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천화동인 1호, 아무도 몰라 너(유동규)라는 것" [정영학 녹취록 보고서]

이정환 입력 2023. 1. 25. 12:15 수정 2023. 1.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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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 보고서④] '지분 24.5%·최종 428억 원', 어떻게 나왔나

지난 1월 12일 1325쪽에 이르는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이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연속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김종훈 기자]

"이재명, 대장동 민간 특혜 보고받고 승인" (<매일경제> 1월 24일 검찰 공소장) 
"이재명, 입찰 참여하란 말 먼저 꺼내" (JTBC 1월 24일 유동규 인터뷰) 

대장동·위례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소환 조사를 앞두고 나오는 언론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핵심 내용은 대장동 민간 특혜는 이 대표의 승인 하에 이뤄졌고, 결국 민간 개발 특혜의 이익은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는 것. 

시작은 지난 9일 SBS는 검찰발 단독 보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초기에, 자신이 소유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2025년에 '유동규네'한테 넘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에서 부터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2017~2018년 사이 김만배씨가 여러 차례 "2025년에 천화동인 1호를 '유동규네'에게 넘기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는 것. 

그러면서 해당 보도는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부터는 이미 김씨가 말하는 '유동규네'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2025년에 넘긴다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 이해했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보도 이후 언론에는 검찰 "김만배, 2025년 '유동규네'에 지분 넘길 계획" 진술 확보라는 요지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 내용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정영학 녹취록과 공판에서 나온 내용을 통해 검증해봤다.

2022년 11월 25일 열린 공판에서 김만배 측 변호인과의 문답에서 남욱은 이렇게 말했다. 

김만배 변호인 :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 지분을) 24.5%로 바꿨다고 증언했는데, 그렇다면 24.5%로 변동된 건 언제인가?"

남욱 : "내가 알게 된 건 2021년 2월 4일 이후다."

김만배 변호인 : "그때 어떤 계기로?"

남욱 : "김만배 피고인과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49% 중에 반반씩 나누기로 합의를 했다고."

위 보도 내용과 공판 내용을 종합하면 남욱 변호사는 2015년 2월부터 천하동인 1호 지분이 '유동규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지분인 줄 알았는데, 2021년 2월 4일 이후부터는 그중 절반이 김만배 소유 지분이란 걸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서 남욱은 출처를 김만배로 지목했다. 

"아무도 몰라, (유동규) 너라는 거"
 
 2020년 10월 30일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녹취록
ⓒ 뉴스타파
 
그렇다면 김만배씨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유동규네와 김만배가 지분을 반반씩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2021년 2월 4일 전후 녹취록 17개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 어디에서도 '천화동인 1호 = 유동규네'라는 남욱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말은 김만배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녹취록은 '천화동인 1호 = 유동규'를 의미했다. 2021년 2월 4일, 기점으로 약 3개월 전 김만배·유동규·정영학의 '노래방 대화'부터 살펴보자.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 김만배·유동규·정영학

유동규 : "비밀이 지켜지면서 심부름을 시켰어야죠. 그러면 내용을 모르고 정리가 될텐데, 이게 지금 너무 많이 퍼져나가게 되기 때문에, 결국 두고두고도 이거는 후환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이쪽이 너무, 지금 누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행동이 좀 가벼웠다. 그리고 얼마 벌었네, 얼마 벌었네, 돌아가면서 이런 이야기 나오고. 그건 참 애석한 일이다."

김만배 : "돌아다니면서 쓸데없는 얘기해서 직원들이 많이 안 거지. 천화동인1이 남들은 다 니껄로 알아.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께 아니란 걸 알아."

이어지는 대화에서 김만배는 '소문'의 출처로 남욱을 지목한다. 남욱이 천화동인 1호 지분을 두고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주위에 밝히는 과정에서 흘러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유동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욱이 1호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녀야지 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만배는 "형이 오버한 것"이라며 이렇게 유동규를 다독인다. 

