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체재와 보완재가 필요한 고향사랑e음

데스크 2023. 1.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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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전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소멸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로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이 스스로 재원을 확보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제도이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시행한 일본 고향세 사례를 보면, 재난재해시 구호 재원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 재해구호법 상 제약을 넘어, 피해 복구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빠른 일상회복을 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모금 플랫폼 ‘고향사랑e음’은 관리자의 편의성에 주목하여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국민은 지자체명을 보고 기부한 뒤, 답례품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르는 형태로만 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다.


‘ㅇㅇ지역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떤 지역문제를 해결하려고 운용되는가?’와 ‘나의 기부가 어떻게 지역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는가?’를 주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모금 플랫폼이어야만 한다. 기부자 마음을 관통해야 혁신적인 제도는 건강하게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사랑e음 Q&A_600건 이상 질문은 대부분 기부 직관성과 결제 오류 등의 내용이다ⓒ

일본 고향세는 왜 민간 플랫폼을 선택했을까.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시행한 일본은 40여개 고향세 민간 플랫폼이 제도의 취지와 성격에 맞춰 8조원이 훌쩍 넘는 재원을 모금 중에 있다.


지난 해 12월, 폭설로 피해 입은 에히메현 구만코겐쵸는 긴급히 고향세 모금을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 고향세 민간 플랫폼인‘후루사토초이스’의 힘을 빌렸다. 후루사토초이스는 재난재해 모금을 위한 별도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한다. 재난재해 모금의 경우, 기부자도 답례품을 받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모금하는 지자체 역시 재난 대응에 매진하느라 답례품 발송 업무 처리 등이 어려워 답례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고향사랑e음은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30%가 답례품 쇼핑몰 포인트로 발생된다. 답례품은 말 그대로 ‘답례’의 성격인데, 이렇게 접근하면 상품으로 인식되고 가격이 노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물량이 적고, 소농 내진 소상공인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답례품 공급망은 일반 쇼핑몰에 비해 가격이 비쌀 가능성이 있다. 답례품은 답례품으로만 인지되게 설계를 치밀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 최대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_재난재해를 위한 모금 페이지가 별도로 있다. 재난재해의 경우, 상당수 기부자들은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고 온전히 기부한다ⓒ

가고시마현 이즈미시는 지난해 11월, 조류독감 9건이 발생해 산란계의 40%에 해당되는 120만마리 닭을 살처분했다. 이즈미시는 양계농가를 지키기 위해 역시 후루사토초이스에 모금함을 연다. 재난재해의 경우, 모금 후 2일 내에 모금액이 지자체로 지급된다. 고향세 모금은 어떤 법에도 저촉 받지 않고, 지자체가 정의한 적재적소에 지원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모금은 즉각적으로 이즈마시 농가에 수산화칼슘, 소독액 배부, 차량 소독 등 방역 및 피해복구에 쓰이게 된다.


후루사토초이스는 기부자에게 기부 이후 소식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우리법에서 금지한 전자적 전송매체(이메일)를 통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역의 어떤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는지 등을 피드백한다. 이런 피드백이 기부자의 만족도를 높여 지속적인 기부로 연결되는 역할을 한다.


일본 지자체가 민간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유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효과적인 모금을 해내기 때문이다. 지역에 위급한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 공무원은 현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일본의 민간 플랫폼은 지역의 위급한 문제가 발생하면 효과적인 모금 방식을 제안하며 곧장 대응한다.


일본 최대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 지정기부 페이지_네이버해피빈과 유사하게 메인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혹자는 민간 플랫폼이 취하는 모금 수수료를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고향사랑e음은 243개 지자체에게 분담금을 걷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243개 지자체에게 구축비용 70억 3000만원, 운영비용 20억원 가량을 균등하게 걷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개선비용과 운영비용은 매년 걷어야만 하는 비용일 것이다.


일본은 모금 액수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민간 플랫폼에 지급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 기부단체 역시 대행을 맡길 때, 법으로 정해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 11월, 행정안전부와 울산광역시가 주최한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국제 포럼: 청년의 새로운 기회와 지역활성화’에서 일본 민간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끔 제도를 지원한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이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고향세 민간 플랫폼은 기부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트렌드에 맞춰 (플랫폼을)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데, 공공이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고향사랑e음과 다르게 모금 주제부터 분명히 밝히고 있는 네이버해피빈_한국은 연간 민간기부 시장이 14조원에 달하는 나라이다ⓒ

고향세 민간플랫폼의 등장과 고향세 성공


일본 고향세 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된다. 시행 초기 모금액은 100억엔 수준에 머물렀다.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 등장 이후, 모금액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사토후루, 후루나비, 라쿠텐후루사토납세 등 민간 플랫폼이 연이어 증가하면서, 모금 초기에 비해 100배 이상 성장해 왔다.


모든 것을 민간에 맡기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후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센터’에서 낼 수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민간 플랫폼 ‘토스(toss)’나 ‘도너스’에서도 낼 수 있었다. 일반기부금은 행정안전부 ‘1365 기부포털’에서 낼 수 있지만, 국민들은 민간 플랫폼 ‘네이버 해피빈’이나 ‘다음 같이가치’에서 기부하길 선호한다.


고향사랑e음이 현재와 같이 설계된 데에는 관리의 용이함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플랫폼과 공존의 방향 역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위기의 지역에 희망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향사랑e음을 대체하고 보완할 수많은 플랫폼의 산파가 되길 기원한다.


글/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itwins@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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