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써 주는 인공지능을 보는 짧은 소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시아(sia)라고 했다.
글귀를 주면 이어서 시를 써주는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재근 기자]
▲ 인공지능 시아 시아(sia)가 시를 쓰면 화면으로 나타난다 |
ⓒ 김재근 |
시아(sia)라고 했다. 이름만으론 처자인지 남정네인지 구분이 안 된다. 들여다보았다.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글귀를 주면 이어서 시를 써주는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어 기반 언어 모델인 '코 지피티( koGPT)'로 만 삼천 편의 시를 학습시켰다고 했다.
▲ 시아의 시 쓰기 시제를 입력하면 시아가 시를 써내려 간다. |
ⓒ 김재근 |
'시인이 머문 자리'를 선택했다. 쉽게 줄줄 잘도 써 내려간다. 질투심 비슷한 게 느껴진다. 어느 곳쯤에서 멈춘다. 두 개의 구절을 놓고 고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조금 괜찮다 여겨졌다. 결과야 뻔하지만 나도 시 쓰기에 참여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시를 받아 들었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걸 시라고 할 수 있을까. '시아'의 생각이 얼마만큼 담겼을까. 단지 언어의 유희는 아닐까. 마치 만 삼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자기 생각을 갖추지 못하는 우둔한 독서가처럼.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학습된 시어의 조합이라면 어구 하나하나에 출처를 알리는 각주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더 이상 시라고 부르기 무색하다.
의문은 계속되었다. 이 시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시아인가. 만 삼천 편의 시를 제공한 시인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인가. 나도 한몫했으니 일부를 주장할 수 있을까.
나는 시를 모른다. 다만 시인은 가슴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시아는 가슴이 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확실하게 이것만은 말 할 수 있다. 삭막하다. 소름도 돋는다.
시인 장석주는 그의 책 <은유의 힘>에서 "오늘날 시인은 멸종될 위기의 생물종으로 대접받는다. 시인이 멸종하면 시는 사라진다"라고 했다. 시인이 사라지는 시대를 대비한다면 시아가 고맙다.
머리가 복잡하다. 기계가 이제는 감성의 영역까지 넘본다. 내 의지 따위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저만큼 흘러간다. 뜬금없이 '시아' 동생이 찾아와서 내 글을 대신 써주겠다고 하지는 않을런지.
연휴 마지막 날이다.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정초(正初)의 눈을 상서롭다고 했다. 창 넓은 카페에 앉아 눈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쓴다. 시아에 비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달콤한 휴식이 끝나간다. 세상과만 경쟁해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과도 겨루어야 할지 모르겠다.
서설(瑞雪)과 함께 시작하는 출발이다.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다. 구독자님들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화순매일신문에도 싣습니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