김만배 : "(남욱이) 그런 얘기는 안 했는데, 그거는 형이 오바한 거고, 내께 아니란 걸 알지."

유동규 : "예, 그러니까 팩트를 정확하게 해야지. 그 다음에 내가... 누군가가 아, 이거는 유동규 몫으로 해놓은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는 다음에야..."

김만배 : "아무도 몰라, 너라는 거."

이에 대해 유동규는 부정하지 않는다. 김만배는 잠시 후 "이렇게 해보자"면서 "내가 유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줄게)"라고 말한다. 이어 이들 세 사람은 700억을 유동규에게 주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유동규 회사(유원홀딩스)의 주식 인수, 증여 등 방법이 등장하는데 꽤 심각한 분위기로 보인다. 적어도 녹취록에서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유동규 것이라는 점에 대해 세 사람 사이에 이견이 전혀 없다. 이러한 정황은 2021년 2월 4일 이후 녹취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날 남욱과 유동규 만났다... 김만배 "남욱 핸드폰 수신 거부"
 
 2021년 10월 13일 JTBC <뉴스룸>의 남욱 단독 인터뷰 화면.
ⓒ JTBC
 
특히 2021년 2월 4일은, 남욱이 유동규를 만난 날로 보인다. 그날 김만배와 정영학은 운중동 모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김만배는 그동안 계속 돈(700억 원)을 달라는 유동규에게 "너무 시달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동규가 돈을 건네는 방법으로 투자를 계속 요구해 거절했더니 "남욱을 통해서 일부라도 해달라"고 해서 남욱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고 전한다. 그 과정에서 김만배는 유동규와 통화를 나눈다. 

[2021년 2월 4일 운중동 ○○○] 김만배·정영학

김만배 : "유동규는 오늘 남욱이 만난대. (정영학, 아..) 남욱이한테 그거 하는 것 물어본다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땡큐지, 뭐, 우리는. 응? 법률적인 리스크는 남욱이가 져야지. 그 이유가 남욱이는 받을 수도 있는 거다 이거지. (정영학, 아, 예, 전...) 그런데 남욱이가 유동규를 주지 않을 것이고, 남욱이는. 유동규는 투자로 해달라는데, 투자로 해줬다는가는 죽는대(데). 잠깐.

(전화통화) 어, 동규야. 음음. 하기로 했어? 돈 문제 가지고 얘기하기 싫은 놈이 왜 그랬어. 음. 뭘 넘겨, 내가? 니가 하자는 대로 한 거지, 무슨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아, 니가 욱이한테 통해서 받으면 된다고 지난번에 그랬으니까 형이 그... 저번에도 그랬잖아, 한 달 전에. 아니. 무슨 말을 해? 니가 그랬잖아. 음음, 어떻게? 얘기해 봐? 그러면 나한테 일체 그것이 잘됐다 못됐다 이런 얘기하면 안 돼. 못 받아도 그만, 잘 받아도 그만, 법률적으로도. 그래, 그래. 그러면 걔가 나한테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 아, 걔가 전화하면 받을게, 내가. 전화 오면 그렇게 한다니까."

결국 700억 원을 김만배가 지분 반환 소송을 통해 남욱에게 건네고, 이를 남욱이 다시 유동규에게 투자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된 셈이다. 김만배와 남욱 사이의 긴밀한 모의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녹취록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모의는 한동안 잘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화는 김만배와 남욱 간 관계가 당시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2021년 2월 18일 서판교] 김만배·정영학

김만배 : "나는 남욱이 핸드폰 수신 거부해 놓은 줄 몰랐는데, 세 번 전화가 왔더라고. 이제 동규가 전화 와서 남욱이 전화 좀 받아달라고."

유동규네? 남욱이네?
 
