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저지르고 '유급휴가 받아 좋다'는 의원... 그래서 조례 만들었죠"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장진숙 입력 2023. 1. 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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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 지방의원] 의회 혁신 이뤄낸 경험, 이제 구청장 꿈꾼다, 광주 서구 김태진 의원

[장진숙 기자]

광주 서구의회 김태진 의원은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소수정당(진보당) 출신으로, 민주당의 절대강세 지역에서 주민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특히 김태진 의원은, 재선 당시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료의원들의 신뢰도 얻어왔다. 지난 18일, 김태진 의원을 전주에서 만났다. 
  
 진보구청장을 꿈꾸는 김태진 광주 서구 의원
ⓒ 진보당
"비위를 저지른 의원이 유급휴가를?"

김 의원은 운영위원장 시절 의회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발의한, 징계의원의 의정활동비를 지급 제한하는 조례다.

"광주 기초의회에도 비위문제가 많았습니다. 제가 재선의원이던 상반기 시절 의장이 의회 홍보예산으로 넥타이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의원들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장치도 없었고요. 특히 입찰에 개입하는 비위를 저지른 의원이 유급휴가를 받는다고 좋아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출석정지를 받은 의원은 의정활동비를 받을 수 없게 조례를 만들었어요."

김 의원이 대표발의 한 '징계의원 의정활동비 지급 제한' 조례는 전국 최초로 제정되었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지방의회의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의회 구성상 민주당 의원들도 동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민주당 의원들과의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서구의회는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될 때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시의회와 다른 광주 기초의회에서 수천만 원의 해외연수 예산을 올렸을 때 그 금액을 방역과 경제지원으로 편성했다. 주민들의 긍정적 평가는 물론이고, 언론에서 '혁신 거듭하는 광주서구의회 본받아라'(남도일보 20.11.23 사설)라는 이례적인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김 의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주도했던 일이었다.

 
 광주 서구의회의 혁신을 칭찬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 남도일보
 
"서구의회는 이번에도 해외연수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어요. 민생예산으로 제대로 준비하고 혁신적인 안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는 형성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라고 봐요. 아직 민주당이 절대다수(13명 중 11명이 민주당 의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체육센터 건립, 호수공원 수질개선, 대출금리 인하까지

김 의원은 지역 현안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그 중 하나는 상무시민공원 체육센터건립 문제이다. 애초 3층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체육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슬그머니 2층으로 변경되었다. 김 의원은 업무보고를 받으며 2층으로 변경된 것을 발견한다. 정부에 추가적인 예산지원을 받기 어려운 조건에서 40억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 구의 형편상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김 의원이 찾은 해법은 '주민참여'였다. 바로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이전 방식은 구정질문, 구청장 면담 등을 통한 문제제기였을 거예요. 그런데 지역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또한 민주당 의원들도 설득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필요했어요."

반응은 뜨거웠다. 서명을 했던 한 달 동안 1500명의 주민이 동참했다. 그 결과 28억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져 원안대로 3층으로 건립이 확정되었다. 김 의원은 서명운동에 그치지 않고 이후 주민들에게 경과 과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체육센터는 오는 3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 알찬 프로그램을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체육센터 건립을 하며 충실한 의정활동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에 집중하다보면 주민 만남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면서 "체육센터 건립 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의의를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도 국비, 시비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라면서 "다수당, 소수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해 누가 발 벗고 나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의 의정활동이 빛을 낸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풍암호수공원 원형 문제이다. 광주시와 서구청이 호수공원의 수질 개선 대책으로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려고 했다. 김 의원은 8대 의원 시절 업무보고 책자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하고 시민들도 매립 반대 서명에 동참하는 등 지역의 큰 이슈가 되었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을 통해 사안이 확정되기 이전에 사안을 발견하고 개입하면서 변화를 느낀다고 전했다. 현재는 광주시가 매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광주 유력 정치인들도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투쟁하는 정당에서 민생문제,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바라봐주시기 시작했어요. 풍암호 문제는 제 지역구 사안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역 내 현안에 대해 관심과 의견 없이 우리를 지지해 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봐요."

