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오현규 셀틱행으로 입증, 수원 유스 정책은 틀리지 않았다

서호정 기자 2023. 1. 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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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수원삼성은 지난 2019년 5월 '오현규의 하루'라는 영상을 제작해 구단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당시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매탄고 3학년 오현규가 어떤 일상을 보내며 프로 선수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지를 소개하는 컨텐츠였다. 


이 영상은 유소년 선수를 키우는 부모들의 필수 시청 자료라는 호평을 받았다. 결국 축구 선수의 꿈은 프로에 진입하는 것이고, 현재 그 확률이 가장 높은 루트는 프로 산하 유스팀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원은 오현규라는 당시 고등학생이 준프로계약이라는 신설된 제도를 통해 조기에 프로 무대를 밟고, 학업과 프로 선수 생활을 어떻게 병행하는지를 알려줬다. 


동기인 김상준과 함께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 준프로 계약을 맺은 오현규는 2019년 4월 26일 포항 원정에서 교체 출전하며 자신의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9일 뒤인 어린이날에는 슈퍼매치에 선발 출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이 2018년 4월 준프로계약 제도를 도입한 뒤 고등학생 신분으로 경기에 출전한 첫 케이스였다.


그로부터 3년 9개월이 지난 현재 오현규는 유럽파가 됐다. 스코틀랜드의 양강 중 하나인 셀틱의 유니폼을 입는다. 만 18세의 준프로 선수는 그 사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일찌감치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2019년부터 2021년, 3시즌 동안 리그 51경기를 뛰며 프로 적응기를 마쳤고 상무에서 얻은 피지컬적, 기술적 자신감은 2022시즌 수원에서 38경기 출전 14골 3도움(승강 플레이오프 포함)이라는 성과로 폭발했다. 


월드컵을 앞둔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오현규의 스타일과 발전상을 주목하고 대기 멤버인 27번째 멤버로 카타르로 데려갈 정도였다. 그런 상징적 성공은 오현규의 유럽 진출에 또 하나의 추진제가 됐고, 40억원 가까운 이적료가 매겨질 정도로 가치가 폭발했다. 오현규가 대표팀을 거쳐 유럽까지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돋보인 시간은 2022년이지만, 긴 관점으로 본다면 수원의 유스 시스템과 함께 한 9년의 시간이 약 40억원의 사나이를 만든 것이다. 


수원 구단은 지난 10년 넘게 유스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다. 2008년 매탄고와 18세 이하 유스팀 협약을 맺으며 출발한 수원의 유스 체계는 2009년 15세 이하 유스팀(매탄중->화도중->클럽팀 전환), 2012년 12세 이하 유스팀 리틀윙즈 창단으로 이어졌다. 민상기를 시작으로 구자룡, 이종성 등 매탄고에서 유망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수원 유스의 본격적인 황금기는 이 시스템의 완성 이후였다.


2014년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그 이전부터 자리를 잡은 수원의 유스 정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과거 최고의 선수를 불러모으던 '레알수원'의 영광과 작별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수한 선수를 스스로가 발굴, 육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2시즌 기준으로 수원은 K리그1 인건비 순위에서 대구, 강원, 인천 등 시도민구단에게도 밀리며 8위를 기록했다. 프로 1군 선수단 운영의 방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유스 정책만큼은 일관성이 있다. 그 증거가 1군 요소요소에 배치된 유스 출신 선수들, 그리고 지난해 정상빈에 이어 올해 오현규로 이어진 2년 연속 유럽파 배출이다.


'오현규의 하루'는 이제 수원 구단의 운영 방향성에서 '오현규의 4년'으로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


유스 시스템을 통해 키운 유망주를 어떻게 프로팀에 안착시키고, 대형 선수로 성장시킬 지를 확실히 체감했다. K리그 대다수 정책의 주요 포인트는 육성에 있다. 그것을 대표하는 22세 이하 제도, 준프로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구단이 바로 수원이다. 오현규는 수원의 유스 시스팀에 대한 선수, 학부모들의 신뢰가 다시 한번 굳어지는 성공 케이스다. 


동시에 수원은 다음 단계의 고민도 해결해야 한다. 유스로 길러낸 선수들의 궁극적인 꿈은 1차는 프로에서의 안착, 그리고 유럽이라는 엘도라도로 향하는 것이다. 수원 구단 스스로 유럽 진출을 막지 않는다는 대의를 지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초대형 선수는 팀이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는 현실도 존재한다. 


그들이 떠날 경우 프로팀은 어떻게 경쟁력을 꾸릴 것인가가 수원의 일관된 유스 정책의 성공을 더 빛나게 할 지를 좌우할 숙제다. 지난해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지며 구단 역사상 최대 위기를 겪었다. 유망주들이 큰 이적료를 남기며 떠나고, 그 금액을 1군 전력 강화에 적절히 활용하며 유스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수원의 고민도 오현규가 남긴 거액의 이적료라는 과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쓸 것인가다. 돈을 쥐고 있지만, 겨울이적시장에서 우수 선수를 획득할 타이밍은 다소 늦은 상황이다. 여기서 수원의 혜안이 중요하다. 당장 오현규의 공백이 드러날 최전방 공격, 그리고 올 겨울 지지부진했던 중앙 수비진 보강 등에 확실한 자원을 돈을 효율적으로 써서 데려와야 한다. 


불과 1년 전의 결정과 판단이 수원 구단 스스로에게 좋은 교보재다. 정상빈을 16억원의 이적료를 받으며 유럽으로 보냈지만, 그 공백을 메우는 선택에서 미스가 있었다. 선수 1~2명 선택 실수에 불과한 듯 보였지만, 그것이 강등권으로 가는 단초가 됐다. 수원 팬들이 오현규의 유럽 진출을 축하하는 동시에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는 것은 구단이 선수가 남기고 가는 거대한 과실을 어떻게 쓸까다.


이 숙제를 잘 해소하고 2023시즌에 들어간다면 수원은 유스를 통해 선수를 잘 키우고, 그들을 유럽 무대에 보내 그 수익으로 1군 경쟁력도 유지하는 K리그의 신흥 거상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셀틱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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