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바둑 신 한 컷에 숨겨진 놀라운 의미

김혜선 2023. 1.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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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침묵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아서요.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려야 이기는 것도 맘에 들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한 여자의 복수극에 바둑이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극 중 주인공인 문동은(송혜교 분)은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에게 접근하기 위해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다.

‘더 글로리’ 속 바둑은 단순히 복수를 위한 접근 방법이 아니다. 문동은의 복수를 상징한다. 바둑이 상대방의 ‘집’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것처럼, 문동은도 자신이 짠 판 안에서 박연진과 가해자들의 삶을 서서히 조여 들어가며 무너뜨릴 것을 암시한다.

문동은과 바둑을 두는 인물은 주여정(이도현 분)과 하도영 두 사람이다. 원래 동은은 이세돌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바둑을 잘 알지 못했지만, 여정에게 바둑을 배우며 천천히 복수를 준비해 간다. 이후 실력을 쌓은 동은은 도영이 자주 다니는 기원(바둑을 두는 곳)으로 찾아가 그의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도영과 2만원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게 된다.

동은과 도영의 대국 장면에서 카메라는 두 사람이 두는 수를 집중적으로 비춘다. 특히 동은이 바둑을 두는 방식은 앞으로 그가 ‘어떤 복수’를 설계해갈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해당 장면에서 동은은 흑돌, 도영은 백돌을 쥐고 있다. 카메라는 도영에 가까운 가장자리의 부수기 쉬운 백집과 바둑판 중앙에 형성된 거대한 백집을 비춘다. 흑돌은 도영 바로 앞에 위치한 백집을 손쉽게 부술 수 있지만, 그냥 놔두고 가운데에 거대하게 지어진 백집을 차례차례 부숴간다.

사진=유튜브 '프로연우' 캡쳐


프로 바둑기사 조연우 2단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더 글로리’의 동은과 도영의 대국에 대한 자세한 해석 영상을 올렸다. 조연우 기사는 “문동은이 이 장면에서 두는 수는 ‘응수타진’이며 상대방에게 ‘너 여기서 어떻게 받을래?’라고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은 (동은의 수를) 차단하는 수와 (자신의 수를) 연결하는 수가 있는데, 차단하는 강수를 둔다. 하지만 동은이 곧바로 공격수를 두면서 도영의 집을 다 깨부순다”며 “백집이 진짜 다 박살났다. 상대가 정성껏 지은 집을 산산히 무너뜨린 것이다. 전 이 장면을 보며 동은이가 이런 복수를 보여주겠구나, 더 기대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프로연우' 캡쳐


조연우 기사는 ‘더 글로리’ 마지막 장면에서 동은과 여정이 둔 바둑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은과 여정은 네 귀에 착수를 하며 드라마가 끝난다. 바둑은 보통 200수에서 길면 300수 이상도 둔다”며 “이 장면에서는 딱 3수를 뒀다. 동은의 바둑은 이제 시작인 것이고, 동은의 복수도 이제 시작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은의 본격적인 복수가 펼쳐질 ‘더 글로리’ 2부는 오는 3월 10일 공개된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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