김 의원은 최근 광주은행 대출이자 인하 운동을 시민들과 함께 벌이고 있으며, 의회 내에서는 "고금리 대출이자 경감 촉구" 대정부 성명을 주도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서구의회의 대정부 성명서   김태진의원은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 촉구 대정부 성명서를 주도했다
ⓒ 장진숙
진보정당,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려면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김태진 의원은 진보정당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광주시당의 현수막 사례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참 열심히 하는데 왜 주민들에게 전달이 안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결국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시작이 현수막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광주 전역에서 진보당 현수막은 구호 나열이 아니라, 짧지만 강렬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 10월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을 씁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대통령 손바닥에 쓰여진 '王'(왕) 이미지를 연관시킨 현수막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외에도 명절인사, 지방선거, 5.18 등 다양한 정치활동에 새로운 현수막을 게시해 시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화제가 되었던 진보당의 한글날 현수막
ⓒ 진보당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인데 현수막을 바꾸니 시민들의 반응이 달랐어요. 집권을 꿈꾸는 세력이라면 전 분야에서 프로답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작이 현수막이었던 것이죠."

타 후보 선거운동원의 마음까지 바꾼 의원의 '진심'

한 주민이 아파트 담장 주위에 쌓인 토사와 낙엽을 치워달라는 민원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 주민은 지난 선거에서 타 후보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개의치 않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뛴다. 구청의 도로팀, 청소행정팀, 하수팀 등과 함께 민원을 충실하게 해결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광명하이츠 아파트 봉사단을 꾸리기에 이른다. 월 2회 25명의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주변을 청소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8월 처음 민원을 냈던 주민이 밴드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내가 유력 타 정당의 권리당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를 경계하거나 진보당의 당원이 되어 줄 것을 간청한 적도 없는 바보였습니다. 나는 오늘 양심 고백을 하고자 합니다. 김태진 의원님, 나와 내 가족들 모두는 진보당 권리 당원으로 입당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입당원서를 보내 주세요."
 
또 하나의 사연이 있다. 분을 쪼개서 뛰어다녀도 시간이 모자란 선거운동 기간. 김 의원이 하루 동안 선거운동을 포기하고 성당 운전봉사를 했던 일이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김 의원은 성당 사목회에서 기획분과장을 맡고 있다.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앞두고 성지 순례 일정이 있었는데 마침 그날이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선거운동 기간이었는데 저도 고민이 많이 들었죠. 그래도 운전할 사람이 없다는 말에 하루를 빼서 익산으로 다녀왔어요. 정치인들이 종교활동을 하면 선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표를 얻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성당 앞에서 명함 뿌릴 때 저는 성당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며 "오히려 진심을 갖고 행동하니 교우들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봉사활동을 떠난 김태진 의원 선거운동기간 성당건축기금 모금을 위해 영암으로 봉사를 떠나다
ⓒ 장진숙
의원 전원이 참여했던 사면복권 탄원서

8대 의원이었던 2021년 서구의원 13명 전원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복권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일부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여하기도 했지만 의회 소속 전원이 탄원서에 동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구의회 의장은 지역 구명위원회 공동대표로 참여하였다. 김 의원은"의정활동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라며"전체 의원이 참여한 것은 최초의 사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음모 사건은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의원들이 탄원서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하는 것은 여전히 문턱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지역주민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새벽 5시 민주당 의원들의 연수 출발 장소까지 찾아가 탄원서 제출을 설득했다. 김 의원이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 의원은 탄원서 제출을 시작으로 지역 내에서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의원은 "탄원서에 함께 해줬던 분들이 지금은 새로운백년(이석기 의원 사면복권과 새로운 백년)이라는 단체에 참여해 주고 있다"면서 "노동자, 농민 등 기존 지지층 외에 생활체육회 회장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힘이 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새로운백년 서구갑위원회를 지역집권의 중요한 토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 최초의 진보구청장을 꿈꾸다

3선 의원이 된 김태진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김 의원에게 돌아온 답은 '구청장'이라는 당찬 포부였다. 지금까지 진보정당 소속의 구청장은 울산과 인천에서 일부 있었으며, 현재는 진보당 소속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유일하다. 김 의원은 "2선까지는 견제, 예산확보가 중요했다면 3선이 된 지금은 대안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제도와 법을 뛰어넘어 실현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도 확보해야 하는데 진보정당은 인맥도 없고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을 깨야 해요. 이제 광주에서도 진보정당에 구청장을 충분히 맡겨도 된다는 믿음을 시민들에게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 김 의원은 23년 전주시을 국회의원 재선거과 24년 총선의 중요성도 힘주어 말했다. 오는 4월 5일 열리는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 이상직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이뤄지는 선거이다. 진보당은 강성희 대출금리인하운동본부장을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해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으며, 국민의힘, 민생당,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를 예정하고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 김 의원은 강성희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전주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전주을 선거 결과에 따라 많은 지역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이 나오지 않은 조건에서 전주을 재선거에서 반드시 당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전주에서의 승리는 내년 총선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총선에서 이긴다면 저의 구청장 당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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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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