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이틀새 또 총기난사…“비극에 비극 더해졌다”
미국 내에서 총기 소유에 가장 엄격한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극에 비극이 더해졌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 해안도시인 하프문베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앞서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11명이 희생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참사다.
지난 21일의 총기 난사는 LA 인근 몬터레이 파크의 한 댄스홀에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1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당시 이곳에선 음력 설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NYT는 목격자를 인용해 용의자 휴 캔 트랜(72·작은 사진)이 댄스홀에 난입해 일부 사람들을 조준해 총을 쐈고 나머지는 무차별 난사했다고 전했다. LA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24일 “중국 국민이 불행히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몬터레이 파크는 중국·대만·베트남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정착해 미국 본토에서 아시아계가 과반을 차지한 첫 도시다.
트랜은 첫 총격 후 20분 뒤 3㎞ 떨어진 도시 알햄브라의 또 다른 댄스 교습소에서 2차 범행을 시도하다 현장에 있던 시민에게 총을 뺏겼다. 차량을 몰고 달아난 트랜은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NYT는 용의자 트랜이 1990년경 귀화한 베트남계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춤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불신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23일 또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20분경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하프문베이에 위치한 버섯농장 두 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농장 한 곳에서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곳에서 1.6㎞ 떨어진 다른 농장에선 3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크리스티나 코커스 보안관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몇몇 아이들이 사건을 목격했다”며 “참담함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용의자인 67세 자오춘리는 중국계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2시간 뒤인 4시 40분경 하프문베이 경찰지구대의 변전소 주차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피해 농장 중 한 곳에서 수십년간 일했으며 피해자 모두와 동료라고 ABC7 뉴스는 전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을 전해 들었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몬터레이 사건 이후 애도를 표하고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한 바 있다.
CNN은 이날 미국 내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자료를 인용, 올해 들어 현재까지 모두 38번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라며 “이게 2023년의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1월 1~23일 전체 총기 관련 사건·사고로 총 272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이 1518명, 살인·과실치사·정당방위 등으로 인한 사망이 1202명이다. 이 가운데 0~11세 어린이가 21명, 12~17세 청소년이 100명이 희생됐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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