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진짜 선배'와 선수협 회장

배중현 2023. 1.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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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선수협 회장 자리 고사한 추신수
당시 선수단 최다 득표자였지만 거절 의사
안우진 옹호하며 '선배의 역할' 강조
'진짜 선배'가 필요한 자리야말로 선수협
최근 미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우진 옹호 발언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추신수. IS 포토 


지난해 11월이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2년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았다. KBO리그 연봉 상위 1~20위 선수 20명을 후보로 선수단 전체 투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최다 득표를 받은 선수가 자리를 거절한 것이다. 결국 최다 득표 2~4위를 대상으로 투표를 다시 진행, 가까스로 김현수(LG 트윈스)가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때 선수협 회장 자리를 고사한 게 추신수(41·SSG 랜더스)라는 건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거론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도 받았는데 국제대회는 못 나간다"며 "일찍 태어나 야구했다고 선배가 아니다. 불합리한 처지의 후배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학폭) 이력 탓에 WBC를 뛰지 못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대한체육회가 관여하지 않는 WBC 출전은 가능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택은 '제외'였다. 추신수는 안우진의 현재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봤다.

선수협 회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선수들 사이에선 "잘해야 본전" "욕먹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선수협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액 연봉자로 회장 후보를 강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4월 3일 전임 회장이던 이호준 현 LG 트윈스 코치가 승리 수당 부활 요구와 관련한 문제로 사퇴한 뒤 수장을 찾지 못한 채 2년 가까이 표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년차, 저연봉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반드시 누군가 맡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양의지가 회장 취임 후 첫 목소리를 낸 것도 2차 드래프트 폐지 반대 입장이었다. 당시 선수협은 '2차 드래프트는 저연봉, 저년차 선수의 권익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섣부른 폐지보다는 부족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 및 수정하는 등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돼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폐지된 2차 드래프트는 올 시즌 부활을 앞두고 있다.

추신수는 안우진을 옹호하는 말미에 "후배가 잘못된 길을 가거나 잘못된 곳에서 운동하면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고 해야 하는데 지켜만 본다. 그게 아쉽다"고 꼬집었다. 선수협 회장 자리야말로 추신수가 말한 제도를 바꾸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 중 하나다.

그는 KBO리그에서 뛰는 내내 쓴소리를 가감 없이 내뱉었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만, 잠실야구장의 라커룸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어쩌면 안우진의 문제도 그 연장선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여러 사정을 이유로 정작 선수협 회장 자리는 고사했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고, KBO리그에서 뛴 경력이 많지 않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추신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선수협 회장 임기(2년)를 채우지 못하고 은퇴할 가능성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가 말한 '진짜 선배'라면 후배들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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