 2021년 2월 22일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 뉴스타파
 
유동규에게 돈을 건네는 '작전'에 대한 교통정리는 2021년 2월 22일에 이르러서야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화에서 김만배와 정영학은 천화동인 1호 지분 중 49%를 김만배와 유동규가 절반씩 나누는 계산을 진행한다. 그래서 유동규 몫으로 나온 금액이 428억 원(세후)이다. 

[2021년 2월 22일 운중동] 김만배·정영학

김만배 : "최종 428이네. 지네들이 세금 내고 가져가야지."

정영학 : "지네들이 세금 내야죠."

여기서 '지네들'은 누굴까.  녹취록상으로는 이들의 '작전'은 한마디로 남욱에게 돈이 갔다가 유동규에게로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지목한 '지네들'은 남욱 등을 가리킨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날 대화 말미, 김만배는 또 이런 말도 했다. 

"그러니까 지네들끼리 남욱이랑 모여서 (..) 정민용이한테 너 누구한테 했냐. 유동규한테 했냐. (..) 이기성이가 들어서 (..)한테 보고한 거야. (..) 유동규랑 이기성이 (..) 거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 다 밝히겠다. 난 판결문이 그런지는 몰랐는데 (..) 그래서 그랬어. '너(남욱), 나, 유동규가 주범이야. 정영학이는 우리한테 합의한 것을 쓴 것뿐이 없어. 쓰고 넘겨주고. 너하고, 유동규하고 남욱이 주범이지, 새X야. 니가 주범이지, 응?' 그랬더니, 아이 뭐, 영학이 형이 주범이 아니고 공범이래." (..), (기자주- 일부 녹취 확인 불가 부분 포함) 

이기성 더감 대표는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으로 더감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독점 분양권을 시행한 분양대행사다. 정민용(변호사)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실장으로 유동규 측근 인사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그는 유동규가 차린 유원홀딩스 대표이기도 했다. 정영학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은 김만배에게 사실상 '남욱이네'였던 셈이다. 

이처럼 천화동인 1호 지분을 김만배와 유동규가 어떻게 나누기로 했는지는 녹취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남욱이 주장하는 대로 그것이 '유동규네'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김만배의 말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김만배·유동규·남욱의 거짓말이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김만배, 유동규, 남욱의 진술 
 
 2022년 2월 22일 JTBC는 남욱의 자필 메모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 JTBC
 2022년 2월 22일 JTBC는 남욱의 자필 메모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 JTBC
 
[김만배] 그는 2021년 검찰 수사 당시부터 현재까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 대부분은 허위라고 했다. 하지만 녹취록에서는 본인 스스로 "천화동인 1호가 유동규"라고 말한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유동규] 그는 2020년 10월 '노래방 모의'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가 너(유동규)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김만배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유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줄게)"라는 김만배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돈을 전달되는 방법에 대한 모의를 함께했다. 그런데도 유동규는 2021년 검찰 수사 당시 "김만배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줄 수 있냐'고 농담처럼 한 이야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남욱 - 2021년 10월 3일, JTBC 뉴스룸 단독 인터뷰]

-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실제 소유주가 맞나?

"이 부분은 이제 '내 지분의 절반이 유동규 거다'라는 녹취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유동규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김만배 회장으로부터 들은 사실도 있고요. 그런데 그 진위가 어떤지는 김만배 회장이랑 유동규 본부장 두 분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남욱의 입장은 2022년 2월 보도를 통해 재확인되기도 했다. JTBC는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소유자와 지분율이 상세하게 기록된 남욱의 자필 메모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해 전했는데 천화동인 1호 소유주를 남욱은 김만배와 함께 "다른 사람"으로 적어놨다. 검찰조사에서 남욱은 '다른 사람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유동규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던 남욱은 지금 천화동인 1호 지분 소유자로 '유동규네'를 지목하고 있다. 역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어떤 증거를 내놓을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뚜렷한 근거 없이 왔다갔다하는 대장동 일당의 진술이 현직 당 대표를 기소하려는 주요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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