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소통, 다음세대 양육… 결국 해답은 말씀 묵상에 있다”

김아영 2023. 1. 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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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김양재(72) 우리들교회 목사는 평소 설교에서 “고난은 축복의 약재(藥材)”라고 자주 언급한다. 경기도 성남 안양판교로 교회 건물에 ‘고난이 보석입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에도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크리스천이라고 해서 인생에서 마주하는 숱한 풍랑을 피할 수 없다. 김 목사도 젊은 시절 고난 앞에서 흔들릴 때가 많았다.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결혼 후 13년간 건반 대신 걸레만 잡으며 엄혹한 시집살이를 했다. 처참한 삶 속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30대에 의사였던 남편과도 사별했지만, 절망적인 삶 속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위로받았다. 그의 고난은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들을 깊이 위로하는 축복의 약재가 됐다. 50대에 목회자가 된 뒤 온 성도와 함께 말씀을 묵상하며 죄를 회개하고 무너진 가정을 세우는 목회를 이어오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교계 지도자들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신년대담의 마지막 대담자는 김 목사다. 김 목사는 지난 19일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영적으로 어두운 시기에 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말씀에 해답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 큐티 운동이 일어나 깨어진 가정과 다음세대가 말씀으로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신년 대담을 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고난의 약재로 하나님을 만나고, 말씀 묵상의 빛으로 가정과 다음세대가 회복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창립 20주년을 맞아 우리들교회의 신년 비전과 방향이 특별할 것 같다.

“올해 표어를 사도행전 27장 22절에 나오는 ‘이제는 안심하라’로 정했다.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 중 그가 탔던 배가 파선됐는데 동행한 이들에게 ‘생명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경제가 더욱 어렵지만, 말씀 묵상과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사모하며 그분 자체를 상급으로 삼자는 뜻에서 정했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매일 묵상하고 나누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교회는 강에서 바다로 나가야 하는 청년의 때가 됐다. 그만큼 사명도 더 커졌다. 우리들교회만 큐티의 축복을 누려선 안 된다. 다른 교회 성도에게도 말씀 묵상의 빛을 비춰야 한다.”

-말씀 안에서 자신의 죄를 씻어낸다는 ‘목욕탕 목회’는 김양재 목사님의 독특한 목회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목욕탕 목회는 제가 이름 붙인 게 아니라 교회가 진행한 ‘큐티목회 세미나’의 참석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웃음). 사람들이 서로의 때를 밀어주며 시원함을 느끼는 것처럼, 성도들이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이 과정을 통해 복음 안에서 함께 회복된다. 고난을 겪는 사람들은 한계 상황에서 자신의 죄를 보게 된다. 고난을 겪을 때 자기 생각이 아닌 말씀에 따라 고난을 해석해야 한다. 저는 이것을 ‘싱크(Think) 목회’라 한다. 매일 말씀 묵상을 통해 내 고난을 해석하고 이것이 결국 감사로 이어지게 된다.”

-매일 치열하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는 말씀 묵상이 쉽지 않다.

“큐티 하나로도 목회가 될 수 있다는 걸 한국교회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교회가 세운 큐티선교회 큐티엠은 장년 청소년 어린이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큐티집을 발간한다. 전 세대가 매일 같은 본문으로 묵상하고 성도들의 간증을 읽는다. 큐티책 한 권으로 성경을 쉽게 읽는다.

교회 어린이들도 큐티 간증을 솔직하게 쓴다.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은 큐티책만 있으면 영적 양육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목회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우리는 변함이 없다. 모든 답이 여기에 있다. 전 세대 성도들이 같은 본문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한 내용을 나누니 소통이 된다. 다들 아침에 묵상하느라 바쁘다. 묵상이 체질화된 것이다.

우리들교회는 그동안 프로그램이 없었다. ‘노 프로그램 이즈 프로그램(No program is program)’이었다. 하나님은 어떤 이벤트도 못하게 하셨다. 묵상 하나밖에 없었다. 저부터 말씀을 통해 저 자신을 비추며 “악하고 음란하다”고 강단에서 떠들어대니 교인들도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낸다. 성도들의 가정을 살리고 싶어서 내 모든 것을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로 인해 깨어질 위기에 있는 사람들이 이혼을 안 하고 회복한다면 못 해줄 이야기가 없다.

교회 청년부에 3000여명 청년들이 있는데 매주 두 커플 이상이 결혼한다. 결혼한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도 이혼을 안 했다. 이게 큐티 사역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성도들이 큐티하면서 가정을 지켜냈고 다음세대를 말씀으로 양육했다. 큐티의 꽃은 적용이다. 말씀을 적용하면 결국 영혼 구원이 이뤄진다. 우리 교회 교인의 절반은 다음세대다. 말씀으로 변화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전도한다. 다음세대를 살리는 대안은 말씀에 있다.”

-암 투병을 하셨는데 발견 당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으셨는지.

“암 투병 전에 사도행전 2장을 본문으로 설교했는데 강단에서 눈물을 흘리며 메시지를 전한 적이 많았다. 2016년 말 암 발견을 한 뒤 그날 주일 예배에서는 웃으며 설교했다. 암 발병이 누구한테는 진노의 사건일 수 있지만, 저는 육체의 가시를 통해 주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 ‘제가 너무 열심히 달려와서 육체 돌보는 일을 게을리했다. 회복해서 오겠다’고 말했다.

암 발병을 계기로 제 때에 식사하고 걸으니 더 건강해졌다. 하나님은 그동안 모든 사건을 말씀으로 통과하게 하셨는데 이 사건도 내 삶의 일부라 여겼다. 암에 걸리니 항암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항암 과정은 지옥의 유황불을 통과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제가 가진 고난의 약재료가 더 많아진 것이다. 암 치료를 받는 성도들은 이 모습을 보고 성령 충만한 가운데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낸다.”

-한국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 낙태, 위기의 교회학교 등 많은 현안을 갖고 있다.

“차금법 논란으로 동성애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며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 한 명이 나오도록 몇 년 전부터 매주 기도한다.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제정되도록 기도한다. 인구 절벽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2021년 합계출산율 0.81을 기록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지난해 2분기엔 0.75명까지 떨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결국 말씀 묵상에 답이 있다. 크리스천이 말씀 가운데 바로 서 있으면 다음세대가 믿음의 가정을 일구고 양육도 잘하리라 믿는다. 한 가지(말씀)를 잘하면 나머지 퍼즐도 다 맞춰진다.”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이 자리에 오셨는데 한국교회 안에는 아직도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안 주는 교단이 있다.

“물론 성경이 말하는 질서에 대한 순종이 필요하다. 저는 가정에서 남편을 살리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했다. 목회자가 된 후에는 교계에서 남성 목회자를 살리는 것에 핵심 가치를 뒀다. 40년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원칙에 따라 살았더니 여성 목회자로서 길이 열렸다. 목회보다 가정 교회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한국교회의 여러 교단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차별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목사 안수)를 줘야 한다. 한국교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유교적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성경 원리를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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