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공간력
지난해 말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3』에는 새해를 움직이는 10가지 트렌드가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가 ‘공간력’이다. 김난도 교수를 비롯한 저자들은 ‘공간력’을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으로 정의했는데, 핵심은 “작은 개인 블로그부터 거대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가상공간이 세상을 호령하는 시대지만 가상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실제 공간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그러니 공간의 힘을 다시 보라”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비대면 원칙을 중심으로 흘러갔고 실제로 수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실제 공간으로서의 ‘핫플’과 MZ세대 놀이터에 대한 고민이 본격 시작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루이 비통·구찌·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하이트진로소주, 가나 초콜릿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시도한 ‘팝업 스토어’ 전략이다. 천편일률적인 지루한 매장들은 빠르게 접는 대신, 기발한 상상력으로 제품 대신 경험을 파는 팝업매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MZ세대와의 접점을 높였다. 보수적인 박물관들이 유리진열대 밖에 유물을 전시하고(국립경주박물관 로비 가야토기 진열대), 현대 작가들과 색다른 전시공간을 기획(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고려비색 방’)하는 등 새로운 공간을 고민하게 된 것도 MZ세대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방구석 1열로 감상하는 온라인 세계의 판타지도 신비롭지만, 결국 인간에게는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이 더욱 매력적이다. 인간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공간력’ 연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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