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부서 또 편의점 총격…"팬데믹 속 총기 판매 급증이 배경"
새해 벽두부터 미국 전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州)의 한 소도시 편의점에서 2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한 4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21일과 23일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0명 가까이 숨지는 등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24일 오전 3시 30분쯤 워싱턴주 야키마시의 서클K 편의점에 이 지역에 사는 자리드 하독(21)이 들이 닥쳐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편의점 안에서 음식을 먹던 손님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하독은 사건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자택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 매튜 머레이 야키마 경찰서장은 “범인과 피해자 간 원한 관계는 없었다”며 “하독은 그저 걸어 들어와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한 무차별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독이 총과 매우 많은 양의 탄환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건이 벌어진 야키마시는 인구 9만 3000명의 소도시다. 머레이 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작은 마을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며 “이런 미친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어떻게 막아야 할지 답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카멀라 부통령 현지 급파
미국 사회는 이달 들어 그야말로 ‘피로 얼룩진 새해’를 맞고 있다. 앞서 음력 설 기간인 지난 21일엔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의 몬터레이 파크 댄스 교습소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휴 캔 트랜(72)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사망했다. 이틀 뒤인 23일엔 샌프란시스코 남부 도시 하프문 베이 외곽의 버섯 농장 두 곳에서 중국계 미국인 자오리춘(67)이 총을 쏴 7명이 숨졌다. 같은 날 저녁 오클랜드의 주유소에서도 총격전이 벌어져 한 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초까지 최소 39건의 집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격 사건으로만 하루 3명꼴로 숨진 셈이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내고 “우리 지역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총기가 위험한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로 파견해 현장을 점검하고 애도를 표할 예정이다.
팬데믹 속 총기 판매 급증, 연령↓
가해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7일 버지니아주의 뉴포트뉴스 초등학교에선 6살짜리 어린이가 교사에게 총을 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23일 미 중서부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위기청소년 교육시설에서도 10대가 총을 난사해 16ㆍ18세 청소년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애프릴 알렉산더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공중보건학 부교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고, 총기를 통해 표현되는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바이든 "반자동 소총 금지"…공화당은 ‘반대’
바이든 대통령도 “상·하원이 신속히 행동해 ‘공격용 무기 금지법’을 내 책상에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격용 무기 금지법은 반자동 소총, 10발 이상의 탄환을 넣을 수 있는 탄창 등 대량 살상에 유리한 총기류의 민간 소지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반자동 소총의 경우 신규 판매 시 최소 구매 연령을 21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이던 1994년 주도해 도입했으나, 2004년 시효가 만료됐다. 이에 대해선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중간선거 결과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새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 당장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최근의 총격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전까지 새로운 총기법은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 유권자 대다수가 "총기 규제는 ‘무기 휴대의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의소리(VOA)는 24일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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