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넘어
[김은미 기자]
▲ 책 <환대> 표지 사진 |
ⓒ 홍성사 |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 '환대', '경계인', '존재'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결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적 없었던 단어들이 그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고, 채널을 돌리려던 시청자들은 홀리듯 TV 앞으로 바짝 다가가 그의 말과 노래와 몸짓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국 '우승'이라는 커다란 배 위에 올라타 긴 항해를 시작한 그는 대중음악계에 '이승윤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그를 향한 팬덤을 넘어서 '이승윤'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승윤과 환대
이승윤은 그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팬들의 응원과 엄청난 인기를 '환대'로 인식하고 있다. '환대'란 기본적으로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자 '그곳에 함께 머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의 노래 <달이 참 예쁘다고>는 그런 의미에서 환대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오늘을 딛고 일어서 내일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가 늘 고민해왔던 실존적 가치를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볼래'라는 표현은 시공간을 초월한 타자를 향한 포옹의 의미로 보인다.
"괜찮다. 그렇게 넘어져 울고 숨어도 된다. 누군가 당신의 삶을 허송세월이라고 손가락질할지라도 괜찮다. 때로는 가면을 쓴 듯, 진심을 숨겨도 괜찮다. 생존하는 지금 당신의 삶을 나는 환대하리라. 환대의 삶만이 아름다운 무도회처럼 여기 펼쳐져 있다. 함께 걷자. 그리고 살아내자." (33쪽)
이승윤은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음악가로 오아시스와 이적을 자주 언급해 왔다. 자신은 이적의 파편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승윤이 추구하는 음악적 장르는 '락'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한 가지 장르 안에 가둬둘 수는 없을 만큼 다양하고 늘 새롭다. 그가 가사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추상적이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상징과 비유를 통해 본인만의 렌즈로 세상을 투영시키고 있다. 그 방식이 굉장히 독창적이면서 세련됐다.
"이승윤이라는 음악인과 그의 음악은 성스러운 상징처럼 경험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존 규범에 부합되지 않아 낙오한 개인들의 가치들과 이야기들에 대한 갈망과 다르지 않다. 사회의 체제와 질서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찾고 또 원하던 그러한 상징 말이다." (45쪽)
저자는 "이승윤이 편곡하거나 만든 곡 안에서는 이승윤뿐만 아니라 각 악기 연주자들도 그들만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되고 다른 악기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하게 된다. 이것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음악인 이승윤이 추구하는 환대의 마음속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56쪽)라고 이승윤이 추구하는 환대의 방향성과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구체화한다.
그의 노래 <들려주고 싶었던>은 이승윤이 추구하는 환대적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노래를 부를 때, 방송 DJ들이나 청중들은 그가 들이미는 마이크를 거부할 수 없다. "그댈 위한 장미야~ 그댈 위한 향기야~ 그댈 위한 밤이야~"를 외치지 않고 버틸 사람은 없다.
"'환대'는 누군가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나의 것을 타인에게 주어 함께 '우리'가 된다."(80쪽)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승윤은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가치)이 무엇이냐고. DJ는 건강, 가족, 돈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겉과 속이 크게 다르지 않게(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답이었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구체화하고 싶다던 그는 분명하고도 자신감 있는 언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성품과 성정은, 팬들이 '이승윤'이라는 블랙홀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이승윤
이승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경계선 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중심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주변인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향한 엄청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쏟아지는 칭찬이 어색하기만 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김이나 심사위원은 '사람들의 애정과 칭찬을 받아주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승윤은 '자신은 자신의 깜냥을 잘 알고 있기에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깨달았다. '자신의 그릇이 조금 더 클 수도 있겠다'라는 사실을.
원의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을 서성이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원 안으로 밀려 들어갔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곳에 서 있어도 되는 걸까? 수없이 반문하고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선 곳, 원과 원이 만나는 경계선에서 새로운 중심이 되었다. 이승윤은 누군가 그려 놓은 원 안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로 새로운 원을 그렸다. 어쩌면 원이 아니라 마름모일지도 사각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중심에 당당히 섰고 깊고 뚜렷하게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이나 정해진 틀에 순응 또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체성으로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면서 말이다."(147쪽)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매우 이승윤스럽다. 그는 가식적인 말, 틀에 박힌 말, 모두가 좋아할 법한 말을 하지 않는다. 솔직하면서도 세련되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말과 의도를 전달한다.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에 그의 뛰어난 언변 또한 크게 한몫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72호들을 위한 주단을 깔아 놓겠다고 한 말, '틀을 깨는 가수'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은 이승윤이라는 사람의 특별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통념과 편견들을 거꾸로 보여주기도 하고 역으로 발상을 꾀하는 해학으로 가볍게 그 체계를 역전시키는 등 재미있고 통쾌하며 동시에 평범한 인생들을 안아 주는 동질감이 그의 노래에 가득하다."(180쪽)
그렇기 때문에 그의 노래 속 가사들은 매우 독창적이고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움이 있다. 이승윤은 노래 가사 속에 가치를 담고 현상을 담고 해학을 담아내는 능력이 매우 탁월한 음악인이다. 단어 선택의 기발함과 창의적인 라임의 조화는 그의 천재성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이 시대를 대변하는, 이 시대의 불합리함을 꼬집는 대표적인 음악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그는 경계선 상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다. 수많은 경계와 경계 사이에서 접점들을 찾아내 그 자체로 빛나게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경계선상에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주변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다. 존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무수한 질문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이승윤이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 음악인 이승윤이 써내려갈 따뜻한 환대의 서사들이 기대가 된다. 그가 지금보다 더 잘되기를 바란다. 팬으로서 그가 걸어가는 길에 응원과 환대의 마음으로 기꺼이 동행할 것이고, 그가 써 내려가는 노랫말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깊이 사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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