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령’ 서현우 “한예종의 연기 천재? 기분 좋지만 부담이죠”

김혜선 2023. 1.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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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연기 천재’. 배우 서현우를 수식하는 배우 박소담의 말이다. 서현우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화교 출신의 전과2범 철썩이로 분했다가, 이번에는 이해영 감독의 영화 ‘유령’에서 코믹한 포지션의 천계장으로 변신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탄성이 나온다.

“연기 천재란 별명은 한예종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인데요. 사실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은 ‘서박사’라고 불렀어요. 제가 인문고를 다니다가 한예종으로 들어오니까, 예술고 출신 동기들을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필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새인가 ‘서박사’가 되고 나중에는 ‘연기 천재’ ‘연기의 신’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소담이가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마운데, 기분좋지만 부담이 돼요.”

서현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배우 설경구의 작품을 보며 자랐고, 그를 보며 ‘나도 배우가 하고 싶다’고 연기를 꿈꾸게 됐다. 고등학교 때는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에 다닐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입시 경쟁 속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숨통’이 트인 게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서현우는 “대학에 진학했는데도 연기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연극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한예종을 알려주셨다”며 “부모님 몰래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연극과 교수를 하겠다’고 속여서 입학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현우는 4년 내내 ‘과 톱’을 놓치지 않았고, 졸업식에서는 연기상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이후 무명 생활이 시작됐다. 지치기는 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었다는 게 서현우의 고백이다. 서현우는 “힘들 때는 돈가스 하나 시켜놓고 동기와 나눠먹으며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다”며 “한예종 후배들이 나보다 더 빨리 데뷔하고 주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자격지심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성장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현우는 잘 해낼거야’라고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 힘으로 연기를 해내고 있다”며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여러 이미지와 톤앤 매너를 갖고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서현우가 연기한 천계장은 총독과 암호 해독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한예종 선후배 사이인 박소담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등 굵직한 배우도 함께 했다. 이에 대해 서현우는 “나의 역할은 ‘신 스틸러’가 아닌 ‘신 보탬러’다”라며 “작품 속에서 내가 보이기보단, 어떻게 하면 내 캐릭터가 이 작품에 진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120분 이상의 긴 호흡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끌고 나가는 작업”이라며 “배우 선배님들을 관찰하고 제 안을 채워나가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경구 선배와 작업이 든든했어요. 제가 선배님에게 ‘누가 유령 같은데?’라고 반말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눈이 고요하시더라고요. 마치 ‘난 준비가 돼 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긴장을 많이 했는데 푸근하고 든든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편안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서현우의 필모그래피는 어떻게 쌓일까. 그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도 잘 할 자신 있다”고 어필했다. 서현우는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공감하기 좋은 주제도 없지 않나. 현실적인 연애나, 가슴 아픈 연애같이 뜨거운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연기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철썩이와 ‘유령’의 천계장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몰랐다는 평가만큼 기분좋은 게 없더라고요.”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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