가했다고 했다.

이후 지휘자 로린 마젤은 18세 에스더 유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한국 및 중국 투어 협연자로 낙점했고 2014년에는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와 남미 5개국 공연을 함께 했다. 아시케나지/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는 ‘시벨리우스, 글라주노프 협주곡’(2015)와 차이콥스키 협주곡(2017) 등 두 장의 녹음을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녹음했다.
이후 피아니스트 장 주오, 첼리스트 나렉 하크나자리안과 결성한 젠 트리오의 DG음반인 ‘브람스 드보르자크 트리이오’(2017)과 ‘Burning Through the Cold’, 영화음악인 ‘체실 비치에서’ OST(데카)와 채드 로슨 ‘Breathe’(데카)까지 모두 여섯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이번 음반이 일곱 번째 음반이다.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한 새 음반을 발매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음반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이번 음반에는 비외탕의 ‘아메리카의 추억’ 중 ‘양키 두들’이 실려 있다. 벨기에 작곡가가 미국에 들렀을 때의 추억을 살린 작품이라 에스더 유에게는 의미가 있는 곡이다.
“미국에서 자라던 어릴 때 차 안에서 ‘올드 맥도널드’나 ‘양키 두들’같은 동요를 자주 불렀다”는 에스더 유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 곡을 직접 연주해보였다. 기교적인 전반부에 이어 익숙한 민요의 멜로디를 새기는 후반부 연주로 구성됐다. 이번 녹음에서도 사용한 그의 악기인 170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프린스 오볼렌스키’를 들고 왼손 피치카토나 더블스톱 등 기교를 선보였다.

에스더 유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최수열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후 태국, 독일, 콜롬비아에서 투어를 하고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여름에는 독주회를 갖고 가을에는 호주 멜버른 심포니 데뷔, 뉴질랜드 데뷔, 콘세르트헤바우 연주 등이 예정됐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외국인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는 에스더 유는 집에서 쓰는 한국 이름이 ‘지연’이라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처음으로 배운 말이 한국어였다. 집에서도 한국말 쓴다”는 에스더 유는 "외국 학교에도 도시락 싸들고 가 밥하고 계란말이를 먹었다. 내가 직접 끓이는 된장찌개가 가장 맛있다"며 웃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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