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대처 엉망이었다며 문책 얘긴 뺐다, 軍 맹탕 검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 군 당국은 상황 판단과 전파는 물론 훈련 등에서 총체적 대응 부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의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 보고를 통해서다. 그러면서도 문책 대상과 같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아 결국 ‘제식구 감싸기’식 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25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결과’를 국회 국방위원회에 사전 보고했다. 군은 제출된 자료에서 “작전수행체계, 작전 간 조치, 전력 운용 등 일부 미흡한 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핵과 미사일에 비해 북한 소형무인기에 대한 위협 인식 수준이 부족했고, 현재 무인기 대응 작전체계인 ‘두루미’로는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기의 빠른 침투 속도와 탐지 시점을 고려해 모든 타격 자산을 동시 투입했어야 했지만 현 두루미 체계에선 부족함이 있었다는 의미다.
보고에는 상황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우왕좌왕했던 정황도 담겼다. 1군단에서 파악된 무인기 항적이 지상작전사령부, 합참,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뒤늦게 전달돼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기엔 군 내 긴급 상황 전파 시스템인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공부대가 수초 내 전·후방 부대에 상황을 공유하는 ‘고속지령대’도 가동되지 않았다고 군은 국방위에 보고했다. 이 때문에 각 부대는 유선 전화로 상황을 전달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두루미 발령은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지 1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초기 상황을 장비 운영자의 판단에 의존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레이더에 점 형태로 포착되더라도 새떼 등 수천 개 항적이 매일 나타나는 만큼 작전 요원이 육안과 열상감시장비로 확인해 최종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피해가 우려돼 공중전력과 지상 방공무기를 운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도 한계로 나열됐다.
합참 통제로 이뤄지는 실질적인 합동 방공훈련이 없었고, 그나마 이뤄지는 훈련도 효과가 미미했을 것이라고 군 당국은 보고했다. 예컨대 실제 소형 무인기보다 큰 500MD 헬기를 가상적기로 설정하는가 하면, 적의 모의 침투 항적도 사전 공지돼 작전수행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군은 대안으로 실시간 공유체계 개선, 비물리적 타격체계인 소프트킬 보강, 분기별 합동방공훈련 실시, 다목적 합동 드론부대인 드론사령부 창설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검열 결과 보고를 놓고 군 안팎에선 ‘맹탕’ 또는 ‘부실’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야당 측 국방위 관계자는 “원인 분석과 해결책 등이 기존 거론된 내용 이상으로 나아간 게 별로 없다”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제대 간 정보 공유 시간대를 놓고서도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에선 구체적인 징계 대상 등 문책 계획이 언급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대응 과정에서 심각한 규정 위반이 없었던 데다, 수위 높은 문책이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지휘관에게 경징계 수준의 문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셀프 검열’의 한계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26일 오전 10시 30분 이 같은 검열 결과를 국회 국방위에 정식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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