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은 정말 ‘불합리한 처지’에 놓였을까

배중현 2023. 1.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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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과거 안우진 옹호한 추신수
WBC 대표 탈락 두고 불합리 거론
안우진 고교 시절 학폭 문제로 징계
"학폭위는 떄린 쪽도 인정해야 열려"
최근 억울함 호소했지만 내용 변함 없어
추신수의 발언으로 과거가 조명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학교 폭력 문제로 징계를 받아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가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선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안우진의 모습. 인천=정시종 기자


"불합리한 처지의 후배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좌절된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을 두둔하며 한 말이다.

안우진은 지난해 KBO리그가 발견한 '히트 상품'이다.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 시즌 안우진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2.6㎞/h. 최고 구속은 160㎞/h에 육박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가 주목하는 파이어볼러인 안우진을 상대로 추신수는 정규시즌 9타수 1안타(통산 15타수 2안타)에 그쳤다. 만날 때마다 쩔쩔맨 안우진이 WBC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으니 추신수의 눈에는 이게 '불합리한 결정'으로 보인 듯하다.

'키움 안우진'은 국가대표로 손색없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건 '휘문고 안우진'이다. 안우진은 2018년 입단 당시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이 징계로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가 국가대표 선발을 관리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을 뛸 수 없게 됐다. 

2017년 8월에 열린 학폭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안우진은 핸드폰이나 야구 배트로 수차례 피해자를 가격했다. 이는 안우진과 피해자 4명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한 내용이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학폭위원회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없으면 열릴 수 없는 거다. 때린 쪽도 인정하고 맞은 쪽도 인정해야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우진의 폭행 수준을 두고 말이 많다. "단순 가담"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마야구 안팎에선 "내용이 꽤 심각하다"는 내용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기 힘든 물건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기술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명단을 발표하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정시종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마찬가지다. WBC는 대한체육회와 무관하게 KBO가 대표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안우진의 대표 발탁이 가능했다. 그만큼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면밀히 고려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불가'였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 책임감과 자긍심 등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30명을 결정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감추고 싶은 '과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변호사를 선임, 학폭 피해자로 지목된 3명이 "자상했던 안우진 선배와 잘 지내고 있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안우진 측에서 몇몇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오히려 과거를 상기하면서 역효과만 낳았다. 갑작스럽게 피해자들이 안우진을 옹호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만 쌓였고, 피해자 1명과 협의되지 않은 공동 입장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후폭풍을 맞기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우진 측은 소속 구단인 키움과 원만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잡음이 커지면서 KBO의 부담도 커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가만히 있었으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을 텐데 스스로 복을 걷어찬 거 같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말한 '불합리한 처지'에 대해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자격정지 처분이 유효하다. 그의 '학폭 이력'과 관련해 바뀐 게 전혀 없다.

아마야구 관계자는 "학폭위에 이름을 올린 피해자 말고 다른 피해자도 있는 거로 안다"며 "안우진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학폭을 저질러도 당장 그 자리를 모면한 뒤 몇 년 뒤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라고 비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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