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진 손흥민을 위한 '변명'

심재철 2023. 1. 24. 12: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풀럼 FC 0-1 토트넘 홋스퍼

[심재철 기자]

어김없이 손흥민을 향해 상대 수비수 세 명이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공을 쉽게 빼앗기고 두 번째는 경고까지 받는 위험한 파울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는 끝내 천금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축구는 이렇게 잘 못하는 순간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의 폼이 분명히 흐트러졌다면 감독이 알아서 몇 게임이라도 쉬게 하면서 특별 훈련 프로그램을 지시했을 것이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우리 시각으로 24일(화) 오전 5시 19분 런던에 있는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벌어진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풀럼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손흥민의 도움을 받은 해리 케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귀중한 승리를 거두고 5위(36점 11승 3무 7패) 자리를 지켰다.

필드 플레이어 '손흥민'의 선택

이 게임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면 토트넘 홋스퍼는 7위 풀럼 FC에게 5위 자리를 내주고 순위표 한 계단 더 밀려 내려갔을 것이다. 그만큼 이 게임에 걸린 승점 3점은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게임 시작 후 약 10분만에 어웨이 팀 토트넘 홋스퍼에게 좋은 역습 기회가 생겼다. 중앙선 부근에서 손흥민이 공을 소유했지만 풀럼 수비수들은 예상했던 것처럼 그를 쉽게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풀럼 수비형 미드필더 주앙 팔리냐가 손흥민으로부터 공을 빼앗았고, 곧바로 코르도바-리드의 위험한 오른발 중거리슛이 토트넘 골문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몸을 날려 그 슛을 막아내며 상황은 일단락 되었지만 손흥민은 역습 기회에서 썩 좋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28분에도 비슷한 역습 기회가 손흥민에게 찾아왔다. 거기서도 어김없이 풀럼 수비수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토트넘의 역습 기회 대부분이 손흥민의 터치와 빠른 드리블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웬만한 아시아 축구팬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니 이런 압박 상황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 순간에는 손흥민이 경합 상황에서 풀럼 수비수 케니 테테의 발목을 밟는 바람에 폴 티어니 주심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아마도 손흥민이 공의 움직임과 상관 없이 테테의 발목만 노리고 반칙을 저질렀다면 곧바로 퇴장 명령이 떨어졌겠지만 분명히 그 상황은 공 소유권이 100분의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오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VAR 시스템 검증 과정조차 없이 카드가 나온 것이다. 중앙원 안 공의 움직임을 향해 내뻗은 발이 손흥민의 오른발 말고도 두 선수의 발이 더 있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전반전 추가 시간에 귀중한 결승골 어시스트 기록을 남겼다. 시즌 세 번째 어시스트다. 동료 미드필더 호이비에르의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여전히 자기를 향해 풀럼 필드 플레이어 셋이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이전보다 좀 더 빠른 판단으로 공간 패스를 선택했다. 이 패스를 받은 단짝 해리 케인이 풀럼 수비수 팀 림을 따돌리며 오른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 하단으로 꽂아넣었다.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베른트 레노도 꼼짝없이 들어가는 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축구 게임 중 특히 필드 플레이어들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실수들을 저지르고 또 잘못된 선택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수정한 자신의 다른 선택이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순간을 경험한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이었다. 새 시즌이 시작되고 당연히 그에게 더 많은 수비 압박이 가해졌고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다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부상을 당해 수술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모든 순간에 헌신한 선수다. 

다시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로 돌아와서도 그는 답답한 마스크를 한동안 벗지도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아무도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 듯 보였다. 몇 번의 소극적인 움직임과 실수 때문에 그를 벤치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번 나왔다.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토트넘의 역습 전술이 한계를 드러낸 것은 안중에도 없고 평점 결과만 놓고 또 그를 흔들어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근거 없는 주장은 분명 아니다. 그도 더 잘하고 싶어서 의욕을 앞세우다가 반 박자 빠른 패스나 슛을 선택하기보다 무리한 솔로 드리블 욕심을 부린 적도 많다. 당연히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경험하며 당연히 겪는 과정일 뿐이다. 누군가 38라운드 내내 평점 9점 이상을 기록했다면 선수가 아니라 강림한 신이 아닐까?

손흥민은 76분에 히샬리송이 들어오면서 벤치로 물러났고,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풀럼의 후반전 교체 선수 마노르 솔로몬의 아찔한 오른발 감아차기 슛(89분)을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손끝으로 쳐내 귀중한 승점 3점을 지켜냈다.

2만4190명 풀럼 팬들은 5위를 바라며 게임 내내 목청을 높여 응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리 케인의 귀중한 결승골은 토트넘 홋스퍼의 전설적인 골잡이 지미 그리브스의 토트넘 홋스퍼 통산 266골 기록과 나란히 찍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는 29일 오전 3시 2부리그(챔피언십)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의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4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위해 딥데일로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2월 6일 오전 1시 30분에는 프리미어리그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서 손흥민을 비롯하여 해리 케인도, 콘테 감독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24일 오전 5시 19분, 크레이븐 코티지-런던) 

풀럼 FC 0-1 토트넘 홋스퍼 [득점 : 해리 케인(45+1분,도움-손흥민)]

풀럼 4-2-3-1 포메이션
FW :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AMF : 윌리안(87분↔카를로스 비니시우스),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보비 데 코르도바-리드(87분↔해리 윌슨)
DMF : 해리슨 리드(65분↔톰 케어니), 주앙 팔리냐
DF : 안토니 로빈슨, 팀 림, 이사 디오프, 케니 테테(80분↔마노르 솔로몬)
GK : 베른트 레노

토트넘 홋스퍼 3-4-2-1 포메이션
FW : 해리 케인
AMF : 손흥민(76분↔히샬리송), 데얀 쿨루셉스키(90+1분↔이브스 비수마)
DMF : 이반 페리시치, 로드리고 벤탄쿠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에메르송 로얄
DF : 벤 데이비스,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베로
GK : 위고 요리스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1 아스널 FC 50점 16승 2무 1패 45득점 16실점 +29
2 맨체스터 시티 45점 14승 3무 3패 53득점 20실점 +33
3 뉴캐슬 유나이티드 39점 10승 9무 1패 33득점 11실점 +22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9점 12승 3무 5패 32득점 25실점 +7
5 토트넘 홋스퍼 36점 11승 3무 7패 40득점 31실점 +9
6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31점 9승 4무 6패 37득점 27실점 +10
7 풀럼 FC 31점 9승 4무 8패 32득점 30실점 +2
8 브렌트포드 30점 7승 9무 4패 32득점 28실점 +4
9 리버풀 29점 8승 5무 6패 34득점 25실점 +9
10 첼시 29점 8승 5무 7패 22득점 21실점 +1
11 아스톤 빌라 28점 8승 4무 8패 23득점 27실점 -4
12 크리스탈 팰리스 24점 6승 6무 8패 18득점 27실점 -9
13 노팅엄 포레스트 21점 5승 6무 9패 16득점 35실점 -19
14 레스터 시티 18점 5승 3무 12패 28득점 35실점 -7
15 리즈 유나이티드 18점 4승 6무 9패 26득점 33실점 -7
16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8점 5승 3무 12패 17득점 25실점 -8
17 울버햄튼 원더러스 17점 4승 5무 11패 12득점 30실점 -18
18 본머스 17점 4승 5무 11패 19득점 42실점 -23
19 에버턴 15점 3승 6무 11패 15득점 28실점 -13
20 사우스햄튼 15점 4승 3무 13패 17득점 35실점 -1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