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 유튜브 채널 ‘원밀리언’ 이끄는 리아킴...K댄스 전도사서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 [내일은 유니콘]
서울 성수동 소재 세련된 검정색 건물 앞에 연달아 택시가 선다. 하나같이 외국인이다. 마스크를 썼지만 눈가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건물 입구 대형 입간판 앞에서 일단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기 바쁘다. 흡사 태권도를 배운 외국인이 감개무량하게 태권도 종주국 한국의 국기원에 방문한 듯싶다.
이곳은 K댄스 전도사 리아킴이 이끄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가 있는 곳. 한 번에 100명이 동시에 K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공간만 여러 곳에, 전문 댄서가 연예인처럼 이곳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 타임(한 시간 반 기준) 요금이 2만8000원인데 코로나19 전에는 외국인이 80%가 넘었다. 지금 다시 하늘길이 열리자 60%대까지 외국인 수강생 비율이 올라왔다. 인당 1000만원짜리 외국인 의전 관광 코스에 이곳 체험 프로그램이 끼여 있을 정도다.
이런 공간을 만들고 인기를 이끌어낸 이가 바로 리아킴 원밀리언 대표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만 2580만명을 넘겼다. 리아킴 대표 외에도 원밀리언 소속 댄서 춤 영상은 물론 차세대 1020 댄서들의 영상, 수강 장면 등이 다양하게 올라온다. 안무 영상의 좌우를 반전시켜 따라 춤추게 한 ‘거울 모드’ 영상, 댄스 튜토리얼 영상 등이 특히 인기다. 외국인 구독자 비율이 전체 구독자 수의 80% 이상이다.
리아킴은 중학교 3학년 때 마이클 잭슨 내한 공연을 본 뒤 매료돼 댄서의 길로 들어섰다. 각종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이효리,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국내 유명 가수 안무를 직접 짰는가 하면 인기 프로그램 ‘스우파’를 통해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제 그는 단순히 최정상 K댄서로서뿐 아니라 ‘K댄스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로서도 당당히 활동을 시작했다.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투자를 단행한 윤건수 DSC인베 대표는 “K콘텐츠 중에서도 경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K댄스 시장이 각광받을 수 있다고 봤다”며 “원밀리언은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콘텐츠 제작 회사로, 가입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K댄스 글로벌 선생님으로 등극한 리아킴. 그가 그리는 스타트업은 어떤 그림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A. PC 통신을 즐기며 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듣다 스마트폰과 유튜브까지 경험한 ‘낀 세대’, MZ세대의 마지막 주자로 늘 변화에 적응하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두려움은 없었다.
춤은 영상이 보여야 홍보할 수 있으니 다음 카페, 싸이월드 시절부터 영상을 업로드하는 데 익숙했고, 어느 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10만뷰가 나왔는데(당시에는 굉장히 큰 조회 수) 국제적인 댄스 대회도 관객이 몇천 명 수준이던 때라 가능성이 있다 싶었다. 당시 같은 팀원이었던 공동 대표에게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여기가 우리의 무대다’라고 얘기했다.
Q. 과거 댄서들은 보통 가수의 보조 혹은 조연 역할로 치부됐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위상이 완전 달라졌는데.
A. 혹자는 ‘스우파’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어떤 하나의 사건에서 거칠게 변화했다기보다는 서서히 좋아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댄서의 직업적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류의 주역’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몇 유명 댄서나 안무가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댄서는 독자적으로 댄싱을 보여줄 무대를 찾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Q. 더 많은 댄서에게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A. 하나의 카테고리로 K댄스가 인정받는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고 본다.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받던 시대에서 누구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 않나.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던 수많은 안무가, 댄서들이 세상에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Q. 사업이라면 수익 모델은.
A. 일단 B2B 사업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봤다. 얼마 전, KT와 협업해 KT의 IPTV 플랫폼인 ‘지니TV’에 ‘원밀리언 홈댄스 AI 코칭 튜토리얼’ 서비스를 선보였다. 댄스 강습 영상에 AI(인공지능) 코칭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집에서도 쉽게 춤을 즐기고 강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원밀리언 홈댄스에는 AI 춤동작 분석 기술이 적용됐는데 강습이 끝난 뒤 이용자와 안무가의 영상을 비교해 춤 동작이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 확인할 수 있다. 홈트에 버금가는 운동 효과, 춤이 주는 즐거움까지 더한다면 ‘홈댄스’의 시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A. K팝은 한마디로 ‘보는 음악’이다. 그만큼 퍼포먼스가 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최근 모션캡처 기술을 비롯해 영상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 또한 상용화돼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원밀리언은 안무가 창작물을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통해 펼쳐질 다양한 시장을 꿈꾼다. 댄서가 직접 창작한 안무를 저작권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개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이와 별개로, 일반인도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K댄스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연내 결과물을 선보일 것이다.
Q. 제2, 제3의 리아킴으로 양성하도록 태권도 같은 양성 시스템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A. 태권도처럼 K팝, K댄스 교육기관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는 상상만 해도 정말 즐겁지 않나.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원밀리언 엠버서더(가칭)’다. 원밀리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한 댄서나 안무가들이 ‘원밀리언’이라는 통일된 브랜드 아래 독립된 교육기관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원밀리언의 가치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Q. 어떤 인물·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A. 정해놓은 건 없다. 다만 오늘 하루에 집중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면, 문득 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런 생각들을 하나씩 사업에 적용시켜보는 과정이 즐겁다. 춤을 통해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회사로 기억되면 바랄 것이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3·설합본호 (2023.01.18~2023.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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