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낮추고 지역사회와 호흡해야 교회도 살고 지역도 산다”
“교회가 담을 쌓고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있는 건 잘못됐습니다. 담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호흡해야 교회도 살고 지역도 사는 겁니다. 씨티교회는 앞으로도 ‘덕스러움’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이행해나갈 것입니다.” 서울 중랑구의 빼곡한 주거지역에 있는 씨티교회 조희서(69) 목사의 말이다. ‘씨티’라는 이름답게 교회를 중심으로 주변이 형성돼 있는 느낌이 들었다. 조 목사는 지난 1990년 가진 것 없이 믿음 하나로 교회를 개척했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겨냈다.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조 목사의 특별한 사역에 있다. 개척 이후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교회의 담을 낮추고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이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이행하는 것이며 죽어가는 교회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씨티교회가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역은 인근 지하철역 건물에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교회를 둘러싼 긴 담장에도 지역사회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담장에 아름다운 성화를 부착해 아차산 둘레길을 오가는 등산객과 시민들이 풍성한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지역사회와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쉬운 전도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조 목사와 씨티교회 성도들의 진심이 담긴 노력은 상당한 결실을 맺었다. 주민들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을 누리는 데서 나아가 교회에 관심을 갖고 발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앞으로 씨티교회는 지역사회와 더욱 밀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1인가구 및 독거노인 가운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국수가게 설립 등 새롭고 진심어린 방법이 동원된다.
24일 국민일보와 만난 조 목사는 그동안 걸어온 사역의 길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목회철학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회 개척 후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무슨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1990년 성동구 홍익동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지하와 1층, 2층 예배당을 옮겨 다니며 어렵게 예배를 드렸다. 개척한지 13년 만에 지금의 예배당을 건축하게 됐지만, 이 와중에도 건축헌금을 많이 한 교인이 이단에 빠져 교회를 위협하고 건축헌금 반납 소송을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YWAM(예수전도단) 설립자인 로렌 커닝햄 목사님이 우리교회에 와서 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됐다. 커닝햄 목사는 자신의 제자가 되려면 안 좋은 생각이나 안 좋은 말은 절대 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라고 했다. 나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안 좋은 생각보다는 하나님께 모든 상황을 의뢰하고 기도하며 버틴 결과, 오늘날과 같이 아름다운 성도들과 함께 성공적인 목회를 할 수 있게 됐다.”
-목회 철학과 사역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교회 담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있다. 이것만이 죽어가는 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와 어떻게 호흡하고 있나.
“대표적으로 지하철 경의·중앙선 양원역 건물에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만들었다. 도서관은 중랑구에 정식으로 등록된 도서관인데, 도서관팀과 전도팀이 불철주야 기도하며 수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평신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를 하면서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된 재능기부는 강좌인데 지난 한 해에만 30개의 강좌가 열렸다. 요리 영어 통기타 창업 허브심기 필라테스와 액자 만들기 등 다양하다.
지역 주민들과 연합해 야외에서 바자나 플리마켓 도서체험 부스 등의 행사도 열고 있다. 아차산 둘레길을 오가는 등산객과 시민들을 위해 교회 담장에 성화를 부착해 볼거리도 제공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교회 로비에 푸드 창고를 열어서 각종 인스턴트 음식들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지역구 행사 때 무료로 예배당을 개방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지하철역에 세운 도서관은 회원만 500명이 될 만큼 활성화됐다. 도서관 주최로 진행된 매직쇼에는 800여명의 지역 주민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나아가 믿지 않는 사람들의 교회 접근성도 끌어 올렸다. 교회가 공간과 활동을 공유해 지역민들이 쾌적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면서 교회가 있는 지역에선 ‘덕스러운 교회’ ‘좋은 교회’로 인식됐다.
자연스레 교회에 발을 들이는 지역 주민들도 많아졌다. 향후 지역사회와의 밀착 사역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100년 넘은 우동가게 영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1인가구, 독거노인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국수가게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교회를 이끌며 가장 감사한 것은 무엇인지.
“조엘 프리맨 목사가 집필한 ‘교회는 동물원’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은 어떤 사람은 이리, 또 어떤 사람은 여우 염소처럼 동물로 비유할 때가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인성과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라는 한 공간에 모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교회와 공동체의 분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은 나에게 정말 성실하고 신실한 교인들을 보내주셨다. 교인들에 대한 걱정을 덜고 열성적으로 목회에만 집중해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교인들에게 주로 강조하는 것이 있나.
“오늘은 롯데마트, 내일은 이마트, 모레는 홈플러스. 이렇게 동네 마트를 필요에 따라 바꿔 가듯이 교회를 쇼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하지 말고 교회를 이끌고 지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3가지 태도도 강조한다. ‘인내’ ‘기도’ ‘덕스러움’이다. 사도 바울 역시 가장 위대한 은사가 ‘오래 참는 것’이라고 고린도서에서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목사이자 연설가로 희망을 전하는 닉 부이치치는 태도가 많은 것들을 결정한다고 했다. 교회와 교인의 태도가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교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달라지게 만든다.”
-설교와 관련한 특별한 원칙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설교를 완벽하게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전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한다. 설교를 애써 잘하려고,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면 나 자신이 피곤해지고 스트레스가 된다. 이것은 자유가 없는 거다. 마음이 묶이면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설교와 목회는 기쁘고 즐겁게 그리고 신나게 해야 한다.”
-평생의 소원, 마지막 그날까지 헌신하고 싶은 일이 있나.
“‘플랫폼 처치’를 건축하고 싶다. 나는 비닐하우스, 천막교회, 지하실 예배당과 같이 열악하고 힘들었던 개척과정을 경험했다. 때문에 미자립 교회의 어려움과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작은 건물이나마 건축하거나 사서, 미자립 교회들을 위해 예배당을 빌려주고 싶다. 물론 이 건물에는 예배당뿐만 아니라 도서관 식당 등과 같이 목회에 필요한 다른 시설들도 갖추도록 할 것이다.
추후 후임 목사에게 이 교회를 넘겨주기보다 도움이 필요한 작은 교회들에 힘을 보태고 싶다. 바로 이러한 선한 활동들이 우리 교회를 지속 가능한 교회로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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